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창업 초기 구글과 링크드인, 수익 안 나서 고민… 새 모델 찾아

    • 0

    입력 2018.06.02 03:00

      [스타트업 혁신]

      '스타트업 성공시키려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석 전문가들이 말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17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서울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기업가정신 부트캠프’ 세션에 참가한 야엘 스마자 스마자앤스마자 미국 지사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 크리스앤파트너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할 아이디어만 갖춘다면 성공적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가 지난달 진행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제대로 된 사업모델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다면, 스타트업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지 왕 UC버클리대 기업가정신 부트캠프 대표 겸 산업공학과 교수는 "사업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의 목적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이익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모델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리더십의 요건에 대해 토론한 NFL 코치 출신인 대런 로버츠 미 텍사스대 스포츠 리더십·이노베이션센터장, 미국 뉴욕의 케이터링업체인 잇오프비트(Eat Offbeat)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넬 카히,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리더 본인의 경험과 직원의 다양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사업모델 핵심은 수익 창출 방법

      '스타트업 성공시키려면…'
      (좌측 사진) 지지 왕 UC버클리대 교수. (우측 사진) 조용범 페이북코리아 대표.
      지지 왕 교수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알맞은 사업모델을 갖추되,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히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인데, 이 단계에 머물러서는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실제로 돈을 버는 '가치 창출(value extraction)' 단계에 진입해 수익을 남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익은 '매출에서 비용을 제한 것'입니다. 아주 단순한 방정식이죠. 하지만 이 같은 사업모델을 만드는 작업은 간단치 않습니다. 창업 초기 구글은 자금을 회수하길 원하는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에 대한 압박을 받았고, 전 직원이 모여 고민한 결과 탄생한 게 현재 구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광고 서비스 애드워즈(Adwords)입니다. 경력·인맥 관리 사이트인 링크드인도 창업 초기부터 무료인 시범 서비스와 유료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사용자의 10%만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수익을 충분히 창출할 수 없었다는 얘기죠. 그래서 추가로 찾은 사업모델이 광고 서비스였습니다."

      왕 교수는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찾는 게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사회가 변하면서 시장과 소비자의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업모델을 보완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링크드인은 광고 서비스를 도입하고 5년 뒤 헤드헌터들이 링크드인을 통해 적당한 경력자를 찾도록 돕는 서비스를 추가했는데, 이 세 번째 사업모델은 현재 링크드인의 수익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프린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던 HP의 변신도 예로 들었다. "제가 처음으로 프린터를 구입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프린터 한 대 가격이 2000달러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고작 400달러 안팎입니다. HP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요? 이제 HP는 서비스와 소모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됐습니다. 잉크나 토너처럼 계속 교체해야 하거나 사후 관리 서비스가 필요한 제품을 판매해야 주력 상품의 시장가치가 하락해도 기업이 존속할 수 있는 겁니다."

      수요자보다 돈 내는 사람 고려해야

      이미지 크게보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기업가정신 부트캠프’ 세션에서 참석자들이 ‘체인지 메이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 크리스앤파트너스

      왕 교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해당 제품에 대한 지불능력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며 제품에 대한 수요자와 구매자가 동일인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한 대학교에서 식물성 친환경 살충제를 개발했습니다. 벌레의 체온을 따듯하게 유지해서 벌레가 찻잎을 먹지 않게 하는 방식이었죠. 누가 잠재적인 고객일까요? 제일 먼저 고려한 대상은 중국 본토 농부들이었겠죠. 하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농부들은 값비싼 친환경 살충제를 굳이 구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판로를 찾았을까요? 바로 살충제를 직접 사용하는 농부가 아닌, 농장과 거래하는 차(茶) 회사와 접촉했습니다. 차 회사가 친환경 살충제를 구입해 찻잎을 공급하는 농장에 제공하는 대신, 이 찻잎으로 만든 차는 일반 제품의 두 배 가격에 친환경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의 입장에서 지불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 페이팔, 상품권, 심지어는 비트코인에 이르기까지 결제수단은 얼마든지 다양화할 수 있습니다. 요점은 제품을 팔고 대금을 받는 겁니다. 아무리 성능이 훌륭한 제품이라도 비싼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됩니다. 가정용 태양에너지 설비를 갖추는 데 5만달러가 든다면, 일반 가정에서는 선뜻 태양에너지를 사용할 엄두를 못 낼 겁니다. 그런데 솔라시티(SolarCity)는 집집마다 가정용 태양에너지 패널을 설치하는 대신, 대형 설비를 따로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100달러 정도를 지불하면 가정에 태양에너지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출시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리더 본인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기업 내 혁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는 '인재의 다양성'이다. 전문가들은 직원뿐 아니라 리더 역시 경험의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특히나 IT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이 가본 적 없는 길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여정을 함께할 직원들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의 다양성은 단순히 인종, 나이, 성별 같은 외적인 특징만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학문적, 경험적 배경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넬 카히 잇오프비트 CEO는 "내가 난민 출신 요리사와 전통음식을 제공하는 케이터링 업체를 열었는데, 나는 지리학과 환경학을 전공하고 (고향인)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환경 관련 컨설턴트로 일했기 때문에 외식업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내 경쟁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런 로버츠 센터장은 경쟁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대응책을 찾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봤다. "교수로서 내 경쟁자는 다름 아닌 스냅챗,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학생들의 관심을 뺏는 모든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페이스북 라이브로 수업하는 등 피드백을 반영해 계속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해 봅니다. 수업 과정뿐만 아니라 수업 방식까지 흥미롭게 재구성하는 거죠. 리더들 역시 지속적으로 전략을 새로 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