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베트남처럼 발전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 슐리 렌 경제 칼럼니스트

입력 2018.05.19 03:00

[WEEKLY BIZ Column]

슐리 렌 경제 칼럼니스트
슐리 렌 경제 칼럼니스트
"핵을 없애겠다"며 나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금만 문을 연다면 북한이 베트남처럼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1986년 북한처럼 공산주의 국가였던 베트남은 이른바 '도이머이'라고 불리는 개혁·개방책을 들고 나왔다. 당시 베트남과 지금의 북한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 오히려 북한은 당시 베트남보다 더 부유하고 산업화가 잘돼 있기 때문에 앞선 출발선에 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의 베트남은 북한보다 경제 규모가 6배나 크다. 베트남은 이제 거대한 제조업 중심지로 성장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6.8%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투자자인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수출 총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투자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에 비해 북한의 경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북한이 문을 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기업들은 아마도 기꺼이 베트남에서 북한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문을 닫은 북한의 개성공단 자료를 보면 한국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면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엄청나게 낮아질 것이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이는 북한에 결정적인 기회다. 베트남을 보면 현재 외국으로부터의 투자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26%를 차지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북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해외 자본 유입을 GDP의 20%까지 늘릴 수 있다면 경제는 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이는 한국의 투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2016년 북한 GDP인 310억달러의 20%는 약 60억달러인데, 삼성은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170억달러 이상을 베트남에 투자한 바 있다.

남북한의 인구를 합치면 약 8000만명에 이른다. 이는 한반도를 자급자족 생산과 소비 강국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일부 전문가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면 한국 증시에 드리워진 악재가 걷힐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가치는 동북아 지역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30%가량 저평가돼 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킨다면, 펀드 매니저들은 밀린 일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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