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현대는 VUCA 시대… 호기심·SNS로 무장하고 세계로 뛰어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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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6.02 03:00

      [디지털 리더십]

      '뛰어난 리더가 되려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참석 전문가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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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서울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는 하버드대 아시안리더십센터가 ‘리더십의 재정의’란 세션을 개최했다. 연사로 나선 데이나 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 크리스앤드파트너스
      21세기 리더십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가. 그리고 위기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어떻게 피어나는가. 이런 화두(話頭)를 갖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교수들이 지난달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모여 고민을 나눴다.

      자기인식·호기심·협력정신

      현대사회를 종종 VUCA시대로 부른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앞글자를 딴 말이다. 케네디스쿨 데이나 본(Born) 공공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런 혼란의 시대에는 "자기 스스로를 정확하게 인식(self-awareness)하고 호기심으로 무장한 채 협력적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30년간 공군에서 복무하고 준장으로 예편한 군인 출신이다. 자기인식이란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남긴 유명한 말처럼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네가 특별한 사람이란 걸 항상 기억"하는 것이다. 호기심은 배우고 활동하면서 성장하는 원동력. 협력적인 자세는 '나(I, me)'에서 우리(we)로 기준점을 이동하라는 권고다. 본 연구원은 이런 특질을 새로운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봤다. 바꿔 말하면 가치관(Being), 지식(Knowing), 실천(Doing)이다. 존 맥스웰을 비롯한 여러 경영사상가들이 자주 인용하는 경구, "생각을 뿌리면 행동을 거둘 수 있고,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운명을 낳는다"는 걸 마음에 새기라고 본 연구원은 강조했다.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WEEKLY BIZ] 현대는 VUCA 시대…
      (좌측 사진) 데이나 본 케네디스쿨 연구원. (우측 사진) 로버트 리빙스턴 전임강사.

      소셜 네트워크는 지렛대(leverage)다. 로버트 웨인 리빙스턴(Livingstone) 케네디스쿨 전임강사는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1960년대 벌였던 '좁은 세상' 실험을 인용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당시 실험은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와 캔자스주 위치타 주민 160명이 보스턴에 사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몇 명이나 거치면 되는지를 알아본 것이다.

      조건은 자기가 아는 사람 중 그 보스턴 사람을 알 만한 사람에게 일단 편지를 넘기는 것. 그렇게 해서 160장 중 64장이 건너 건너 실제 보스턴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그 과정에서 평균 5.5명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금은 어떨까. 페이스북은 2011년 자사 사용자 중 전혀 모르는 두 사람도 4.74명을 거치면 연결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만큼 세상은 갈수록 더 연결되어 간다.

      리빙스턴 강사가 보기에 이런 환경에서 네트워크가 이뤄지는 양상은 두 가지다. 파벌형(clique)과 중개인(broker)형. 전자는 패거리나 무리를 지어다니는데, 마피아 같은 집단이 대표적이다. 후자는 미 독립전쟁 때 전령으로 무용담을 남긴 폴 리비어다. 그는 영국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파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녔는데 그때 그 마을에서 누가 이 소식을 가장 널리 퍼뜨릴 수 있을지 정확하게 포착해 전달했다. 중개인형은 어떻게 해야 영향력이 확산되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이런 이들이 가진 네트워크 특성은 다양성이다. 각기 다른 분야 종사자를 두루 알고 지낸다. 그래야 네트워크 확장성이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선 스폰서(sponsor)가 필요하다. 흔히 멘토(mentor)를 갈구하지만 멘토는 조언을 받고 힘들 때 기대어 울 어깨를 내주는 정도이지만 스폰서는 자신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존재다. 멘토는 수동적이고 스폰서는 능동적이며, 멘토가 선물이라면 스폰서는 동맹이다. 조직 안에선 멘토보단 스폰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라

      디지털 시대 지식은 빛의 속도로 증가한다. 인류의 지식이 2배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년에서 25년, 지금은 1년까지 단축된 상태다. 그 속도는 2025년이면 12시간까지 짧아진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러나 지식의 홍수 시대에 인류는 과연 당면한 문제에 대한 타당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는가. 스티븐 자딩(Jarding) 케네디스쿨 전임강사는 "공공분야에서 더 많은 리더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는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식물과 곤충이 대거 사라져 가고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다. 미 해군 제독 새뮤얼 로클리어는 "가장 무서운 적(敵)은 기후변화"라면서 해군 기지가 잠기고 함정들이 2배 가까이 잦아진 태풍으로 운항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이런 전 지구적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기업이 아니라 각국 정부다. 범 국가적인 협력과 리더십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자딩 강사는 "정부가 잘못한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뛰어들어라"면서 "이웃과 나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패러다임 변화기…적응력이 중요

      인공지능(AI)이 만개하면서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가 출현하는 특이점 시대엔 전과 차원이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사적인 문제가 생겨도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단 빅데이터를 돌려 AI에 해답을 물어보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전에는 지식의 속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적(technical) 리더십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세상에 맞춰 사는 적응적(adaptive) 리더십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탄생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지금, 삶의 변화와 인간·기계의 공존에 대해 전혀 다른 사고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티아스 리스(Risse) 케네디스쿨 교수는 "적응적 리더십은 체계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박스를 벗어나(out of the box)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폴트(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자신의 무능력을 철저히 해부해보고 변화를 함께 껴안으라는 충고다.

      사전부검(premortem)을 해보라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해 아수라장이 됐던 미 뉴올리언스. 시내에 위치한 유서 깊은 메모리얼 병원도 홍수로 전기가 끊기고 각종 물품 공급이 중단되는 등 고립무원에서 수일을 버티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부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의료진은 살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부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안락사시키기로 했다. 이들을 희생시켜 다른 다수의 생존가능성을 높이려는 안간힘이었다. 그렇게 45명이 숨졌다. 당시 의료진은 나중에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법원이 특수 상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했다.

      이들 행위가 정당했는지 여부를 떠나 메모리얼병원 사건은 조직의 위기관리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들은 이런 초대형 위기가 올 줄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순간순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숱한 허점을 노출했다. 마크 파건(Fagan) 케네디스쿨 전임강사는 "대개 조직에선 어떤 일이 끝나면 '사후부검(postmortem)'을 통해 평가하고 계획을 세우지만 위기 시에는 '사전부검(premortem)'을 통해 이런 상황이 가져올 결과를 극한적으로 예상해봐야 한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지금 있는 자원으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점검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