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응하려면

입력 2018.04.21 03:00

[WEEKLY BIZ Column]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 인도 정부 수석경제자문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 인도 정부 수석경제자문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재화와 노동, 기술의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운 이른바 실물 분야의 세계 통합에 대해 예찬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통합이나 국제 금융시장의 핫머니(초단기 투기자금) 이동에 대해서는 다르다. 근래 들어 불거진 세계화에 대한 반발은 실물경제 통합의 부작용을 다룰 뿐, 금융시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무관심하다.

선진 경제든 신흥국 경제든 금융은 지난 40년 넘게 반복적으로 위기를 맞았다.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으면 큰 피해가 발생하지만, 현실에서 금융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상대적으로 적다. 무역 분야는 세계화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금융은 수혜자와 피해자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격 대상을 정확하게 선정해 여론을 몰아가기가 쉽지 않다.

1980년대 남미를 비롯해 1990년대 동아시아, 2000년대 후반 동유럽, 2010년대 유럽 등 금융위기 때마다 피해자는 있었다. 하지만 책임 소재를 확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중세 시대만 해도 금융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주된 비난의 대상은 은행이었다. 하지만 현 시대에 핫머니의 이동은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다. 전 세계 수많은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자산관리회사, 연기금, 국부펀드 등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굴린다.

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자금의 주인을 어떻게든 확인한다고 해도, 이들이 금융 세계화 부작용의 유일한 주범이라고 보긴 어렵다. 실물 부문의 경우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의 철강 노동자들처럼 해외 수출기업을 적으로 삼아 국내의 반세계화 여론을 만들기 쉽다. 그러나 금융의 경우에는 돈이 필요해 빌려갔다가 부도를 낸 사람들을 피해자라고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부의 사례처럼,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대출자를 속이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금융 세계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여론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금융 세계화가 낳는 부작용은 매우 중요하고 영향이 크므로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 실물경제의 경우 정책 입안자들은 세계화의 전반적인 장점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세계화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가해자를 규제하는 조치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금융 세계화는 실체가 흐릿하고 유령 같은 속성을 갖고 있어 쉽지 않지만 전 세계 정책 당국자들이 반드시 길들여야 하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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