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로기 사장은

입력 2018.05.19 03:00

영업사원으로 입사 회사 내부서처절한 싸움
'배신자' 악평 들으며 판매권 양도하고 로열티 수입 끌어내

일본 상업계에서는 반토(番頭·지배인)라 불리는 전문경영인이 상점 전반 경영을 책임지고 운영한다. 1999년 위기 극복을 위해 취임한 시오노 모토조(塩野元三·현 회장) 시오노기제약 사장도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회사 개혁을 꾀했다. 시오노 당시 사장이 발탁한 반토, 즉 전문경영인이 데시로기 이사오(手代木功) 현 사장이다.

데시로기 사장은 도쿄대 약학부를 졸업했다. 어릴 때는 수업시간 내내 어떻게 운동장에서 놀까만 고민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2시간 정도 걸리는 시약 효과 실험시간을 어떻게든 3분 이내로 줄일 수 있을까 하고 요령을 피운 그저 그런 수재였다.

마작에 빠져 지내기도 하는 등 모범생은 아니었다. 약학부에 입학한 이유도 사람들이 헌혈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어지러울 정도로 비위가 약해 의사가 되기는 어려워, 약학부에 가서 약사 면허를 취득해서 편하게 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시오노기제약 입사 당시 희망 부서도 연구 부문이 아닌 영업 부문이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오랜 전통을 가진 제약회사의 연구·개발 부문을 개혁해 죽어가던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데시로기 사장은 회사 내부 사람들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면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만행'이란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한 항HIV약에 대한 개발과 판매권을 양도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한 뒤엔 '배신자'란 악평에 시달렸다. 2008년에는 1500억엔을 주고 사들인 미국 제약회사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실적이 악화, 시오노기제약 주가까지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경영자로서 실격'이란 질책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오노기제약은 이런 사업 재편 과정을 통해 창약형 제약회사로 변신이 가능했다. 또 신약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 위험을 줄이고 대신 안정적인 로열티 수입으로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수출이 늘고 부실했던 해외 자회사도 안정됐다.

"경영에는 끝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 경영입니다."

데시로기 사장은 "시오노기제약이 지금까지 한 번도 개혁해 본 경험 없이 정체되어 퇴화해 버린 측면이 있다"며 "강점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진화해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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