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하나의 유럽'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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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05 03:00

      [Cover Story] 국내 지지도 하락까지 겹쳐… 메르켈, 격랑의 유럽 경제 어떻게 헤쳐 나갈까

      클레멘스 퓌스트
      '하나의 유럽은 지속 가능한가?' 클레멘스 퓌스트(Fuest·49) 독일 Ifo경제연구소장은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28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이 다르고 동유럽·북유럽에서 통합 반대 움직임도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유럽 통합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럽 통합을 위해 가장 앞장선 인물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후퇴하면서 '하나의 유럽'을 향한 여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퓌스트 소장은 지속적인 유럽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2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EU의 발전 방안에 대해 회원국 간 합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하나의 유럽에 반기를 들고 있다. 특히 헝가리는 반(反)난민 정책과 민족주의를 내세운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4선에 성공하면서 서유럽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동유럽·북유럽, 통합 반대 움직임

      퓌스트 소장은 "북유럽 국가들도 통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럽연합 내 자원의 재배분을 원할 것"이라며 "각기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있어 공통된 개혁안을 만들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설령 국가 간 합의를 통해 공통된 개혁안을 만들더라도 국가별로 적용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주요 개혁을 추진하려면 EU 조약을 수정해야 하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조약을 수정하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 그는 재정 위기, 난민 문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유럽의 현재 상황이 통합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퓌스트 소장은 "특히 브렉시트와 유로존 개혁에 대한 논쟁은 확실히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진전을 이루기가 어렵다"면서 "독일 내에서는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유로존의 정치·경제적 안정과 다음 경제 위기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28개 회원국이 동시에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원국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는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부 회원국이 공동의 정책을 추진한 뒤 여건이 되는 회원국이 나중에 합류하는 식이다. 그는 "예를 들어 독일과 프랑스가 군사 조달 등 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할 수 있으며, 원할 경우 다른 국가들도 가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럽통합 속도 예상보다 더딜 듯

      국내외 상황으로 위기에 빠진 메르켈 총리를 대신해 최근 EU 통합과 개혁에 나선 인물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EU의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EU 재무장관'을 신설하고,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통합 예산안을 짜는 방안을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EU 리더십이 독일에서 프랑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퓌스트 소장은 "독일과 프랑스 그 어느 국가도 EU의 리더 역할을 혼자 도맡을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두 국가 간 협의 과정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같은 국가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을 서둘러서 회원국을 잃는 것보다 천천히 진행하는 편이 낫다"며 통합 유럽을 향한 행보가 예상하는 것보다 많이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