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신규 주문이 쌓인다는데 그는 왜 공장 바닥에서 잠을 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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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05 03:00

      [Book Review]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혁신의 상징'으로 거론되던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위기에 빠졌다.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테슬라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강등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상황이 심각할 때에는 집에서 샤워할 시간이 없어 공장에서 자는 데 소파가 좁아 바닥에서 잤다"고 털어놨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시사한다.

      생산량 많아야 경쟁력도 높아져

      테슬라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 차질'이다. 지난 2017년 여름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출시됐을 때,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3만5000달러(약 3755만원)에 1회 충전 주행거리 220마일(약 354㎞),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5.6초에 불과한 첨단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 예약 물량이 40만대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주문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애초 테슬라는 매주 모델 3를 5000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지만, 실제 1분기 전체 생산량은 9285대에 그쳤다. 1주 773대에 불과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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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로이터
      주문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소비자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적자 기조가 만성화될 위험이 높아진다. 테슬라와 같이 거대한 설비를 갖추고 동일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기업들은 생산이 늘어날수록 생산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생산 초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또 고금리 부채를 상환할 여력을 지니게 된다. 반면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나가지 못하는 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난 속에서 말라버릴 위험에 노출된다.

      이처럼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생산단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학습곡선'이라고 지칭한다. 일본 경영학자 이리야마 아키에는 저서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에서 학습곡선이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강조한다. 원래 학습곡선은 학생들 학업성취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제품 생산 과정에 더 들어맞는다.

      예를 들어 신형 항공기 첫 번째 제품 생산에 비용 1000억원이 필요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2대째를 조립할 때는 이미 한번 조립해봤으니 협업 노하우가 축적될 것이고, 나아가 더 효율적인 작업 여건을 만든다면 단위당 생산단가는 800억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 생산량이 배가 될 때 생산 단가는 20% 절감된다.

      주문 쇄도에 웃음 짓던 테슬라

      그리고 다시 3대째 생산할 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생산량을 늘려나갈수록 경쟁력이 개선되고 수익성도 나아진다. 이런 속도로 계속 생산단가가 하락하면, 1000대 생산할 때 단위당 생산비용은 100억원 정도로 떨어진다. 물론 이렇게 장기간 생산단가를 꾸준히 떨어뜨릴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1000여 개가 넘던 미국 자동차 회사 중 현재까지 이름을 남긴 회사가 3개에 불과한 이유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떻게 이런 대단한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서울대 이근 교수 등이 쓴 책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은 기존 패러다임이 바뀔 때 신생 기업이 새로운 강자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1979년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연료 절약형 소형 승용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당시 GM이나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는 대형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었기에 기호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없었다. 반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기업은 미국 현지에 소형차 공장을 건설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테슬라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일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책을 보면, 고유가 환경이 이어지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에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당시 생산되던 전기차는 소비자 기호에 맞지 않았다. 대부분 소형 전기차를 어떻게든 값싸게 팔려고만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테슬라는 '로드스터'라는 값비싼 스포츠카를 생산해 제값 받고 파는 전략을 밀고 나가면서 전기차 시장의 총아로 설 수 있었다.

      생산 효율 개선에 실패해 비틀

      그렇다면 테슬라가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는 뭘까. 생산량을 끝없이 늘리고 더 나아가 학습곡선을 원활하게 타기 위해서는 생산 모델 종류가 적어야 한다. 학습곡선이 발생한 핵심적인 원인이 '학습'이기에, 동일한 일이 반복되며 근로자들이 일에 익숙해지고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끊임없이 신모델을 내놓았다. 로드스터 같은 스포츠카에서 고급형 승용차인 모델S, 그리고 저가 양산차인 모델3까지 지속적인 신제품이 출시되니 근로자들 생산 효율이 개선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높은 이직률이다. 머스크는 로봇을 이용한 공장 자동화를 통해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는 좋지 않았고 해고도 빈번했다. 학습곡선을 타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 능력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같은 사람들이 동일한 제품을 반복해서 조립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단축되고 더 효율적인 길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런 점을 간과했다. 테슬라는 결국 자동조립 생산에 대한 의지를 꺾고 생산공정을 새롭게 구성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