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02 03:00

[Cover Story] '2018 중국과 세계 사상의 대화' 칭화대 포럼
하이테크 제품은 미국이 만들고, 중국은 티셔츠만 만들라고?…
중국은 국유 기업에 특혜 주면서 왜 美기업 진출은 방해하나

미국·중국·영국·싱가포르의 정부 관료, 기업인, 역사학자, 언론인, 대학교수 등이 지난 4월 28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2018 중국과 세계 사상의 대화' 포럼을 열었다. '칭화대 중국경제사상과실천연구원'과 '중국 경제50인 논단'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세계경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G2(미국·중국)의 갈등 쟁점과 원인에 관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 경제 부문 주요 내용을 쟁점별로 분류해 요약한다.

지난 4월 28일 중국 칭화대가 주최한 ‘2018 중국과 세계 사상의 대화’ 포럼에서 미·중 경제 전쟁의 쟁점과 향후 전망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미국·중국·영국·싱가포르의 전문가들.
지난 4월 28일 중국 칭화대가 주최한 ‘2018 중국과 세계 사상의 대화’ 포럼에서 미·중 경제 전쟁의 쟁점과 향후 전망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미국·중국·영국·싱가포르의 전문가들./칭화대

주요 토론자

사회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중국과세계경제연구중심 주임

해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미국 역사학자

칼 번스틴(Carl Bernstein) 미국 CNN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키쇼어 마부바니(Kishore Mahbubani)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 대학원장

마틴 울프(Martin Wolf)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경제 칼럼니스트

중국

양웨이민(楊偉民) 중앙 재경위원회 부주임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

닝가오닝(寧高寧) 중화그룹 회장

푸위닝(傅育寧) 화룬그룹 회장

덩펑(鄧鋒) 베이지광 벤처캐피털 창업자

쟁점 1 무역마찰

사회자=만약 단기에 무역전쟁이 터진다고 가정한다면 중국 경제성장은 어떻게 될까요.

양웨이민=무역전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현재 중국 경제성장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수출을 비롯한 외부 수요의 비중은 6~7%로 10%도 안 됩니다. 작년은 무역이 최고로 좋았던 한 해로 경제성장률이 6.8%였는데, 만약 수출입이 전혀 없었다고 한번 가정해 봅시다. 무역이 완전히 정지됐다 해도 작년 성장률은 6%가 됩니다. 6.8%가 아니라, 6% 성장이라도 충분합니다.

번스틴=미·중 무역전쟁의 위험이 아주 높아져 있는 상황입니다. 팡싱하이 주임은 시진핑 주석이 장기적 성과를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양국 문화가 충돌합니다. 미국 정부 고위층은 매우 단기적인 반면, 중국은 멀리 보는 눈이 강점이죠.

中 “무역전쟁 터져도 끄떡없다”

사회자=중국은 이번 무역전쟁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왔나요.

팡싱하이=중국은 이미 많은 의사 표시를 했습니다. 금융업은 일정에 따라 더 전면적으로 개방할 예정이고, 자동차 제조업은 올해 완전히 개방할 겁니다. 하이테크 산업 부문은 협상의 여지가 있습니다.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고 마주 앉아 대화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제품을 수입하고, 무역 역조를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양웨이민=아까 무역전쟁 배후에 대해 얘기했는데, 중국은 티셔츠만 만들고 미국은 하이테크 제품을 생산하는 이런 식의 국제무역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습니다. 중국은 하이테크 제조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화웨이 같은 일련의 기업이 성과가 좋습니다. 이건 우리가 시장경제를 시행해서 얻은 결과이지 중국 정부가 그 기업에 이렇게 하라고 명령을 한 게 아닙니다. 더 부가가치가 큰 상품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건 시장경제의 법칙입니다. 중국 징둥팡(BOE)을 보세요. 원래는 아주 오래된 국유 기업이었는데, 스스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은 이 분야 선두 기업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개혁의 성과입니다. 당신들은 우리더러 개혁을 하라고 하고, 기업들에 이렇게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쪽은 우리 영역이니까 너희는 들어와서 안 된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엄밀히 말해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은 아직 미국과 격차가 아주 큽니다. 시장 규모가 미국보다 좀 더 크고, 이런 큰 시장의 우세를 바탕으로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핵심 기술력이 높아서가 아니라 시장 규모의 우세를 잘 활용했을 뿐입니다.

프리드먼=티셔츠에서 텐센트에 이르는 문제는 그런 게 아니라고 봅니다. 유럽도 사실은 그런 방식으로 발전해 왔지만 우리는 유럽과 갈등도, 문제도 없습니다. 우리가 중국 기업들이 발전하는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그것이 기업의 자주적 행위이냐, 아니면 정부가 배후에 있느냐는 겁니다.

美 “중국 정부 기업 지원이 문제”

마부바니=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학술계나 지식인 계층에서 대우를 못 받는 인물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죠. 그런데 아주 재밌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 조치를 내놓을 때마다 이런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인들은 중국이 공평한 경쟁을 하지 않고, 싸우지도 않고 이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중국은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기술적으로 분석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관념 속에 들어 있는 이런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쟁점 2 금융시장 개방

사회자=시진핑 주석이 이번 보아오포럼에서 금융 부문의 대대적 대외 개방을 선언했는데, 증권을 포함한 중국 금융 부문은 잘 준비하고 있나요. 리스크(위험)는 없습니까.

팡싱하이=충분히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개방을 하고 있고, 대폭 개방을 할 겁니다. 리스크가 있냐고요. 당연히 있죠. 대외 개방을 하게 되면 일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들어올 겁니다. 우리는 적절한 금융감독을 통해 이런 위험을 줄일 겁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외 개방으로 리스크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위험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中 “꾸준히 금융시장 개방 중”

사회자=중국 증권사들이 과연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경쟁할 수 있을까요. 만약 골드만삭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중국에 생긴다면 문제는 없나요.

팡싱하이=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중국 증권시장은 매우 방대하고, 다양한 수준의 업무 영역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들어와도 중신증권, 중진공사 등 중국 금융회사의 업무를 다 뺏어갈 순 없습니다. 당연히 수준 높은 글로벌 인수합병 같은 부문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더 많이 가져가겠죠. 그러나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비즈니스가 시범을 보이면, 중국 증권사들이 곧바로 배워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의 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겠죠.

사회자=솔직히 이번 금융시장 개방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밀린 것 아닌가요.

팡싱하이=전혀 아닙니다. 금융 개방은 예전부터 계속 연구해 왔던 것으로, 트럼프의 영향은 없습니다. 사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은 늦었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이 이런 개방을 촉진한다면, 우리는 그런 압박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사회자=트럼프가 이겼다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으십니까.

팡싱하이=중국 정부가 원래부터 시행하려던 정책인데, 조금 빠르게 추진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시장 개방 과정에서 금융 위기를 피하기 위해 먼저 국내 금융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고, 이에 성공했을 때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시장 개방은 정부 통제하에 천천히 이뤄져야 합니다.

역사를 보면 개발도상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한 후 금융 위기를 겪었습니다. 먼저 금융 서비스 시장만 여는 것은 자본시장을 개방했을 때 금융 위기가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이죠. 서비스 시장을 먼저 열어 중국 금융 서비스 회사들 수준이 높아지고, 외국 회사들로부터 많은 경험을 배울 겁니다. 우리 회사들이 강해지면, 다시 서서히 전체 금융시장을 여는 쪽으로 갈 겁니다. 이렇게 가야 대규모 금융 위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英 “자본시장 개방 시기 명시해야”

울프=금융 서비스를 우선 개방하고 자본시장을 개방한다는데 각 시장의 개방 시기를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2025년? 2025년에는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

팡싱하이=중국은 그 어떤 일을 할 때 ‘시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만약 시기에 맞춰 모든 일을 진행하려고 한다면 시기에 못 맞추는 일이 종종 생기죠. 다만, 저희의 방향과 목적은 견고합니다. 무얼 해야 하는지도 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바르게 나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방 시기를 정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울프=충분히 자신감을 갖게 되면, 그때는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는 거죠.

팡싱하이=그렇습니다.

쟁점 3 투자 환경

프리드먼=중국 창업 시장이 에너지 넘치고 근면하며 전체적 분위기도 매우 좋고 확실히 많은 혁신을 가져왔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미국 역시 에너지와 혁신, 열정이 넘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있고, 중국에는 텅쉰(텐센트), 알리바바가 있죠. 하지만 텅쉰과 알리바바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를 열 수 있지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주장 삼각주에 투자할 수가 없어요.

덩펑=투자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시스템 문제입니다. 저는 미국, 중국에 모두 투자해봤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이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는 부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진출하지 못하는 부문도 있어요.

美 “미국 기업 중국 진출 제약 많다”

푸위닝=저도 경험담 하나를 말하겠습니다. 지금 얘기하고 있는 투자 분야와 관련된 얘기입니다. 화룬그룹은 30년 이상 반도체 사업을 해왔어요. 2년 전, 저희는 미국의 한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려고 했습니다. 이사진과 얘기가 잘됐습니다. 우리는 그 회사가 거대한 중국 시장에 들어오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이후 미국 투자은행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라서 절대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고요. 이 회사 회장도 “화룬을 좋아하고 중국 시장도 좋아하지만, 미국 감독 기관이 기업 매각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있어요.

프리드먼=비슷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문제가 있어요. 또 애플 대 애플처럼 비교가 되는 규모의 회사끼리 비교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대규모 인터넷 기업들은 모두 중국 내 인터넷상에서 자유를 누리는데, 미국 기업들은 그러질 못해요.

사회자=중국 정부가 단순한 이유로 구글의 중국 진출을 막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중대한 국가 안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반드시 중국 정부와 협력해 정보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구글은 그것을 거절했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프라이버시와 안보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중국인들은 미국인보다 국가의 안정과 사회 질서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미국의 문화 전통은 개인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죠.

中 “중국 기업 미국 진출도 어렵다”

프리드먼=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정말 ‘이국양제(異國兩制)’인 것 같습니다. 양국은 서로 이익이 되지만, 정치 체제와 이념, 발전 단계 등이 모두 다릅니다. 지난 30년 동안은 이런 차이를 잘 관리해 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기업을 위해 자본을 투자하고 보조금을 지원했지요. 국제 경쟁에서 다른 규칙을 적용해 왔습니다. 중국이 마이크로칩 같은 게 아니라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때는 미국도 이런 부분을 용인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중국은 티셔츠나 배터리,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 같은 하이테크 제조업이 중국에서 발전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미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봅니다. 방금 우리가 토론한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지난 30년간은 ‘이국양제’가 잘 작동했고, 서로 용인해 올 수 있었습니다. 미래에도 그럴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단순한 무역 전쟁 정도로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쟁점 4 국유기업 특혜

사회자=완료 시점이 2035년이 될지 2025년일지 모르겠지만, 국유 기업 개혁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양웨이민=최종 목표는 없습니다. 개혁은 늘 계속되는 거니까요. 2020년에 국유 기업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설정된 목표는 없습니다. 여러 가지를 시험하고 탐색하는 단계지요. 어느 문건에서도 국유 기업 개혁에 대한 명확하고 완성된 그림은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아직 그림을 못 그렸으니까요.

中 “국유 기업 관리하는 건 당연”

사회자=그럼 국유 기업이 어떤 목표에 도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인 생각이 알고 싶습니다.

양웨이민=국유 기업이든 민영 기업이든 ‘일류 기업’이 돼야겠죠.

사회자=19차 당대회 보고서와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보고서를 보면 국가는 자본 문제만 관여할 뿐,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입니까.

양웨이민=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국유 기업을 관리해야죠. 관건은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는 것이죠. 사람, 업무, 자산 세 가지 모두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본 관리 중심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19차 당대회 때도 나왔지만 크고 또 강한 국유 기업일 필요는 없습니다. 규모는 이미 큽니다. 문제는 상당수 국유 기업의 부채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돈 빌려서 자산 규모가 커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이렇게 빚내서 글로벌 500대 기업 안에 드는 건 무의미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울프=서방에서는 중국이 시장경제가 맞느냐 아니냐는 논쟁이 있는데, 이 논쟁이 국유 기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유 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고, 일련의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대출 특혜를 받아 파산 우려가 없는 등 정부로부터 우대를 받고 있다고 하죠. 만약 국유 기업이 아니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겠죠.

닝가오닝=저는 국유 기업에서 30년 넘게 있었는데, 이런 얘기를 참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은행 관계자가 저를 찾아와서 돈을 빌려주거나 우대 혜택을 내건 적이 없습니다. 국유 기업이 은행에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이유는 뻔합니다. 다른 기업에 비해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고, 신용 등급이 높고, 대손 상각 문제도 없으며, 사기를 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국유 기업들도 내부적으로는 차이가 납니다. 신용 등급을 보세요. A급도 있고, B급도 있습니다. 채권을 발행할 때 6% 이자를 지급하는 곳도 있고, 3%의 이자를 지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英·佛·日·싱가포르도 예전엔 지원”

사회자=실제로 파산한 국유 기업이 있죠. 최근 둥베이특수강이 파산했죠.

푸위닝=화룬도 기본적으로 국유 기업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돈을 빌리러 갔을 때 국유 기업이어서 무조건 돈을 빌릴 수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현재 살아남은 중국 국유 기업은 경쟁력이 상당히 강합니다.

양웨이민=국유 기업으로 중국이 시장경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습니다. 2차 대전 초창기, 혹은 1960~1970년대 프랑스도 국유 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금의 중국보다 더 높았을 겁니다.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일본은 몇 년 전 LCD(액정 표시 장치) 회사 몇 곳을 합병했는데, 그 역시 국유 기업이었습니다. 만약 국유 기업이 없었더라면 일본 LCD 산업은 망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걸로 시장경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쟁점 5 中경제의 미래

사회자=중국의 지난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6.8%인데,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양웨이민=지금 당장의 현실로 봐서는 90점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70점으로 평가합니다. 단기적으로 6.8% 성장률을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거죠.

“성장률 둔화 속 장기 침체로 갈듯”

울프=금융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 측면에서 본다면 어떤 지표나 요소를 들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나요. 경제 운용이 성공적이라는 걸 어떻게 측정하나요.

사회자=2025년을 목표로 두고 중국 경제 운용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 봅시다.

양웨이민=어려운 질문이네요. GDP 증가율이 높으면 성공, 낮으면 실패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GDP 증가율로 판단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고 봅니다. 발전 단계가 달라진 거죠.

중국은 고속 성장 단계에서 고품질 성장 단계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고품질 발전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많은데, 최종적으로는 효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정한 돈을 투자했을 때, 온실가스 1t을 배출할 때, 에너지 1t을 사용할 때 이전보다 얼마나 더 생산할 수 있느냐는 걸 볼 수 있겠죠. 생산성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력 효율, 자본 효율, 환경 효율, 에너지 효율, 토지 효율 등등에서 전체적으로 한 단계 올라서야겠지요.

국유 기업과 민영기업, 외국인 기업 등으로 나눠서도 비중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재 민영기업들은 총매출, 취업자 수, 세수(稅收) 등 여러 측면에서 국유기업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40년 전 공업 기업은 100% 국유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80%가 민영기업이며, 세수의 60%가 민영기업에서 나옵니다.

팡싱하이=판단에 두 가지 중요한 기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 성공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건 부채 비율입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채 비율이 떨어지면서 경제가 연평균 5~5.5% 수준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환경오염도 반드시 대폭 감소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퍼거슨=중국의 금융 리스크는 아마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인구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어 성장률 둔화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인구 구성은 일본의 1990년대와 매우 비슷합니다. 앞으로 10~20년의 과도기에는 낙관적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장기 침체가 서서히 다가올 겁니다. 인구 노령화 속에 임금은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반드시 둔화될 겁니다.

이런 조건하에서 미국이 의도하든 아니면 자연 발생적이든 바짝 추격해 오는 중국을 교란하고, 이것이 중국의 일류 국가 대열 합류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겁니다. 이후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美 “고령화로 성장 둔화 불가피”

팡싱하이=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했는데, 저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중국의 성장 속도는 당연히 완만해지겠지만, 완만한 상태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할 것입니다. 중국은 일본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장기간 이런 공세 전략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미국 내에는 중국이 발전할 경우 유리해지는 이해 당사자가 많이 있어서, 우리가 이들의 이익을 확대해 나간다면 반드시 이 이익 단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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