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기자들이 찍은 세계 사진상 수상작 셋, 차이점은 무엇일까

    • 채승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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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9 03:00

      [채승우의 Photographic] (3) 퓰리처상 vs 세계보도사진상

      채승우 사진가
      채승우 사진가
      좋은 보도사진에 주는 상이 있다. 가장 유명한 건 '퓰리처상'과 사진기자들이 좋아하는 '세계보도사진(World Press Photo)상'이다. 두 곳 모두 수십 년 동안 좋은 사진을 골라 시상했다. 퓰리처상은 1917년 시작했으나 사진 부문은 1942년부터 상을 줬다. 세계보도사진은 1955년에 만들어졌다.

      한데 그동안 수상작들을 비교해보면 느낌이 뭔가 다르다. 퓰리처상은 뭘 보여주는 건지 좀 더 분명한데 비해, 세계보도사진은 뭔가 모호하고 어렵다고나 할까. 이런 차이는 왜 생겼을까?

      무엇을 전달할까 vs 어떻게 전달할까

      우선 퓰리처상은 사진에 주는 상이 아니라는 점을 짚어야 할 듯하다. 미국의 신문·방송 등 언론에 주는 상이다. 언론 부문 14개, 문학과 음악 부문 7개 상을 주는데, 언론 분야 안에 사진 부문상 두 개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사진 부문 수상작을 결정하는 기준으로도 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를 더 많이 따진다.

      퓰리처상을 '언론상'이라고 한다면 세계보도사진은 '사진상'이라 할 수 있다. 세계보도사진도 순전히 보도사진만을 대상으로 준다. 심사위원들도 모두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심사를 할 때, 언론으로서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을 따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가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사진을 이용해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따진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를 비중 있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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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퓰리처상 사진부문 수상작. 미국 시위 도중 자동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 / 퓰리처
      실제 수상작들을 비교해보자. 올해 퓰리처상의 수상작 하나는 미국 인권 시위 도중 반대파 차량이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다. 중요한 뉴스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그 중요한 순간을 잘 포착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피사체다. 사진가의 기술은 그것을 잘 포착하는 데 발휘되었다. '무엇을'이 중요하다. 그것이 퓰리처상이 사진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세계보도사진에서는 그동안 어떤 사진들이 상을 탔을까? 2011년 대상 수상작이 대표적인데, 한 여인의 초상 사진이다. 이 아프가니스탄 여인은 남편의 폭력을 피해 친정으로 도망쳐 왔다. 얼마 후 남편 가족들이 쫓아왔고 자신들의 가족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여인의 귀와 코를 잘랐다. 수상 발표 당시 국제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 선배가 질문했다. "왜 이 사진이 상을 받은 거지?" 마음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고, 특종도 아니었으며, 특별한 사람도 아니었다. '뉴스'라는 기준으로 보자면 이 사진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이라는 점에서는 그랬다.

      2011년 세계보도사진전 대상 수상작인 아프가니스탄 여성 사진./
      2011년 세계보도사진전 대상 수상작인 아프가니스탄 여성 사진. / 세계보도사진
      관심 줄어드는 세계보도사진상

      이 사진이 높이 평가 받은 이유는 '어떻게' 즉, '말하기의 방법'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이 피해자들을 보여주는 태도와 비교해보면 이 사진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불쌍해 보이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고, 상처를 강조하지도 않았다. 이 여인의 사진은 그 반대에 있다. 약간 비스듬히 선 자세, 카메라를 향한 시선, 얼굴의 표정. 바로 오랫동안 초상화가 사용해온 포즈이다. 남성들이 주로 모델이었던 초상화의 전형적인 형식을 이용해서 피해 여성을 찍었다. 이 사진의 형식은 사진의 내용과 충돌한다. 사진의 '방법'이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모든 사진기자가 똑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진기자들은 적어도 보도사진에서는 여전히 '어떻게'보다 '무엇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보도사진의 어떤 시도와 실험은 '지나치게' 실험적이기도 하다. 세계보도사진이 정말 매력적인 점은 이런 모습까지 상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종종 세계보도사진의 수상작 발표에 '명예상'이라는 것이 끼어 있다.

      2011년에는 두 개의 명예상이 있었다. 하나는 브라질 도심에서 벌어진 총격전을 바로 가까이에서 용감하게 촬영한 사진이며, 다른 하나는 거리에 나가기는커녕, 구글 스트리트 뷰를 움직이며 컴퓨터 화면을 촬영한 것이다. 세상에! 컴퓨터 화면을 찍어놓고 사진이라고? 한데 한편의 심사위원들은 이 사진이 요즘 세상을 더 잘 말한다고 생각했고, 거리 총격전에 대해서는 '사진의 할 일은 더 이상 증거가 되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진 모두 명예상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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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세계보도사진전 명예상. 브라질 도심 총격전을 구글 스트리트 뷰로 촬영했다. / 세계보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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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세계보도사진전 올해의 사진. 베네수엘라 시위 장면이다. / 세계보도사진
      올해 세계보도사진의 수상작도 발표되었다. 그런데 수상작에서 실험이 현저하게 사라졌다. '명예상'도 없다. 그 대신 2011년부터 멀티미디어 부문이 새로 만들어져 다른 시도들이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