입소문 나서 돈 벌고 싶은가? 'STEPPS'를 명심하라

입력 2018.06.16 03:00

조나 버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소문이 퍼져 나가는 원리 알아야 돈 벌어

소문이 퍼져 나가는 원리 알아야 돈 벌어
블렌드텍 직원이 자사 믹서기에 아이패드를 넣고 갈아보는 실험을 하기 위해 설명을 하고 있다. 이 동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블렌드텍은 매출이 7배나 뛰었다. / 유튜브
중견 호텔에서 식음료사업부 책임자로 일하던 하워드 와인은 2004년 미 동부 필라델피아에 스테이크 전문점 '바클레이 프라임'을 열었다. 나름 인테리어도 신경 쓰고 메뉴도 철저히 연구해 준비했다. 하지만 이미 비슷한 스테이크점이 시내 곳곳에 즐비한 상황. 요약하자면 '레드 오션(Red Ocean)', 이미 잘 알려져 있어 경쟁이 아주 치열한 시장이었다.

사람들에게 가게를 알리고 손님을 끌어모으려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는 고심 끝에 100달러짜리 치즈스테이크(cheesesteak)를 개발했다. 치즈스테이크는 고기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로 필라델피아 명물 중 하나. 가볍게 끼니를 때우는 간단식으로 보통 4~5달러 정도다. 그런데 100달러라니. 와인이 만든 치즈스테이크는 고베 와규(화우)에 캐러멜 소스를 곁들인 양파, 흑송로버섯, 버터를 바른 랍스터 등이 들어간 최고급 샌드위치였다. 와인은 이게 화제에 오르고 언론을 타면 자연스레 가게 선전이 될 거라 믿었다. 결과는 대성공. 100달러짜리 치즈스테이크를 맛본 고객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경험을 주변에 자랑하기 시작했다. "금덩어리를 베어 문 느낌"이라고 소문을 냈고 이야기꽃이 필라델피아 전역으로 퍼졌다(실제로도 거의 '금값'이다). 그러자 USA투데이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취재를 왔고, 디스커버리 채널에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방송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요리사가 출연하는가 하면,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필라델피아를 방문했을 때에도 이 가게를 찾았다. 광고 마케팅 비용 한 푼 안 들이고 가게를 필라델피아뿐 아니라 미 전역에 알렸다. 입소문을 통한 사회적 파급력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조나 버거(Berger) 교수는 특정 제품이나 아이디어, 행동이 유행을 선도하고 성공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각도로 접근했다. 품질이나 가격, 광고도 중요하지만 '입소문(word of mouth)'이 더 결정적이란 주장이다. 이런 분석을 담아 펴낸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Contagious)'(2013년)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어 '보이지 않는 영향력(Invisible influence)'(2016년)을 통해선 사람들이 결정하고 행동할 때 얼마나 주변에 영향을 받는지를 파헤쳤다.

입소문, 솔직한 체험 덕에 파급력 커

조나 버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버거 교수는 27세에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부임, 올해가 12년째다. 아내(조단 엣킨)도 듀크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MBA(경영대학원) 교수 부부'다. 그는 "입소문은 솔직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우선 (일방적으로 장점만 늘어놓는 광고와 비교하면) 설득력이 강하다"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알아서 퍼지기 때문에 파급력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입소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입소문은 결국 인터넷 시대에 폭발적으로 발현된 것 아닌가.

"얼핏 그럴 것 같지만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링크트인 같은 소셜미디어, 블로그, 이메일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대화가 우리가 하는 전체 대화 중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커피숍에서, 음료수 자판기 앞에서, 식사나 술자리에서 나누는 오프라인 대화가 압도적으로 많다. 입소문이 퍼져나가는 원리는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심리학이다. 왜 어떤 얘기는 사회적으로 전달이 잘되는지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는 증폭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버거 교수는 이를 STEPPS로 설명한다. 사회적 화폐(Social currency), 촉발 계기(Triggers), 감성(Emotion), 대중성(Public), 실용적 가치(Practical value), 스토리텔링(Stories)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콘텐츠의 '전염성'을 좌우하는 원칙이다.

분노하거나 웃기는 내용이 효과적

소문이 퍼져 나가는 원리 알아야 돈 벌어

―사람들은 뭔가 자기가 경험한 콘텐츠(제품과 서비스)를 남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런 공유 모방 욕구를 자극하는 대상을 '사회적 화폐(social currency)'라고 정의했는데.

"남들과 비교하고 모방하고 공유하려는 마음은 원시 시대부터 내려온 본능이다. 더 근사한 동굴을 발견했다든지 커다란 사냥감을 획득했다든지 늘 자랑거리에 집착했다. 남들에게 멋지고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서다. 남들이 모르는 걸 먼저 아는 것(희소성과 배타성), 아니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를 주는 상품(게임화)들이 사회적 화폐 요건을 충족한다. 이런 건 다들 자발적으로 퍼뜨리고 구매한다. 무슨 허영심이 아니라 사람들은 남에게 뭔가 얘기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는 게 신경과학자들 연구 결과다."

버거 교수가 뉴욕타임스 기사 중 공유가 많이 되는 순위를 분석해봤더니 뜻밖에 과학 기사가 정치 경제 문화보다 높았다. 과학 기사를 읽으면서 접한 신기한 지식을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걸 기업이 잘 알아야 하는 건데 실제 만나보니 어땠나(버거 교수는 코카콜라, 3M, 구글, 시티은행,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기업에 조언을 했다).

"사실 뭔가 입소문이 어디선가 나고 있다는 건 다 안다. 그런데 언제 얼마나 자주 나는지 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어떻게 해야 입소문을 낼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입소문이 잘 나면 광고보다 매출 증대 효과가 2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광고비로 수백만달러를 쓰는 것보다 낫다. 특히 감정을 자극하는 게 입소문을 내는 첫걸음이다. 다만 모든 감정이 입소문을 촉진하지는 않는다. 분노하거나 웃기는 건 좋지만 슬프게 해선 안 된다. 슬픔은 의욕을 약화시키고 행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유도하려 할 때 흔히 나타나는 실수는 무조건 색다르게 포장하려다가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을 넣거나 원래 알리려던 제품과 상관없는 방향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통상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콘텐츠는 공유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화제가 되어도 제품 자체를 떠올릴 수 없다면 실패다. 2009년 생수 업체 에비앙이 만든 광고 동영상 '롤러베이비스'는 기저귀를 찬 아기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에비앙 생수 병을 앞에 둔 채 갖가지 묘기를 부리는 장면이 담겼다. 아기들은 귀여웠고 5000만 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에비앙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에비앙과 롤러스케이트를 탄 아기 사이에서 아무런 연관성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렌드텍, 입소문에 매출 7배 껑충

―신상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가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댓글이 많이 달리면 좋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발 전문 쇼핑몰 자포스는 무료 배송, 무료 반품, 24시간 고객 상담 서비스, 최저가 보장 등 색다른 고객 만족 정책을 펼쳤다. 이런 색다른 정책을 펴면 사람들이 알아서 쇼핑몰을 선전해줄 거라 판단했다. 그 판단은 옳았다. 100달러짜리 치즈스테이크를 내놓은 바클레이 프라임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들여 내놓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사람들이 이걸 입에 오르내리게 할까 함께 설계해야 한다. 1995년 가정용 믹서를 출시한 블렌드텍은 2006년 새로운 마케팅 책임자가 오면서 회사 운명이 바뀌었다. 그가 자사 가정용 믹서 성능이 획기적이란 걸 표현하기 위해 믹서에 유리구슬, 골프공, CD, 대리석, 스마트폰 등을 넣고 가루가 되는 장면을 차례로 유튜브에 올렸다. 이용자들이 열광하면서 10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매출이 7배 증가했다. 잘 관찰해보면 평범한 제품에서도 특별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Interview in Depth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