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큐레이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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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9 03:00

        [Cover Story] 박소령 퍼블리 대표

        "검색이 늘어나면 큐레이션이 필요하게 된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 소속 베네딕트 에반스 파트너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문구다. 뭔가 단순한 아이템을 찾고 있다면 구글에서 검색하면 된다. 하지만 뭔가 더 의미 있는 정보체계를 '발견'하려 한다면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선별해서 추천하는 큐레이션 시장은 영화·음악에서 패션·뉴스·음식 등 산업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정보·콘텐츠 과잉 시대에 남다른 가치를 찾아 헤매는 소비자들에게 큐레이터가 구원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깨끗하고 많은 데이터가 핵심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큐레이션을 해주는 기업은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2011년 출범한 토종 벤처기업 왓챠(Watcha)가 대항마를 자처하면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관람한 영화에 대해 별점 평가를 남기면 이를 바탕으로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받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개인에게 더 즐거운 문화 경험을 만든다"는 게 모토다. 왓챠 박태훈 대표는 "깨끗하고 많은 데이터가 핵심"이라 말했다. 고객이 뭘 봤는지, 끝까지 봤는지, 별점·리뷰는 뭘 남겼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할수록 만족도가 높은 추천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왓챠는 큐레이션 과정에서 '고객이 싫어하는 걸 보이지 않게 한다'에 초점을 맞춘다. 고객이 좋아하는 걸 추천하고, 싫어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 건 큐레이션의 기본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걸 추천 못 할 수는 있지만 싫어하는 걸 추천하면 큐레이션에 대한 고객 만족도와 신뢰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음악은 인간·기계가 병행

        영상과 함께 큐레이션 산업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건 음악 시장이다. 음악은 영상과 특성이 다르다. 소비자가 콘텐츠 소비에 사용하는 시간은 3분 안팎.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이 영화·드라마보다 적다. 짧은 단어와 문장, 미묘한 뉘앙스로 구성된 가사를 기계가 분석하기란 쉽지도 않다. 더욱이 새로 나온 음악을 듣기보다는 대중적인 히트곡, 히트곡보다는 옛날에 듣던 익숙한 음악을 듣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최근 음악 청취 관련 데이터 분석 결과다.

        이 때문에 음악 콘텐츠 시장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자동 큐레이션과 인간이 추천하는 수동 큐레이션의 결합으로 진전되는 모양새다. 후자는 유명인과 기업, 인플루언서, 전문가들이 일종의 'DJ(디스크 자키)'가 되어 자신이 고른 음악들을 선곡 목록으로 만들어 추천하는 방식이다. 애플 뮤직에 가면 '제이슨 므라즈의 추천 명곡', '나이키가 추천하는 Just Do It. Sunday'를 들을 수 있고 네이버 뮤직에선 '기분 전환에 좋은 신나는 드라이빙', '가끔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와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스포티파이에 대해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차우진 음악 평론가는 '자신의 음악 취향이 무엇인지 스스로 잘 아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라 평가했다. 스포티파이도 자동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인간이 추천하는 큐레이션을 병행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스포티파이에서 2015년부터 자신의 음악 리스트를 공개했고, 올 2월 밸런타인데이에는 부인 미셸 오바마가 남편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선물로 만든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업 모델 따라 큐레이션도 다양

        차우진 평론가는 음악 시장에서 장기적으로는 큐레이션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포티파이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모델인 반면, 애플 뮤직은 매출에 집착하지 않고 사용자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묶어서 음악 콘텐츠를 활용하는 게 목표다.

        이제 콘텐츠 큐레이션은 상품 특성, 소비 패턴, 비즈니스 모델 등에 따라 다르게 분화하고 있다. 책과 뉴스는 영상·음악과는 또 다른 형태로 큐레이션 모델을 발전시킬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고객에 집착하는 서비스(customer obsession)를 구현하는 곳이 누구도 가지 못했던 새 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