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USTR '스페셜 301조' 보고서, 균형감 필요하다

    • 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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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05 03:00

      [WEEKLY BIZ Column] 자국 산업 지원도 모든 국가에 공통

      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외견상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3월 이른바 '스페셜 301조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139개 각주에 5개 항목 부록이 붙은 182쪽짜리 보고서는 기술 이전과 혁신, 지식재산권 등과 관련한 중국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 단호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실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조심해서 봐야 한다. 핵심 대목에서 부정확한 내용이 여기저기 눈에 띄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투자는 미국에도 유리

      먼저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핵심 기술이나 노하우를 강제로 넘기도록 종용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중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세계 각국이 '조인트 벤처(JV)'란 이름으로 기업을 확장하고 새 성장 모델을 찾기 위해 타국 기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가운데 빈번하게 벌어졌던 관행이다. 중국에선 이런 조인트 벤처가 8000여 개 활동한다. 1990년 이후 전 세계에서 전략적 제휴란 명분으로 국경을 넘어 세워진 조인트 벤처는 11만 개에 달한다.

      미국뿐 아니라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거대한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이기 위해 시도하거나, 생산 효율성을 달성한다는 명분으로 값싼 중국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모두 자발적이다. 미국 기업을 중국 정부 압력의 피해자로 묘사하는 트럼프 정부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 개인적으로 모건스탠리 재직 시절인 1995년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설립 작업에 동참했는데 전혀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당시 중국 최초 투자은행을 만들기 위해 중국 쪽 인사들과 협력하면서 모건스탠리의 사업 관행, 서비스와 시스템을 공유했다. USTR이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이 강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목표가 있었고 중국에 세계적인 금융 서비스 회사를 세우려고 간 것이었다. 2010년 CICC 지분을 매각하면서 모건스탠리 주주들은 수십 배에 달하는 만족할 만한 보상을 받았다.

      美·獨도 중소기업 지원책 펼쳐

      스페셜 301조 보고서가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 펼치는 해외 투자 집중 전략, 이른바 '저우추취(走出去)' 전략을 미국 신생·테크 기업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보고서에선 중국이 미국 기업들을 M&A(인수·합병)하면서 미국 내 소중한 지적 자산을 빼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조인트 벤처를 통해 새나가는 정보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길게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산업 혁신 프로젝트 '중국제조 2025'는 아예 미래 세계경제를 지배하려는 사회주의 세력의 음모에 대한 명백한 증거로 간주한다.

      사실 오래전부터 개발도상국들은 이른바 '중진국 함정'을 탈출하기 위해 중국처럼 자체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추구해왔다. USTR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부당한 보조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 같은 자유시장경제가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선진국들도 국가 경제·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슷한 정책을 써왔다. 일본은 1970~1980년대 유망 주력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투자를 지원하고 관세 장벽을 쌓았다. 독일 역시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산업 부흥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에 강력한 국가 지원을 펼친 바 있다.

      미·중 관계 공정한 판단 필요

      미국이라고 다를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1961년 미국 군산 복합체 기업들에 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을 잔뜩 안겨줬다. 인터넷, GPS, 원자력발전, 제약산업 혁신, 반도체 기술 발전 등 수많은 혁신 성과들이 그 미국식 산업 지원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출하는 국방비는 연 700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러시아, 영국, 인도, 프랑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다. 혁신이 어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데 중요하다는 USTR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중국만 이를 위해 산업 정책을 구사한다고 지적하는 건 옳지 않다.

      사이버 공격 문제는 USTR이 언급하는 마지막 핵심 요소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미국을 겨냥한 다양한 사이버 공격에 중국 인민해방군 부대가 관여했다는 증거는 꽤 많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는 해킹 사건 정보를 비밀리에 건네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그 이후 각종 정보보호 관련 기관들이 중국발 사이버 공격이 줄어들었다고 보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USTR은 이번 보고서에서 이런 사실은 제쳐놓고 부정적 전망만 늘어놓고 있다.

      간단히 말해 USTR '스페셜 301조 보고서'는 미국인들에게 중국에 대한 피해의식을 점점 더 강화시킨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물론 중국은 미국에 강력한 경쟁자이며 때로는 규칙을 위반하기도 한다. 그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USTR 보고서는 미국을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국가 전체를 '투덜이 나라'로 격하시킬 뿐이다. 미·중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양국 관계에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