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저임금 논쟁

    • 이정민 서울대 교수

입력 2018.05.19 03:00

최저임금 근로자 대부분 영세업체 근무
경영 합리화 통한 고용 증대 꿈도 못꿔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 인상한 7530원이었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벌써 2019년 최저임금을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 1만원을 달성하려면 내년에도 대폭 인상해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가파른 인상 폭은 우려를 자아낸다. 2017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10.2%로 과거에 비해 2배 증가했다. 그만큼 많은 근로자와 사업체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여유가 있는 우량업체라면 인건비 인상분을 당분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쉽지 않다. 어떻게든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고 전체 인력 운영도 효율화하려 할 것이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업체들은 해외 이전을 고려할 것이다. 어쩌면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기술혁신 계기로 작용해 미래 고용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영향권 안에 있는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노동시장 취약계층이 많고 영세업체일 확률이 높다. 절반 가량은 음식숙박업(25.7%)과 도소매업(18.5%)에 종사하고, 대다수(82.3%)가 30인 미만 사업체에 소속해 있다. 5인 미만도 절반이 넘는다. 이런 업체들에게 경영합리화나 기술혁신은 딴 세상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할까? 별 방법이 없다.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고용인원과 근로시간을 줄이고 부족한 인력은 가족 종사자로 대체할 것이다. 이마저도 힘들면 결국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다.

저임금 업종 이익률이 하락하면 창업률도 따라서 떨어진다. 새롭게 진입하는 업체가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면 창조적 파괴가 나타나겠지만 영세업체 위주로 구성된 업종에서 과연 그런 혁신이 나타날까. 결국 생산성 향상과 고용창출이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 보다는 영세업체 경영 악화와 일자리 감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올 상반기 최저임금이 미친 효과를 평가해 내년 정책 방향을 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 이후 평균적 효과를 추정하는 연구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2018년만 콕 집어 효과를 끄집어낸다는 게 가능할 거라 보지 않는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선 많은 데이터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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