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때 받은 티셔츠 불황 때 걸레로 쓰는 직원들 보고 충격받은 HR팀장 패티 매코드는…

    • 김경준 부회장

입력 2018.06.02 03:00

'컬처 덱' 어떻게 탄생했나

/패티 매코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997년 DVD 우편 배송 대여 사업으로 시작, 현재 1억3000만명 가입자에 시가총액 1500억달러(약 161조원)를 웃도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을 일궜다. 헤이스팅스는 창의적 인재들이 모인 역동적 조직문화의 형성과 유지를 중시했다. 그래서 인사(HR) 담당 임원이었던 패티 매코드(McCord·사진)에게 넷플릭스의 가치와 지향점, 운영원칙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넷플릭스 컬처 덱'을 만들게 했다. 컬처 덱은 당초 내부용으로 만들어졌으나 점차 외부에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헤이스팅스는 2009년 이 내부 매뉴얼을 공개했다. 이후 컬처 덱은 '실리콘 밸리의 조직문화 바이블'이라 불릴 정도로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컬처 덱에는 창업 초기 화목하지만 결단력이 부족했던 스타트업 넷플릭스가 실력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 창의적으로 협력하면서 혁신을 주도하는 강한 조직으로 변모한 실전 경험이 압축되어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실리콘밸리에서 작성된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평가했다.

컬처 덱 작성의 주역이었던 패티 매코드는 HR 전문가로 일하던 30여년 동안 직원들이 회사 실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직원들은 호황기에 다양한 직원파티, 회사 티셔츠 배포,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부여에 환호한다. 그러나 불황기에 실적이 악화되어 주가가 떨어지면 은밀히 불만을 전파하고 티셔츠를 걸레로 사용하는 경우를 숱하게 목격했다. 이러한 변덕에 익숙한 그는 어느 날 한 외부행사에서 받은 명함에 '행복담당임원(Chief Happiness Officer)'이라는 직책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당혹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HR팀의 임무를 경기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치어리더가 아니라,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구성원에게 회사의 가치, 높은 성과의 기준, 성취의 의미를 일깨우는 역할로 규정한다. 자발성, 창의성, 자유와 책임 등 실리콘밸리 혁신 문화의 핵심 키워드를 담은 바이블은 이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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