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경매시장의 큐레이션

    •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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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9 03:00

      [Cover Story] 스토리텔링에 따라 작품 가격 달라져…

      '큐레이터'는 학예연구사란 뜻이다. 미술관이나 비영리 재단에서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미술관과 달리 화랑(갤러리)과 경매회사는 작품 판매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큐레이터가 아니라 딜러가 일을 한다. 같은 딜러지만 특별히 화랑에서 일하는 사람은 갤러리스트, 경매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스페셜리스트라 부른다. 이들은 큐레이터와는 확연히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최근엔 딜러들에게도 큐레이션 능력이 중요해졌다.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술 작품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매회사에서 '기획 경매'를 큐레이션 하는 경우는 첫째, 소장품의 순수한 물적 가치보다 이를 둘러싼 역사와 사람 이야기가 더 뛰어날 때다. 지난 8~10일 뉴욕 크리스티에서 벌어졌던 '록펠러 경매'가 좋은 예다. 뉴욕 현대미술관인 모마(MOMA)를 세운 록펠러 집안의 3세 데이비드 록펠러(1915~2017) 소장품 1550점을 경매, 낙찰총액 8억3200만달러(약8877억원)로 단일경매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경매에는 피카소, 마티스, 모네 등 대가들 작품도 있었지만, 이 부부가 전 세계에서 모은 그릇, 촛대, 도자기, 커프스, 지폐클립 등 자잘한 물품도 많았다. 크리스티는 수년 전부터 이 경매를 기획했고, "록펠러처럼 살자(Live Like a Rockefeller)"는 구호를 앞세워 이 집안이 현대 미술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리는 데 주력했다. 저가의 소품들은 온라인으로 경매하는 다양함도 보여줬다. 이 경매가 성공을 거두자 외신에서는 "록펠러 동화(fairy tale)가 마법을 일으켰다"(파이낸셜 타임스), "국제적 마케팅이 구매자들을 설득했다"(블룸버그)며 크리스티의 기획력을 높이 평가했다.

      새 미술시장 만들어 낼 때 효과

      둘째,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시장을 만들 때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홍콩 소더비는 2015년 '아방가르드 아시아: 한국 대가들의 선(Avant Garde Asia: Lines of Korean Masters)'이라는 기획경매를 했다. 한국 단색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는 교육적인 경매로 컬렉터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옥션이 시장 호황이던 2005년부터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커팅엣지'라는 경매를 기획해 컬렉터 베이스를 넓혔고, 2011년에는 저평가되어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낸다는 뜻으로 '언베일(Unveil)'이라는 경매를 해 성공했다.

      셋째, 불황일 때 경매에 관심을 갖게 하거나, 평범한 작품도 특별하게 보이게 하려면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홍콩 소더비는 오는 6월 8일 '큐레이티드(Curated: Turn it Up)'라는 제목으로 경매를 한다. 야요이 구사마, 다카시 무라카미, 로버트 인디아나 등 시장에 흔히 나오는 작가들 작품이지만, "아시아 젊은 컬렉터들 취향으로 큐레이션 했다"는 것을 앞세워, 컬렉터 세계에 입문하려는 아시아의 신흥 부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시장이 조용한 12월에 자선경매를 해서 낙찰액 일부를 소외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것도 그런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