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중국 '배달의 왕' 거침없는 하이킥… 창업 8년만에 34조원 유니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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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9 03:00

      中 음식배달업체 메이퇀뎬핑 돌풍

      지난 4월 중순 오포와 함께 중국 공유 자전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모바이크의 주인이 바뀌었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앱을 운영하는 메이퇀뎬핑(美團點評)이 37억달러(약 3조9660억원)에 모바이크를 인수했다. 창업 8년째인 메이퇀뎬핑의 기업가치는 현재 2000억위안(약 33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순위에서 메이퇀뎬핑은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이어 중국 내 3위이다. 중국에서는 이 회사의 배달 앱 메이퇀와이마이(美團外賣)를 통해 매일 50만명의 배달원이 1800만건의 주문을 받아 음식을 나른다. 세계 최대 음식 배달 앱이다.

      메이퇀뎬핑은 2010년 왕싱(王興·39)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공동 구매 사이트 그루폰을 본떠 창업한 메이퇀이 모태이다. 지난 2013년 배달 앱 시장에 진출했고, 2015년 10월 다중뎬핑(大衆點評)을 합병하면서 재출범했다. 왕 CEO는 지난 4월 푸저우(福州)에서 열린 '1회 디지털중국 건설 서밋' 연설에서 "예전에 부친이 창업한 시멘트 공장이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다"며 "지금 세대는 정보 고속도로 건설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푸젠성 최대 시멘트 업체를 창업했다. 왕 CEO는 '푸얼다이(富二代)'로 불리는 금수저 출신이지만 가업을 이어받지 않고, 직접 창업에 나선 촹얼다이(創二代)의 대표 주자로 통한다. 지난해 메이퇀뎬핑을 통한 거래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3600억위안(약 61조원)에 달했다. 중국 인구의 4분의 1인 3억2000만명이 메이퇀의 플랫폼을 통해 소비했다. 음식 배달을 포함, 호텔 예약, 학원 등록 등 각종 서비스 온라인 주문 건수가 하루 2700만건을 돌파했다.

      '창업'이 직업인 왕싱 CEO

      왕싱은 칭화(淸華)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장학금을 받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보통의 재벌 2세처럼 공부를 끝낸 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초 미국 델라웨어대학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아이디어와 용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그는 메이퇀을 창업한 2010년 이전까지 샤오네이왕(校內網) 등 5개 소셜 사이트를 창업했다. 평균 2년마다 한 번꼴로 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보다 1년 정도 늦은 2005년 시작한 샤오네이왕은 사용자가 급증하는데 뒷받침할 서버를 마련할 돈이 없어 1년 뒤 200만달러(약 21억4400만원)에 중국 첸샹후둥(千橡互動)에 팔렸다. 이후 런런왕(人人網)으로 사이트명을 바꾼 뒤 2011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2010년 9월 창업한 지 반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 메이퇀에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쿼이아캐피털이 1200만달러(약 128억6400만원)를 투자한 배경이다. 작년까지 8차례 투자를 유치하면서 왕싱의 지분은 10% 수준으로 내려갔다. 메이퇀은 1년 만에 중국 공동 구매 사이트 1위에 올랐다. 2015년 7월 호텔 등 여행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수천만달러를 들여 쿠쉰(酷訊)을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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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퇀와이마이 배달원이 주문 받은 음식을 싣고 있다.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후발로 나서 음식 배달 시장 석권

      메이퇀뎬핑이 음식 배달 앱을 내놓은 건 중국의 원조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어러머(餓了麽)보다 4년 늦었다. 어러머를 제치고 중국 최대 음식 배달 기업이 되기 직전인 2016년 말 'Eat better,Live better(더 잘 먹고, 더 좋은 생활을)'를 회사의 사명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8월 어러머가 바이두 와이마이를 인수하고, 알리바바가 올 들어 어러머를 완전히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메이퇀뎬핑의 높은 성장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메이퇀을 통해 음식 배달을 하는 식당은 2015년 50만개에서 지난해 270만개로 급증했다. 왕 CEO는 "왕은 백성을 하늘로 받들고, 백성은 먹는 걸 하늘로 친다는 옛말이 있다"고 말한다. 메이퇀이 제공하는 200여 종의 생활 서비스 가운데 음식 배달을 가장 중시하는 배경이다.

      메이퇀뎬핑은 단순한 배달 중개에 머물지 않는다. 식당 예약에서부터 지불, 평가 공유 등 모든 소비 과정은 물론 식당의 서비스까지 디지털화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맞춤형 식당을 소개하고 식자재를 배달해준다. 2년 전부터는 드론(무인기)과 무인 자율주행차로 배달하는 방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무인 배달 관련 특허 등 지식재산권만 60건 이상 출원했다. 메이퇀뎬핑은 올 3월 중순 베이징의 쇼핑몰 차오양다웨청(朝陽大悅城)에서 드론 배달 시험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9년에는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을 추진 중이다.

      메이퇀뎬핑은 배달원이 휴대폰을 쓰지 않고도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음성비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24만명의 배달원이 이용하는 이 서비스로 평균 배달 시간을 20%가량 줄였다. 왕 CEO는 음식 배달 시간이 평균 28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배후에 이 기술이 있다고 전했다. 6000명이 넘는 메이퇀뎬핑 엔지니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플랫폼 개발에 매달린 덕에 중국 전역의 700만개 식당 가운데 500만곳이 메이퇀뎬핑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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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한 포럼에서 왕싱 메이퇀뎬핑 CEO가 연설하고 있다. / 중국 발전기금 연구회
      '모바이크' 인수, 자전거 900만대

      메이퇀뎬핑은 모바이크 인수로 중국을 포함 전 세계 200여 개 도시에 2억명이 넘는 가입자가 이용하는 900만대의 공유 자전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40TB에 달한다. 메이퇀뎬핑은 이를 기초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빅데이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메이퇀뎬핑은 모바이크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인 디디추싱이 독점하다시피 해 온 차량 호출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작년 12월 조직 개편에서 교통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상하이·베이징 등 7개 도시에서 차량 호출 앱을 개통했다. 일상생활은 물론 여행할 때도 모든 서비스를 메이퇀뎬핑의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왕 CEO는 올해를 메이퇀뎬핑의 국제화 탐색 원년으로 본다. 메이퇀뎬핑은 올 들어 인도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스위기와 인도네시아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업체 고제크에 잇따라 투자했다. 하지만 인허가를 받지 않은 불량 식당, 음식을 먼저 시식하는 불량 배달원, 차량 호출 과잉 보조금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