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상장하자마자 기업가치 30조원… 그런데 돈이 안 남아

입력 2018.05.05 03:00

1억5천만 사용자 '음원업계의 넷플릿스'
매출 5조 돌파했지만 음원 사용료로 다 나가… 12년간 흑자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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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감상)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지난달 3일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상장 첫날 기업가치는 약 30조원.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스포티파이는 '음원 업계의 넷플릭스'에 종종 비유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려면 넷플릭스를 찾듯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멜론'과 유사한 서비스이지만, 아직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스포티파이는 실리콘밸리가 원하는 (혁신 기업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스포티파이는 1억5900만명에 육박하는 탄탄한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신규 가입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광고 없이 음원을 듣는 조건으로 매달 10달러(약 1만원)를 지불하는 유료 사용자는 7100만명에 달한다. 매출은 연평균 40%씩 성장, 지난해 40억유로(약 5조2700억원)를 기록했다.

스포티파이는 정확한 음원 추천 기능을 무기로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음원 강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2006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충분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뒤 유료화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아마존식 성장 공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적자폭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고민이다.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동영상 업계의 넷플릭스처럼 음악계의 스포티파이도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포티파이가 넘어야 하는 장벽 3가지를 짚어봤다.

① 급증하는 음원 사용료 어떻게 감당?

스웨덴 출신 글로벌 기업인 스포티파이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벽은 음원 사용료다. 지난해 스포티파이는 저작권자에게지급하는 음원사용료가 늘어나면서 3억240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음원 산업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스포티파이가 저작권자인 음반 기업과 맺는 음원 사용 계약은 가입자 수나 매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도 늘어난다. 여기에 음원 시장은 소수의 대형 음반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이다. 스포티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음원의 87%를 주요 3사로 꼽히는 유니버설 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과 독립 음반사의 컨소시엄인 멀린까지 총 4개사가 제공한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투자 설명서에 "음원 제공자들을 통제할 힘이 없다"고 명시했다. 현재 스포티파이의 목표는 대형 음반사가 스포티파이 없이는 사업을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음원 시장에서 스트리밍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스포티파이의 위상도 높아졌다. 지난해 스포티파이는 대형 음반 회사와 재협상을 거쳐 2015년 매출 1달러당 88센트였던 음원 사용료를 79센트로 내리는 데 성공했다. 대형 음반사의 경우 스트리밍 관련 매출이 연간 50%씩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도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지난해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41% 증가한 66억달러를 기록, 전체 음원 시장의 38%를 차지했다. 스포티파이의 세계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약 43%. 올해 말까지 유료 사용자가 목표한 9600만명으로 늘어나면 스포티파이의 협상력도 커질 전망이다.

② 음악 스트리밍 외 다른 수입은?

넷플릭스는 2011년 스포티파이와 비슷한 사용료 문제에 부딪히자 과감하게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자체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공자에만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바꿀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장기적으로 자체 콘텐츠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반면 스포티파이 전체 매출에서 자체 콘텐츠와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팟캐스트(인터넷 방송)에서 기회를 보고, 올해 초 미디어 기업 버즈피드와 함께 주요 뉴스를 전하는 팟캐스트 '스포트라이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음원을 들으면서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가수 인터뷰나 공연 영상을 추가하는 등 사용자가 스포티파이를 통해 동영상을 접할 기회를 늘리고 있다. 구스타브 소더스트룀 스포티파이 연구개발(R&D) 부문장은 "스포티파이의 경쟁자는 라디오"라고 강조했다. 과거 라디오가 가수의 음반 홍보에 가장 효과적인 통로였던 것처럼, 인터넷 시대에는 스포티파이가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을 동원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계획이다.

스포티파이는 직접 가수나 아티스트와 계약을 맺고 음원을 생산하는 음반회사로 거듭나는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니버설·소니·워너뮤직이 스포티파이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있는 데다가 스포티파이가 이들과 경쟁 구도에 들어서면 관계가 틀어져 당장 필요한 음원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열여둔 상태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음악 시장에서 아티스트는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라디오를 통해 음반을 홍보해야만 이름을 알릴 수 있었지만, 오늘날 아티스트는 원하는 음악을 직접 만들고 배포할 수 있다"면서 "스포티파이는 전례 없는 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아티스트가 잠재 고객을 구축하고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③ 잇따르는 경쟁자 어떻게 견제?

스포티파이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자본이 탄탄한 IT 기업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이 운영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대표적이다. 애플뮤직은 4000만명의 유료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스포티파이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애플뮤직이 연내 스포티파이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도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마존도 음원 서비스 아마존 뮤직을 선보였다. 이들 기업은 방대한 자원은 물론, 소셜미디어부터 스마트폰까지 강력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사업 확장이 유리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포티파이가 지금은 1위지만,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기업이 마음먹고 시장 점유율을 뺏겠다고 나서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확장에 나선 스포티파이가 아시아 시장에서는 토종 기업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포티파이 사용자 중 아시아 지역 사용자는 10%도 채 안된다.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운영하는 '텐센트 뮤직'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멜론, 지니뮤직 등 국내 기업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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