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그리스 사태·무역전쟁… 철녀는 외롭다

입력 2018.05.05 03:00

[Cover Story] 국내 지지도 하락까지 겹쳐… 메르켈, 격랑의 유럽 경제 어떻게 헤쳐 나갈까

브렉시트와 난민 사태, 미국과의 무역 전쟁 등으로 유럽 경제가 소용돌이치면서 유럽의 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고민에 빠져 있다. 13년간 유럽 통합의 선봉에 서 왔던 그가 독일 국민들의 반발 속에서 통합 유럽의 지도자 역할을 이어갈지 관심거리다.
브렉시트와 난민 사태, 미국과의 무역 전쟁 등으로 유럽 경제가 소용돌이치면서 유럽의 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고민에 빠져 있다. 13년간 유럽 통합의 선봉에 서 왔던 그가 독일 국민들의 반발 속에서 통합 유럽의 지도자 역할을 이어갈지 관심거리다. / 로이터·게티이미지
앙겔라 메르켈(Merkel) 독일 총리가 지난 2월 독일 공영방송 ZDF에 출연했다.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지지율이 10%나 빠지는 등 허망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유럽에 몰려드는 난민들에게 포용적 정책을 편 후유증이다. 이후 다섯 달 만에 간신히 야당인 사회민주당(SPD)과 연합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를 설명하고자 텔레비전에 나온 것이다. "그것(사회민주당과의 연정)은 괴로운 결정이었습니다. 무슨 대안이 있었겠습니까." 얼굴에서 번민이 묻어났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리더다. 1990년 36세에 독일 내각 장관으로 발탁되고, 2000년에는 독일 역사상 최초로 정당(기독민주당)의 여성 당수(黨首)가 됐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해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치른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장기 집권 기반까지 갖췄다. 취임 당시 저(低)성장, 저투자, 재정 악화에 실업률은 12%나 됐던 독일 경제를 13년 만에 실업률 3%로 낮추는 등 되살렸다.

지난 2016년 5월 리비아 해안 에서 뒤집힌 난민선.
지난 2016년 5월 리비아 해안 에서 뒤집힌 난민선. / 로이터
'엄마표 리더십' 시험대에

독일은 유럽 1위의 경제 대국이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리더이기도 하다. 메르켈 총리는 집권 이후 유럽 통합의 선봉에 섰다. 미국 수준의 유럽합중국 건설이라는 꿈도 꿨다. 2005년 총리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속에서도 통합 유럽을 지켜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하기로 결정하면서 '하나의 유럽'은 꼬이기 시작했다. 영국이 EU에 냈던 분담금을 상당 부분 독일이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 유럽연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EU 회원국도 도와줘 살려내야 한다. 하지만 독일 국민은 "도대체 왜 우리가 가난한 나라를 돕느라 세금을 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독일 총리의 역할과 통합 유럽을 유지해야 하는 유럽 지도자의 대의가 메르켈 총리 머릿속에서 모순을 일으키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메르켈 총리는 여전히 '하나의 유럽'을 지지한다. 강대국 수반이라고 해서 권위적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부드러움으로 통합 유럽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이 '엄마표 리더십'은 통했다. 하지만 격동하는 유럽 경제는 외로운 지도자 메르켈의 리더십을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그는 먼저 영국의 EU 탈퇴에 동요하는 다른 EU 회원국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8년 동안 끌어온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도 마무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쏜 무역 전쟁의 화살도 막아내야 한다. 유럽연합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를 경제 제재해야 하지만, 동시에 독일 국민을 위해서는 러시아산 값싼 천연가스 도입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난민 배분을 둘러싼 유럽 회원국들의 갈등은 '메르켈 모순'을 폭발시키고 있다. 통합 유럽의 지도자로서 유럽의 인도주의 정신을 고수해야 하지만, 난민 포용 정책에 모국(母國)인 독일의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한 석도 없었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작년 9월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올라섰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CDU·CSU)의 의석은 311석에서 246석으로 크게 줄었다.

2015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은행 영업 재개를 기다리는 노인들.
2015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은행 영업 재개를 기다리는 노인들. / AP 뉴시스
통합 유럽 vs 독일… 고민하는 메르켈

메르켈 총리는 통합 유럽을 유지하고 독일의 국익도 보호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4월 27일 백악관 방문이 단적 사례이다. 메르켈 총리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자동차와 유럽 철강 제품을 향한 무역 공세 화살을 거두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과연 통합 유럽의 지도자와 독일의 총리, 이 두 가지 임무 완수에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WEEKLY BIZ는 '유럽 분열'로 충격을 준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2주년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의 처지에서 격동하는 유럽 경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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