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물러난 아스널 벵거 감독이 남긴 것

    • 테리스 라파엘·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8.05.05 03:00

[WEEKLY BIZ Column]

테리스 라파엘·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테리스 라파엘·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널의 프랑스 출신 감독 아르센 벵거(Wenger)가 지난달 물러났다. 68세.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축구 산업계가 너무 빨리 변하면서 그렇게 됐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22년간 아스널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04년 무패 우승을 포함해 프리미어리그 3회 우승, FA컵 7회 우승 등 업적을 일궜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축구 감독이라기보다는 교수라는 별명이 더 어울린다. 그의 영향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비보다는) 공격과 패스에 집중하는 전술을 통해 축구계 흐름을 바꿔 놓았고, 선수를 영입하기 전 각종 통계 자료를 처음으로 활용한 감독 중 하나다. 팀을 키우기 위해 검증된 우수 선수를 영입할 건지 유망주를 키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27~28세 우수 선수를 사들이는 건 쉽고 확실한 전략이다. 하지만 우린 다르게 나아갔다. 16세부터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면서 아스널정신을 심어줬다. 그게 특별했다. 성공하기 위해 하나의 방법만이 있는 게 아니란 걸 믿게 했다."

벵거의 퇴장은 급속히 변하는 영국 축구산업에 대해 많은 걸 시사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엄청나게 성장했다. 2014~2016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 영업이익은 22억4000만달러로 이전 16년 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벵거는 외국 자본이 프리미어리그에 투자하는 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했지만 실제론 전혀 달랐다.

벵거는 합리적인 재정 정책으로 구단을 운영하려 했지만 막대한 자본으로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다른 구단에 밀리기 시작했다. 아스널은 지난 14년간 리그와 컵대회, 유럽 대항전 등에서 거의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언론은 이를 비판했고 팬들은 아스널이 우승권에서 멀어지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벵거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 벵거는 단지 축구 감독이라기보단 지역사회 공동체를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축구용품과 후원경기를 주선했고, 화재 진압에 고생하는 소방관 400명을 경기에 초청하기도 했다. 벵거가 물러나면서 아스널 홈페이지에는 '고마워요 아르센 벵거(Merci Arsene)'이란 문구가 나붙었다. 벵거는 과연 옳았는가. 그건 끝나지 않는 논쟁거리다. 벵거는 물러났지만 팬들은 맥줏집에 둘러앉아 벵거에 대해 설전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게 벵거가 남긴 유산인 셈이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View & Outlook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