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한물간 PC게임으로 1년만에 1조4000억 '매출 대박' 낸 비결

    •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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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02 03:00

      게임 문외한 '블루홀' 장병규 의장

      2016년 3월 김창한 블루홀지노게임즈 프로듀서(현 펍지 대표)는 모회사 블루홀 경영진에 새로운 게임 제안서를 내놓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KAIST 전산학과 박사 출신인 그는 지노게임즈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숱한 게임을 개발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고심 끝에 KAIST 선배인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에게 2015년 5월 회사를 넘기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신작을 구상했다. 그리고 "해보자"는 결정이 떨어지자, 전력투구해 2017년 3월 제품을 출시했다. 그게 바로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였다. 1명 또는 팀을 이뤄 총을 갖고 적을 해치우면서 생존하는 생존 총쏘기(survival shooting) 게임이다.

      출시 1년 만에 4200만장을 판매했고 연 매출 1조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게임업계 최고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400억원을 투입한 게임 테라의 부진으로 투자자들에게 '좀비 기업' 취급을 받던 모회사 블루홀도 5조5000억원까지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장 의장은 실패한 테라 이외에는 게임 출시 경험이 없는 '게임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장 의장이 보유한 블루홀의 지분 가치는 2007년 창립 당시 8억4000만원에서 10년 만에 1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게임도 잘 모르던 그가 대박을 낸 비결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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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한 장면.
      ①한물간 PC 게임 공략한 역발상

      배틀그라운드는 PC 게임이다. 당시 게임업계 주류는 모바일. 많은 게임업체가 PC 게임을 퇴물 취급했다. 그럼에도 배틀그라운드 개발진은 PC 게임에 대한 무관심이 오히려 이점이라고 판단했다.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블루홀 내부에서도 배틀그라운드가 이렇게 성공하리라 예상하지 못하기도 했다. 덕분에 개발팀은 원하는 게임을 빠르게 간섭받지 않고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성공이란 반전을 가져온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게임 문외한 '블루홀' 방병규 의장

      ②공동 의사결정으로 독선 방지

      게임업계는 소비자 변심 정도가 심하다. 그 변화를 빠르게 잘 알아차리는 게 과제다. 결국 관건은 속도다. 블루홀은 4인 공동 경영 체제로 운영한다. 장병규 의장을 비롯해 최고경영자(CEO), 경영기획실장 등 4인이 공동 경영 체제로 게임 개발을 결정한다. 빨리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해야 하는 업계 특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약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블루홀 장병규 의장은 경영진이자 본엔젤스라는 투자 회사까지 맡고 있었다. 직접 게임을 해보면서 시장 동향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처음엔 오히려 배틀그라운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단독이 아닌 4인 공동 결정을 거치면서 독선의 오류를 피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배틀그라운드가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③10년 동고동락한 팀워크

      개발을 주도한 김창한 대표는 스스로 "17년간 실패만 했다"고 자평한다. 어렵게 신작 개발 기회를 잡자 남은 인생에 추가 기회가 없으리라는 위기의식을 에너지로 전환했다. 여기에 핵심 개발팀이 10년간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도 강력했다. 신생 개발팀이 치러야 할 시행착오가 없었다. 성공을 위해 해외의 게임 대가 브랜든 그린(Greene)에게 열정적으로 동참을 호소, 전격 영입한 것도 효과를 냈다. 그린은 총쏘기 게임으로 유명한 아르마3를 개발한 주역이다. 2015년 12월 그린이 소니와 맺은 계약이 끝나자 여러 곳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배틀그라운드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개발팀) 열정이 남달랐다. 전폭적으로 재량권을 준다고 한 것도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④아낌없는 인프라 투자

      인터넷 게임에선 서버, 그래픽, 시나리오를 3대 성공 인프라로 꼽는다. 우선 서버. 전 세계 수백만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신규 수요가 생기면 신속하게 사용 공간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최적으로 꼽히지만, 다른 서버와 비교해 최대 10배 비쌌다. 모회사인 블루홀은 개의치 않고 서버 비용 문제를 해결해줬다.

      다음은 그래픽. 실제 사진 같은 그래픽을 만들려면 고사양 컴퓨터가 필요하다. 언리얼(unreal)4라는 컴퓨터는 게임 개발자에게는 꿈의 장비다. 개발할 때 한 번에 아이폰, 갤럭시, PC, 게임기(콘솔) 모두에서 작동하는 게임을 개발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진은 모회사 지원 아래 30억원짜리 언리얼4를 들여왔다. 보통 다른 게임업체가 1억원짜리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덕분에 개발진 사기는 올라갔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장비가 고성능이다 보니 보통 대작 게임이 3~4년 개발 기간을 거치는 것과 대조적으로 배틀그라운드는 1년 만에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시행착오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용자 충성도 낮은 점 극복해야

      게임의 평균 수명은 짧다. 소비자들 기호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또 그린은 지금은 블루홀에서 일하지만, 문제는 그린과 같은 전문가가 세계 곳곳에 꽤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텐센트를 비롯한 세계 유수 게임 업체들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전문가를 고용하고 유사한 게임을 내놓는다면 배틀그라운드 아성은 단숨에 위협받을 수도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처럼 아이템(무기나 방패 등)에 기반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도 약점이다. 리니지는 1998년 출시됐고, 이후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효자 제품'이다. 리니지 게임을 할 때 아이템은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도구다. 사용 시간에 비례해서 아이템이 주어지고, 이를 단축하려고 현금을 주고 아이템을 구입하는 사용자도 많다. '아이템 거래'라는 신시장이 창출될 정도다. 리니지 사용자 충성도가 높은 이유는 이 아이템 중독에서 온다. 반면 배틀그라운드는 아이템 위주가 아니라 그냥 총쏘기라 상대적으로 사용자 충성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블루홀 측은 "이런 게임 수명이 모두 짧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1인 총쏘기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2008년 출시됐지만, 지금까지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서비스하고 있다. 2013년에는 1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출시 6년에 접어든 리그오브레전드(LOL) 역시 마찬가지다. LOL은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게임이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를 게임 기반의 종합 미디어 IP(지식재산권)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블루홀 측은 "e스포츠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매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할리우드 제작사와 넷플릭스에서도 협업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