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연평도 포격때 불발' 딛고 개량 거듭… 세계 자주포 시장 절반 장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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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19 03:00

      유용원의 Defenomics <3> 세계화 전략으로 부활한 K-9 자주포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지난달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DEFEXPO INDIA 2018'에 한화지상방산이 수출한 K-9 자주포 '바지라'('천둥'의 힌디어)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7년 K-9 자주포 100문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수출이 이뤄진 것이다. K-9 초기 인도분 10문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90문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 인근 탈레가온의 L&T 공장에서 한화지상방산의 기술 지원을 받아 생산될 예정이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에 따라 전체 부품의 50%는 인도에서 조달된다. K-9 '바지라'는 우리 육군과 해병대가 운용 중인 K-9 '천둥'(선더) 자주포를 인도의 더위와 사막 지형 등을 고려해 개량한 것이다.

      42개국 200여 개 이상의 방산 업체들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는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참석해 K-9 '바지라'에 직접 올라가 보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오는 6월 초에 K-9 '바지라' 1차 생산분 25문이 인도군에 처음 인도될 예정인데 현지 언론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인도군의 표정을 전하고 있다. 그동안 인도군의 무기 도입은 각종 문제로 10~20년 이상씩 걸리는 것이 예사였는데 이번 K-9 도입은 국제 입찰 공고부터 정식 인도까지 6년도 안 걸리는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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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현국
      K-9 자주포의 수출 행진은 인도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핀란드(48문), 노르웨이(24문) 등 북유럽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올렸다. 1999년부터 양산된 K-9은 2001년 터키에 총 280문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동유럽 방산 강국인 폴란드(120문) 수출에 성공했다. 올해엔 에스토니아 수출 계약 체결이 확실시된다. 지금까지 총누적 수주 금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K-9은 지난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4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총 572문이 수출돼 독일 PzH 2000(189문), 프랑스 카이사르(CAESAR·175문), 중국 PLZ-45(128문)를 크게 앞섰다. 독일 PzH 2000은 발사 속도 등 일부 성능에서 K-9보다 우위에 있는 세계 최강의 자주포로 평가받아왔지만, 수출 실적에선 K-9에 뒤진 것이다.

      K-9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 6문 중 2문이 북한 포사격 충격으로 인한 전자회로 장애 때문에 작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불량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계 수출 시장에서 잇따라 승전고를 울리며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①고객 요구 맞춰 수출 방식 바꿔

      K-9은 최대 사거리(40㎞), 사격 속도, 기동 능력 등 핵심 기능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퀴 달린 차륜형 자주포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도로 밖의 야지 기동과 화력, 방호 능력 부문에서 훨씬 뛰어나다. 가격도 1문당 40억원으로 독일 PzH 2000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수출 대상국의 상황과 요구에 맞는 맞춤형 수출 전략도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핀란드 수출의 경우 예산이 부족하자 새 자주포의 절반 가격으로 한국군이 쓰던 중고 K-9을 정비해 수출했다. 중고 K-9의 수출은 처음이었다. 우리 육군에서 사용한 지 12년이 지나 전면 정비를 해야 하는 자주포를 핀란드에 수출하고, 우리 육군에는 신형 자주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핀란드와 우리 육군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윈-윈(Win-Win)' 모델을 만든 것이다. 폴란드에는 차체만 수출되고 있다. 방산 강국인 폴란드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중국에 맞서는 군사 강국인 인도에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부응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②정부·군이 해외 바이어 접촉 지원

      수출 추진 과정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육군, 현지 대사관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회사 및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정부는 정부 간 고위급 회담, 방산군수공동위 등 협의체와 행사에 업체가 참여할 기회를 계속 마련했다. 육군은 해외 시험 평가 및 국제 전시회 마케팅에 필요한 K-9 장비를 적극적으로 빌려줬다. K-9 자주포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방산전시회(AUSA)에 참가해 미국 본토 상륙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육군의 지원 덕택이라는 분석이다. K-9 도입을 검토하는 외국 실사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에도 K-9을 사용하는 야전부대와 육군 포병학교,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은 자주포 운용 시범을 보이고 실제 운용 사례를 가감 없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에 도움을 줬다.

      ③제작 공정 자동화해 원가 절감

      K-9은 1998년 1차 양산 계약 이후 2017년 11차 계약까지 약 20년간 생산돼왔지만, 장비 가격 상승률은 6.4%에 불과했다. 공정 자동화와 현장 개선을 통해 작업 인력을 매년 감소시키고, 단순 가공 등 일부 공정을 중소기업에 위탁해 원가 절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1차 양산 계약 당시와 비교하면 인건비는 2.8배나 올랐지만 작업 인력은 75%가 줄었다. 국산화율을 2000년 67%에서 2017년 79%로 개선한 것도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됐다.

      한화지상방산 측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선행 검증을 하면서 핵심 공정 기술을 자체 확보했다. 또 사전 예측 시스템을 통해 위험을 예방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작 능력을 높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양산 물량이 최초 계획보다 375%나 늘어나 1000여 문을 생산한 것도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④빅데이터 활용해 품질 개선

      K-9은 야전에 배치된 뒤 설계 단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품질이 개선됐다. 그 결과 K-9의 연간 애프터서비스 건수는 2014년 1문당 0.49건에서 2015년 0.45건으로, 2016년에는 0.39건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한화지상방산은 "약 1100개 사에 이르는 협력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부품이나 제작 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품질을 높였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작지 않다. K-9 자주포 생산 과정에서 협력 업체를 통해 모두 일자리 2만4000여 개가 생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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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4월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방산전시회 ‘DEFEXPO INDIA 2018’에서 K-9 ‘바지라’에 직접 올라가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지상방산
      "교육 훈련과 운용 노하우도 수출해야"

      하지만 K-9의 수출 시장이 계속 확대돼 세계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해결돼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한국군의 K-9 자주포 도입이 내년 말 끝나 대규모 신규 생산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수출 물량만으로는 협력 업체와의 공급망 유지가 어려울 전망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지상 장비의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여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무기만 파는 게 아니라 교육 훈련, 후속 운용 유지 관련 서비스 등도 포함한 패키지 수출 방식을 취해야 부가가치가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