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매년 날아오는 세계 최고 부자의 편지

입력 2018.05.19 03:00 | 수정 2018.05.28 16:33

빌 게이츠 제치고 세계 1위 부호 된 아마존 베이조스,
1997년부터 매년 4월에 연두 서한… 베스트셀러 경영서 능가하는 독자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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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오늘이 아마존의 개업 첫날(Day 1)입니다."

제프 베이조스(Bezos·54)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매년 투자자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첫날 정신'을 강조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도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존을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키워낸 베이조스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1995년 인터넷으로 책을 팔기 시작한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을 점령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배달 드론, 로봇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마존 시가총액은 올 들어 7770억달러(835조원)를 넘어섰고, 매출은 지난해 1779억달러를 기록했다. 아마존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베이조스는 자산 1120억달러(포브스 집계)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1위 부호 자리에 올랐다. 창업 2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아마존이 혁신 행보를 거듭하면서 총사령관인 베이조스가 1997년부터 매년 아마존 주주에게 보낸 편지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베이조스는 편지에 아마존의 사업 현황, 미래 계획 등을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쓴다. 길이는 평균 4~5장으로 짧은 편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 베이조스의 서한은 필독서로 꼽힌다. 베이조스 서한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매년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해 웬만한 베스트셀러 경영 서적보다 깊이와 시의성이 있다는 평가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장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1997년 편지를 매번 첨부해서 보낸다. 그가 20년 전부터 주창해온'첫날 정신'은 크게 고객 중심 경영, 높은 기준, 빠른 의사결정, 혁신에 대한 투자가 주된 내용이다.

①고객 불만을 혁신 원동력으로

"제프, 둘째 날(Day 2)은 어떤 모습인가요?" 창업 이후부터 첫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베이조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2017년 서한에서 제시했다. 그는 "둘째 날은 정체이고, 고통스러운 쇠락과 죽음이 뒤따른다"면서 "그래서 아마존에서는 항상 첫날이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첫날의 활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베이조스는 베이조스는 거대한 조직에서 첫날 정신을 지켜내는 방법으로 온전히 고객에만 집중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베이조스는 "고객의 장점은 불만이 많고 기대치가 머무르지 않고 높아져만 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도 만족할 줄 모르는 고객이야말로 기업의 혁신과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베이조스는 이틀 내로 제품을 무료 배송해주는 서비스 프라임(Prime)의 사례를 들면서 "고객은 스스로 만족한다고 생각할 때도 더 좋은 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아무도 프라임을 요구한 적은 없지만 알고 보니 고객이 원하던 서비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끊임없이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발전을 이끌어낸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이 2005년 선보인 프라임은 올해 유료회원 1억명을 돌파했다.

②기준을 계속 높여라

베이조스는 늘어만 가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아마존의 서비스는 물론, 아마존에서 일하는 인재의 역량도 계속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1997년 편지에서 "까다로운 채용 기준은 아마존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라고 했다. 이듬해 서한에서는 채용할 직원이 존경할 만한 사람인지, 조직의 평균 성과를 높일 사람인지, 적어도 한 분야에서 수퍼스타급 능력을 보유했는지 등 3가지 기준을 참고한다고 밝혔다.

올해 서한에서 베이조스는 성과의 기준을 높이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물구나무서기 일화를 소개하면서 높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도 현실적인 판단 능력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은 물구나무를 서기까지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일 연습해도 6개월이 걸린다"면서 "2주 만에 해내려고 하면 결국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③의사결정은 70% 정보로 신속히

조직에 관료주의가 자리 잡는 순간 혁신은 더뎌진다. 절차가 많아지면서 의사 결정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조스는 창업 초기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쓴다. 그는 "첫날 정신을 지키려면 우수한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정보가 70% 정도 모였을 때 판단을 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정보를 90%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었다"고 조언했다. 불완전한 결정은 수정해나가면 되기 때문에 느리게 내린 완벽한 결정보다 낫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절대 일방통행식 의사 결정 과정을 사용하지 말라"면서 "결정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리더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실행하는(disagree and commit)'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베이조스는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만드는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안한 아이디어에 만족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신속한 제작을 위해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추진해보라"면서 기회를 줬다. 그 결과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지금까지 오스카상, 에미상 등 최고 권위의 영화·드라마 시상식에서 20여개 상을 수상했다.

④혁신에 끝없이 투자하라

베이조스는 2015년 서한에서 기업에서의 혁신을 야구 경기에 비유한다. 그는 "야구 방망이를 세게 휘두르면 삼진아웃도 많이 당하지만, 그중에는 홈런도 친다"면서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차이가 있는데, 야구는 아무리 홈런을 쳐도 1·2·3루를 거쳐 홈으로 4번 달리는 데 그치는 반면, 사업은 여러 시도 끝에 홈런을 치면 1000번 이상 달릴 기회를 얻는다"고 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이런 시도를 거듭하는 '발명 기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도전의 결과물로 클라우드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들었다. 현재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다. 그는 '홈런'의 횟수를 늘리려면 외부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베이조스는 "실패와 발명은 패키지로 오기 때문에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에서 혁신도 나온다"면서 "아마존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무인 편의점, 드론 배송, 인공지능 등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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