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까지 국유화하려는 중국…기업과 정부 모두에 악영향

    • 크리스토퍼 볼딩 베이징대 HSBC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18.04.21 03:00

[WEEKLY BIZ Column]

크리스토퍼 볼딩 베이징대 HSBC경영대학원 교수
크리스토퍼 볼딩 베이징대 HSBC경영대학원 교수
미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협상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중국 첨단 기술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지원"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는 기술 분야에 지원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기업들을 국유화하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기업 지분 소유 검토

중국 기술 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번창하고 있다. 각종 사모 펀드와 벤처 자본 투자는 2012년 140억달러에서 2017년 1200억달러로 증가했다.

작년에만 34개 중국 기업이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와 개선한 뒤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른바 창조적 모방과 혁신이다.

중국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은 단지 스타트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 IT 업계의 3인방이라는 바이두나 알리바바, 텐센트 등 거대 기업들 역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의 빠른 성장 속도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용자가 10억명에 이르는 텐센트는 지난 4분기 순이익이 33억달러에 달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55%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자들은 들떠 있다. 중국의 국가 부채가 두렵기는 하지만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중국의 기술 발전에 들떠 있다.

이런 성장은 언뜻 보기에는 중국이 친(親)시장적임을 입증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자국 경제가 시장경제로 인정받도록 노력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열린 공산당 대회에서 "민간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상당히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상당수 중국의 기술 기업에는 공산당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이 조직은 기업의 운영 전략이나 실적에서부터 국가 목표의 준수 여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검토하고 점검한다.

중국 규제 당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거대 기업들 지분 가운데 1%를 국가가 갖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또 공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첨단 기술 기업들이 공기업에 투자토록 장려했다. 이 같은 조치의 공통분모는 정부가 더 많은 통제를 원한다는 것이다.

벤처에도 정부 자금… 관료화 우려

한 중국 IT 기업의 임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현재 정부와 민간이 서로 융합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가 우리 회사 내에 공산당 위원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해 올 수도 있다. 또 정부가 투자 형태로 우리 회사의 지분을 갖도록 우리가 허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국가와 공명(共鳴)할 수 있고 국가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우리만의 길을 가고 싶다면, 우리의 관심사가 국가가 옹호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과거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중국 정부의 기업 통제 움직임은 중국의 신생 스타트업에도 적용된다. 최근의 한 보도를 보면 60% 이상의 중국 내 우량 신생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중국의 벤처 자금은 기술에 밝은 전형적 벤처 투자가가 아니라 국가가 지배하고 있다. 중국에는 7500억달러 이상을 관리하는 1000개 이상의 정부 소유 벤처 투자 기업이 있다.

대출 구걸하는 기업으로 전락 가능성

중국 정부의 기업 관여는 미·중 무역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프랑스계 금융회사인 나티시스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관세를 부과한 품목의 70%는 중국 정부의 '2025년 제조업 개조 계획'과 관련이 있다. 이 계획은 중국 정부가 로봇, 생명공학 등 10대 첨단 기술 분야의 중국 기업을 적극 지원해 2015년까지 세계 일류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계속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미·중 회담에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 기업의 국유화가 가져올 악영향은 미·중 간 무역 마찰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가장 역동적인 중국 기업들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값싸게 대출해주고, 보조금을 지급하다 보면 새로운 최우수 기업이 만들어질지도 모르지만, 이는 기업들을 오히려 대출을 구걸하는 존재로 전락시킬 수 있다. 관료화가 진행될수록 기업의 효율성과 성장은 더욱 악화된다.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술은 석탄처럼 큰 값어치가 없는 품목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의 기업과 정부, 그 어디에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View-Outlook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