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미·중 관세전쟁, 무역적자 해결책 아니다

    •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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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02 03:00

      [WEEKLY BIZ Column]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불균형을 놓고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협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특정 국가와 일대일(一對一)로 협상하는 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경제 침체 낳은 관세 전쟁

      국제 무역 시장에서 파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 국가는 다른 나라와 일대일로 양자 협상을 하거나 여러 나라와 함께 협상하는 다자간 방식을 쓴다. 양자 방식과 다자 방식 사이에서는 오래된 단절이 있다. 1930년 5월 미국 내 저명한 경제학자 1028명은 허버트 후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스무트-할리 관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후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법안을 공포했다. 그러자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보복 관세를 때렸다. 세계 무역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가져 왔다.

      정치인들은 오랜 기간 양자 협상을 선호했다. 사안을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다자간 협상을 지지한다. 저축과 투자 사이에서 오는 불일치가 국제 수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자간 협상을 해야 국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쉬운 정치적 표적

      미국과 중국 공방도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은 미국에 비교적 쉬운 정치적 표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다른 나라와 무역에서 80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46%가 중국과 교역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국가가 기업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 해킹과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 다양한 혐의로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미 정부 외교문서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고위 관료들은 "자유로운 국제 질서 때문에 예상만큼 중국을 강하게 묶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시리아·이란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서도 전략적인 인내심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자 협상을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이런 분위기는 허탈감을 안겨준다. 미국이 입은 막대한 무역 적자가 사실 지난해 4분기 기록적으로 낮았던 미국 국내 저축률(국민소득의 1.3%)이 원인 중 하나란 사실을 거론해봤자 국민들은 별로 관심도 없다. 중국이 단지 훨씬 더 큰 다자 간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해도 반응도 없다. 미국은 102개국과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 조립 플랫폼에 진입하면서 자재 조달, 제품 생산, 유통, 판매 흐름(공급사슬)에서 왜곡이 일어나는데, 이를 바로잡으면 미·중 무역 불균형을 35~40% 줄일 수 있는데 다들 신경도 안 쓴다.

      미 정부는 자국민 중산층의 불안을 달래야 한다는 압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 건 효과가 있다. 덕분에 무역적자가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무역적자 때문에 실직과 임금 압박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그리고 지난해 상품 무역 적자가 GDP(국내 총생산)의 4.2%에 달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더 널리 퍼진다.

      미국은 향후 대중 무역 적자를 2000억 달러 이상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미 정부는 대규모 세금 감면과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있어 이런 목표는 무의미하다. 미 국민들은 계속 저축을 안할테고 다자간 무역에서 파생하는 국제수지와 무역 적자는 여전할 것이다. 특정 국가와 양자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양자 협상 강요땐 美 소비자도 불리

      설사 미 저축률이 극적으로 상승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지라도 다자간 무역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양자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건 억지에 가깝다. 2000년 이후 미·중 무역 적자가 전년에 비해 가장 많이 줄어든 해는 2009년이었는데 이 때는 금융위기 영향 때문이었다. 다자간 문제를 양자간으로 해결하려는 행위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다. 중국은 미국에 가장 값싼 수입품을 공급하는 곳이다. 미국 내 저축 부족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해결책도 소용 없다. 양자 협상으로 해결해봤자 그 적자는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할 뿐이다. 트럼프 정부가 벌이는 협상은 중국과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타국으로부터 더 비싼 제품을 수입하겠는 얘기다. 이는 미국 가정에 대한 세금 인상과 맞먹는 기능을 한다. 그게 미국에 도대체 뭐가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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