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중국의 미래' 美·中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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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02 03:00

      [Cover Story]

      우융핑 칭화대 교수
      "美, 겉으론 무역적자 트집… 속으론 中 첨단기술 견제"


      우융핑 칭화대 교수

      "미국은 표면적으로 무역역조를 문제 삼고 있지만, 그 뒤에는 중국 첨단 기술 산업 발전을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우융핑(巫永平·56)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는 지난 5월 17일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은 당파를 넘어 중국 기술 산업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한 무역역조 해소가 아니라 '중국 제조 2025'를 비롯한 중국 정부의 기술 산업 발전 전략이 이번 무역 전쟁의 타깃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중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우려에 대해서는 "낮다"고 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 패권 국가가 이를 두려워해 전쟁 등으로 충돌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미·중 양국의 경제적 이익이 겹치는 분야가 많은 데다, 군사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 교수는 조선일보가 지난 5월 16~17일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베이징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뒤,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라이덴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비교정치경제학, 정부·시장 관계, 공공정책 형성 과정, 타이완 정치·경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 기술 추격 두려워하는 미국

      ―중국은 무역 문제에서 미국에 양보할 수 있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무역역조인데, 흑자 규모에 대해서는 미·중 간에 시각 차이가 있다. 트럼프는 역조 액수가 5000억달러라고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많은 규모는 아니라고 본다. 수출품 중 상당 부분은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 본국으로 보내는 것이다. 다만 상당한 불균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역조가 생기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은 주로 미국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다. 반면, 중국이 수입하고 싶어하는 하이테크 제품이나 군사 관련 제품은 미국이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은 '우리는 이렇게 많은 무역 흑자를 희망하지 않고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협상할 수 있는 문제이다."

      ―미·중 무역 전쟁은 단순한 무역역조 문제가 아니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포함한 중국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 아닌가.

      "사실 이런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덩샤오핑 시대에 비하면 시장경제화가 훨씬 더 진전됐다. 왜 그런데 지금 이 문제를 제기할까. 작년부터 미국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평가 작업이 시작됐다. 결론은 미래에 미국의 세계적 위상에 도전할 위험이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왜 위험할까. 이렇게 큰 나라가 정치 제도상 미국과 완전히 다르고, 군사적으로도 계속 힘을 키우고 있는 데다, 관건인 하이테크와 최신 기술 분야에서도 독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테크와 첨단 기술 분야는 미국 입국(立國)의 기초에 해당한다. 미국 일부 장관은 이걸 '미국 미래의 근간(backbone)' '미국 경제의 기둥(pier)'이라고 표현하더라.

      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중국 제조 2025'이다. ('중국 제조 2025'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수준을 2025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계획이다.) 중국이 중점을 두고 발전시키려는 분야들은 지금 미국이 대부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정부 지원을 통해 이런 산업 분야를 발전시키려 한다는 가정(assumption)을 하고 있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발전하면 미국의 우세는 사라지고, 이런 산업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것이다. 무역역조는 하나의 빌미일 뿐,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역 전쟁을 통해 중국의 기술 산업 발전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 '제로섬 게임' 아냐

      류허 중국 경제부총리
      류허 중국 경제부총리

      ―미·중 관계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우려는 없나.

      "미·중 관계의 향후 전개 방향은 미국이 중국의 굴기와 발전에 적응하는 과정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난 40년간 중국은 글로벌화의 이익을 누렸다.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통해 국제 분업 체계에 편입되면서 큰 이익을 봤다. 미국 역시 수혜자이다. 중국은 미국에 전통 산업 분야의 제품을 팔지만, 미국은 중국에 애플 스마트폰 같은 하이테크 제품을 판다. 중국 소비 시장이 더 커지고 구매력이 더 강해지면, 미국 제품 구입은 더 늘어날 것이다.

      미국이 무역 전쟁을 통해 중국 하이테크 산업을 견제하지만, 13억 인구의 거대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 제조 업체 중싱(ZTE)에 대해 7년 동안 미국 기술 기업과 거래를 못 하도록 제재했는데, 한 해 수십억달러의 반도체 칩을 중싱에 팔아온 퀄컴 같은 미국 기업은 피해가 없나. 미·중은 서로 이해가 깊이 얽혀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미래의 세계는 일극화에서 다극화 시대로 가고 있다. 이제는 강대국들이 협력해서 윈윈해야 할 시대이다. 더 이상 미·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군사력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지만, 이렇게 큰 영토와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나라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과정이다. 현재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어느 나라도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할 수 있느냐 여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우려가 낮다는 얘기인가.

      "낮다고 본다. 중국은 미국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지만 적응 과정이라고 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는 얼마나 강경했나. 하지만 9·11 테러를 겪은 이후 서서히 온건해졌다."

      시진핑 권력 집중은 개혁 위해 필요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서방 국가들은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중국이 서방식 민주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더 권위주의적 체제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서방 학자나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갖고 있는가만 관심을 갖고 있는데, 중국의 실제 상황에 비추어볼 때 더 중요한 것은 이 권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5년간 시 주석이 무엇을 했나. 반부패 개혁에서 큰 성과를 냈고, 군사 개혁도 단행했다. 정말 쉽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봤던 일들이다. 이런 어렵고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더 강해져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권력을 가져야 한다."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
      "민주화의 길 거부한 中, '중진국 함정' 못 벗어날 것"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
      “미·중 무역전쟁은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미국의 골칫거리였습니다. 그 규모도 그렇지만 중국이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해 해외 수입품에 대해 과도한 관세를 매기고 자국 진출 기업에 규제를 남발하는 바람에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대화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믿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내 최고 중국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데이비드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내린 진단이다. 그는 40년간 중국을 연구했다. 중국에서 산 적도 있고 중국을 거의 매년 방문한다. 그동안 30권이 넘는 중국 관련 책을 펴내기도 했다. 미 워싱턴DC 시내 조지워싱턴대 연구실에서 만난 샴보 교수는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인터뷰 내내 유지했다. 말하면서 자주 입꼬리가 내려갔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동작도 잦았다. 그가 2014년 펴낸 ‘중국, 세계로 가다’는 부제가 ‘불완전한 강대국(partial power)’이다.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고 싶은 욕망은 이해하지만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갈 길이 멀다는 게 기본 전제다. 한국을 두고는 “(과거 역사적으로 중국과 가졌던) 조공제도(tribute system)가 재현될 수 있다”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라”고 충고했다. “한번 (중국이라는) 궤도에 빨려 들어가면 벗어날 수 없다”고 조언했다.

      회초리 들고 한국 훈계하는 중국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한국도 틈바구니에 끼여 고전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이 중요한 경제 상대인 건 알고 있지만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사드 보복’ 과정에서 나타났듯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할 때마다 똑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을 대할 때 마치 부모가 자녀를 훈계하듯 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말을 잘 듣지 않자 아이를 혼내는 것처럼 회초리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전략적 자주성을 침해당했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론 밀접할지 모르지만 전략적으론 미국과 가깝다. 한·미 동맹은 반세기가 넘도록 한국에 전략적·경제적 이익을 안겨줬다. 동맹이란 단순히 전술적인 고려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중국 경제체제는 소련과 한국을 섞어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틀 안에서 재벌·대기업 집단(集團)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구조다. 사회과학에선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당분간 정부 주도 개발 계획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본다. 3년 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정책(2025년까지 중국을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키우겠다는 목표)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개발도상국 성장 모델을 답습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로봇, 바이오, 나노기술, 우주항공 등 분야에서 하향식 혁신(국가주도형)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현 세계 1위인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없다. 상향식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 주도형 성장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려면 창의성과 모험적 투자·실험,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는 교육이 필수인데 지금의 중국 정치체제로는 불가능하다.”

      민주화 안 되면 ‘중진국 함정’ 빠져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중국이 결국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보나.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순조롭게 경제발전을 이뤄가다가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 다음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하거나 퇴보하는 현상을 뜻한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들에서 정치체제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는 명확하다. 1960년부터 지금까지 중진국 대열에 합류한 101개국 중 11개국만 중진국 함정을 벗어났다. 한국을 포함해 11곳이며, 모두 민주주의 국가다. 9곳은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했고, 2곳(그리스와 이스라엘)은 원래 민주제였다. 정치 자유화와 민주화가 절대 변수인 셈이다. 중국은 현재 개도국·중진국·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따르자면 낮은 단계 중진국이다. 높은 단계 중진국, 그 뒤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지난 70년간 민주화 없이 이를 이룩한 나라는 없었다.”

      ―저서 ‘중국의 미래’에선 중국 정치체제의 미래를 놓고 네 갈래 길, 즉 신(新)전체주의, 경성 권위주의, 연성 권위주의, 준(準)민주주의를 개념화했는데 시진핑 주석은 종신 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면서 경성 권위주의를 택했다. 권위주의 노선은 유지하지만 제한적인 정치 자유화를 열어놓는 ‘연성 권위주의(soft authoritarianism)’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임기 제한은 마오쩌둥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아 덩샤오핑 시대에 도입한 개혁 조치다. 임기 제한을 없앤 건 덩샤오핑 시대를 부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중국 정치를 탈제도화(de-institutionalize)해 40년 이상 퇴행시키는 조치였다. 장기적으로 경성 권위주의를 넘어 신전체주의가 등장할 수 있다. 1992년 덩샤오핑이 단행했던 ‘남순강화(南巡講話)’(개혁·개방을 통해 실용주의를 강조한 노선)가 다시 나타나야 좋지만 그런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내부 봉기가 일어나 동구 사회주의처럼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지 않을까.
      “중국은 소련 붕괴 사례를 열심히 연구했다. 설문조사만으론 진의를 다 파악할 수 없지만 중국인들은 아직까진 지방 정부에 대해선 불만을 간혹 털어놓지만 중앙 정부엔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제2의 톈안먼 사건’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시진핑은 DNA에 자유주의(liberal) 유전자가 없다. 시진핑은 지도층 동요를 막고 정치 자유화를 제한하는 게 소련이 걸은 말로를 피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 체제 변화도 원치 않아

      ―중국은 북한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태도를 취할까.

      “중국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핵(北核) 문제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는 한 고리일 뿐이다. 북한 체제가 급작스레 붕괴하면 주변국들 모두에 악영향을 준다.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와 북한 정권, 그리고 남북 교류를 각각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현 정부는 남북 교류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건 좋은 신호다. 북핵 문제 해법에도 진전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변할 것인가는 다른 차원이다. 미국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교류를 시작하고 미·중 수교를 이끌어냈지만 중국 체제는 그대로다. 북한도 결국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