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1조' 포스코·현대제철, 年 3000억원 아낄 방법 있다

입력 2018.06.16 03:00

프랑스 글로벌 에너지 설루션 기업

사물인터넷과 AI 결합한 솔루션, 건물·공장 에너지30% 아낄 수 있어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사 건물에 센서 2만8000개…
온도·냉난방 실시간 체크해 에너지 효율적 관리

"미래는 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관리의 시대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에너지 설루션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 뤽 르몽(Rémont) 국제사업 총괄 부회장이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던진 화두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에너지 분야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종 전자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발전 용량 증설만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결국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사회 체계를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 르몽 부회장은 "건물이나 공장 등 각종 시설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에너지 설루션을 적용하면 평균 30%가량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한 해 전기요금으로 내는 돈이 1조원에 육박하는데, 적절한 설루션을 적용하면 연 3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는 세계 각국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파리기후협약 정신과도 통한다.

슈나이더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은 1836년 프랑스 슈나이더 형제가 세운 회사. 철강·조선·군수 장비 전문업체로 시작, 건설·철강·전기 사업을 섭렵한 다음, 1999년 전기 시스템 제어 분야로 궤도를 수정했다. 지금은 IoT와 AI에 기반을 둔 에너지 설루션 기업으로 정착했다. 연 매출 32조원,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며 직원이 16만명에 달한다.

Q1 에너지를 절감하는 설루션 내용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는 이걸 '에코스트럭처(EcoStruxure)'로 부른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통합 에너지 플랫폼이다. 딜로이트컨설팅 유럽 본사 건물 디에지(The Edge)가 대표적이다. 이 건물 곳곳엔 2만8000개의 센서가 달렸다. 직원 수와 실내외 온도, 냉난방 상황, 조명 밝기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중앙 서버에 전송하고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환경을 제어한다. IoT와 AI가 필수다. 단지 에너지 절약이 다가 아니다.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시설 구석구석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다운타임(downtime·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시간)을 극소화할 수 있다. 전체 가동을 멈추지 않고 부분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공장이나 건물, 시설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대형 건물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 예컨대 빵집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스마트 에너지 설루션이 아침에 제빵 작업 준비에 필요한 전자 기기 가동을 알아서 준비하고, 고장 여부나 부품 교체 시기를 알려주기 때문에 갑자기 문을 닫아야 하는 돌발 사고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Q2 사물인터넷(IoT)이 결국 핵심 엔진인가?

"IoT는 어마어마한 세상이다. 슈나이더는 사업 분야가 많다 보니 생산 제품이 100만 개가 넘는다. 이들을 어떻게 연결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IoT 연구에 치중했다. 30년 전부터 IoT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20년 전 초기 IoT 설루션을 내놓았다. 아마 에너지 관리나 자동화 분야에서는 최초였을 것이다. IoT는 워낙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접목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걸 혼자 할 수 없다. 그래서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영국 아비바(4조2000억원)와 전기스위치·컨트롤 전문기업 미국 아스코(1조3000억원)를 인수한 게 그런 차원이다. 현재 세 번째 '빅딜'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만간 공개할 것이다. 한국 기업에도 관심이 많다. 좋은 기술과 인재를 보유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Q3 전 세계 에너지 부족 인구가 23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 기업들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에너지 접근성'이 낮은 국가가 많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선진국에도 오지에선 하루 3~4시간 정도만 에너지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설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중앙 집중적인 에너지 공급 모델로는 어렵다. 외딴 지역에도 자체적인 전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마이크로 그리드 설루션이 필요하다. 인도에선 에너지 장비 제조업체인 루미너스(Luminous)와 협력해 태양광이나 다른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발전한 전기를 저장한 다음,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Q4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철강·중장비·조선업이 주력이었는데 전력 자동화 제어 설비로 과감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성공 비결이 뭔가?

"변화는 모든 기업이 매일 고민하는 과제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변화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결국 핵심은 고객이 뭘 필요로 하는가(needs)를 기억하는 데 달렸다. 소비자들과 대화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도 실패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그건 불가피한 리스크다. 피하려고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객뿐 아니라 협력사로부터도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잠깐 잘한다고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그러려면 우선 내부 직원부터 회사를 존경해야 한다. 주인의식도 가져야 한다. 그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어 결속력을 다지고 피드백을 모아 회사 정책에 수시로 반영한다. 직원들에게도 단지 돈을 받고 일하는 데 머물지 말고 공동체와 사회에 일의 성과를 환원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한다."

Q5 지금 시대 기업들이 처한 위협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

"창업 이후 180여 년 동안 위협 요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시대와 상관없이 언제나 숙제였다. 지금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뚜렷한 시대다. 세계화 시대엔 가능성과 위험이 공존한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어디서 불안정한 요소가 불거질지 모른다는 위험성이 있다. 단지 경제적 구조뿐 아니라 정치적 변수까지 면밀하게 주시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노동 환경 속에선 단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관심사가 아니라 이 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일을 더 잘할 수 있는지에 고민을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일과 삶의 균형을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때 얘기다. 디지털 기술을 잘 알고 응용할 수 있다면 인간 생활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일자리를 뺏지 않을까 겁먹을 필요 없다. 그건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설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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