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85억원에 팔린 김환기 이 작품… 한국인이 샀나 외국인이 샀나

    •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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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02 03:00

      [이규현의 Art Market] (8) 미술품 경매때 주목할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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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사진) 지난달 27일 85억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점화 작품 ‘3-II-72 #220’ / 연합뉴스 (우측 사진) 하루 전인 26일 6억4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작품 ‘무제’ / 크리스티코리아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의 유화 작품 '3-Ⅱ-72 #220'(254×202㎝)이 지난 5월 27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6200만 홍콩달러(약 85억3000만원·수수료 별도)에 낙찰되면서 한국 현대미술 경매 사상 최고 판매가를 갈아치웠다. 이전까지 최고기록도 김환기('고요 5-IV-73 #310'·65억5000만원)였다. 국내 화가 작품을 보면 경매에서 최고가 상위 10점 중 1~6위를 포함, 모두 8점이 김환기 작품이다.

      경매가 신기록 뉴스가 나오면 수집가들은 그 이면을 궁금해한다. 김환기 작품 가격 고공행진 현상을 염두에 두면서 미술 작품의 경매 낙찰 가격에서 나타나는 점들을 짚어보자.

      1. 누가 샀나

      경매 낙찰가를 볼 때 컬렉터들은 이 작가가 한 나라에서만 인기 있는 작가인지, 국제 시장의 작가인지를 따진다. 시장에서는 특정 국가에서만 인기 있는 작가보다는 여러 나라 컬렉터들이 두루 사고파는 국제적 작가를 선호한다. 서울옥션 측은 이번 김환기 작품 구매자의 국적을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한국인이 산 것으로 알고 있다. 김환기가 아직은 국내에서 더 알아주는 화가인 데다가, 85억원 정도면 해외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들 작품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컬렉터들이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김환기에게 거액을 투자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 국제 무대 작가인가

      [이규현의 Art Market] (8) 미술품 경매때 주목할 점은?
      1957년 파리 아틀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김환기 화백. / 갤러리현대

      어느 나라나 그 나라 컬렉터들만 좋아하는 '로컬 마켓' 작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수근(1914~1965)이 대표적이다. 이번 김환기 경매 하루 전날인 5월 26일 같은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박수근의 유화 '무제'(36.7×24.5cm)가 466만 홍콩달러(약 6억40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되었다. 김환기와 같은 시기에 활동한 박수근은 가난하고 힘들었던 1950~1960년대 우리 삶을 투박한 질감으로 그려 국내 컬렉터들 가슴을 울리지만, 외국인은 그 정서를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근의 그림은 크리스티, 소더비를 비롯해 해외 경매에 자주 나오며 꾸준히 비싼 가격을 유지해왔다. 물론 사는 사람은 여전히 한국인이다.

      중국도 국내 경매에서는 서양 현대미술보다 중국의 고미술이 더 비싸게 팔린다. 로컬 마켓 작가라 해도 그 나라에서 확실하게 인기가 있다면, 시장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작가'다.

      이에 비해 김환기는 국제적인 시장이 만들어질 여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직은 '로컬 마켓'인지 '인터내셔널 마켓'인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김환기가 뉴욕에서 활동했던 1963~1974년은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잭슨 폴록, 윌럼 드 쿠닝 등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추상화가들이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다. 그런데도 김환기의 고가 작품은 아직까지는 서울옥션과 K옥션 등 국내 경매회사에서만 이루어진다. 김환기의 대표작을 소장한 위탁자 입장에서는 소더비나 크리스티보다는 국내 경매회사에 내놓았을 때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선뜻 해외 시장에 내놓기 쉽지 않다.

      3. 해외 미술관 전시 경력

      컬렉터들은 작가의 낙찰 가격만이 아니라 미술관 전시 경력을 함께 본다. 대체로 시장에서 스타가 되는 작가는 해외 주요 미술관 전시 같은 역사적 재조명이 동반될 때 시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의 생존 작가 가운데 가장 비싼 이우환은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했다. 이우환은 현재 해외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한국 작가로 꼽힌다. 2012년 홍콩 서울옥션에서 '점으로부터'란 작품이 21억3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이에 반해 김환기는 해외 주요 미술관 전시 경력이 거의 없다.

      김환기가 미술시장 뉴스로 자주 등장한 건 2015년부터다. 그해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점화 '19-Ⅶ-71 #209'가47억2100만원에 낙찰돼 이전 박수근의 최고 기록('빨래터'·45억2000만원)을 뛰어넘었고, 다음 해인 2016년부터 김환기 작품들이 잇따라 48억6700만원, 54억원, 63억3000만원, 65억5000만원 등에 팔리면서 빠르게 기록을 경신해왔다.

      물론 김환기는 국내 최고 추상화가로 평가받지만 짧은 기간 동안 급상승한 작품 가격에 비해 그의 역사적 의미를 국제적으로 조명할 기회는 없었다. 작년에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 계획이었던 김환기 회고전조차 삼성그룹 내부 사정으로 취소되면서, 국제미술계에 김환기의 가치를 알릴 기회도 놓쳤다. 그래서 김환기의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더 올라가려면 지금부터라도 김환기를 해외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등 미술사적 재조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