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야 하죠? 왜 우리가 이곳에서 일해야 하죠?

입력 2018.04.21 03:00

롭 고피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이상적인 기업조직 만들기'

롭 고피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이상적인 기업조직 만들기'
유한빛 기자
"옛날 기업들은 직원에게 '기업 문화에 맞추든지 아니면 회사를 떠나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없었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를 모아 더 유능하게 만드는 '이상적인 일터'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 기업과 조직 문화를 연구해 유럽의 대표적인 리더십 전문가로 손꼽히는 롭 고피(Goffee·66)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를 런던증권거래소 앞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그동안 연구한 사례를 바탕으로 'DREAMS'라는 여섯 가지 조건을 갖춰야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성 존중(Difference), 진실성(Radical honesty), 역량 개발(Extra value), 진정성(Authenticity), 의미 부여(Meaning), 규칙의 단순성(Simple rules)의 첫 자를 딴 말이다.

고피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이 리더와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은 큰 문제"라며 "경영인들은 '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가' '왜 우리가 이곳에서 일해야 하는가' 하는 임직원들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똑똑한 젊은 세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1990년대 출생한 사회 초년생)는 리더와 직장에 바라는 사항이 더 많고, 조직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기준치가 높다"며 "진정성 있는 리더(authentic leader)가 이끄는 진정성 있는 기업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월급 이외의 목표를 제시하라

-진정성 있는 기업이란 어떤 겁니까.

"직원들이 맡은 업무에 보람을 느끼고, 회사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조화롭다고 느끼는 게 '높은 단계 고용(high engagement)'입니다. 이는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전 세계 기업의 40~60%가 '낮은 단계 고용'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청소나 서빙 같은 단순 노동 종사자들도 충분히 직장과 업무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잘 버는 것만으로는 이상적인 직장이 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아름다운 건물을 짓겠다, 좋은 자동차를 생산하겠다,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같은 기업의 목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윤은 기업 활동의 결과(outcome)여야지, 절대적인 목표(goal)가 되어선 안 됩니다."

-월급을 잘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인가요.

"돈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일에 대한 중요한 보상입니다만, 사람들은 직장에서 월급 이상을 원합니다. 경제적인 보상을 넘어선 가치를 조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조직은 생산성도 높습니다. 정말로 똑똑하고 재능 있는 인재는 희소합니다. 게다가 능력 있는 직원들은 직장에서 경제적인 것만 추구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돈밖에 없다면, 큰 위험을 안고 있는 겁니다. 경영 상황이 나빠지면 곧바로 직원들이 떠나갈 테니까요."

개성 존중하고 인재에 투자하라

롭 고피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이상적인 기업조직 만들기'
(위에서부터 차례로) 건축회사 아럽이 시공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뉴욕생명보험·노보 노디스크의 로고. 고피 교수가 이상적인 조건을 잘 갖춘 곳으로 꼽은 기업들이다.
-이상적인 직장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 기업의 경영진과 관리직, 일반 근로자들을 설문 조사해 찾아낸 답은 'DREAMS'였습니다.

첫째,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개성 존중 부문에서 뛰어난 곳은 세계적 건축회사인 아럽(Arup)입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파리 퐁피두센터를 비롯해 홍콩의 스카이라인을 구성하는 아름다운 건물들을 디자인하고 시공했는데, 개성을 존중하니 창의성이 자극되는 좋은 실례입니다.

둘째, 직원들은 회사에서 진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합니다. 기업의 불합리한 사항도 외부에서 폭로되기 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좋습니다. 많은 경영진이 좋은 뉴스만 듣고 싶어 하는데, 직원들이 나쁜 뉴스를 상사와 공유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슐린 분야 세계 1위인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전 세계 직원이 소통할 수 있는 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나쁜 소식을 더 신속하게 공유합니다. 제약산업은 나쁜 뉴스를 빨리 공유해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신약 개발이 실패했을 때 이를 빠르게 상부에 전달하지 않으면 결국 더 많은 비용을 치르곤 합니다.

셋째,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스스로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업무능력도 향상되길 기대합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수십 년 동안 내부 직원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워온 기업으로 꼽힙니다. 직원 교육에 투자하는 규모가 남다릅니다. 사실 인재 개발은 새로운 발상은 아니지만, 실제 제대로 수행하는 조직은 많지 않습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 포인트는 역량 개발을 엘리트 직원에만 한정해선 곤란하다는 겁니다. 모든 직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영국만 놓고 보면 말단 직원 교육까지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입니다."

선언한 기업 가치를 실제 집행하라

-이상적인 직장도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네 번째 조건인 진정성을 조직에 적용하면, 자신이 말하는 가치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기업입니다. 미국 보험사인 뉴욕생명보험(NYLI)은 안전, 신뢰성, 품질을 중시합니다. 성과 보상을 할 때 단지 실적만 보는 게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전통을 일상 속에서 존중하고 실천한 점도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다섯 번째, 사람들은 업무가 합리적이고 몸담은 곳이 가치 있는 조직이기를 바랍니다. '더 나은 직장 만들기(Building a better working world)'가 모토인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Y)은 효율성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마지막으로, 관료화되지 않아야 합니다. 쓸데없는 서류작업이나 절차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는 뜻인데, 대기업일수록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넷플릭스는 인재 관리 정책이 단순하고 자유로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직원들이 본인 연차 일수를 정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율성을 중요시합니다."

리더는 솔직한 모습 보여줘야

-리더도 진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진정성 있는 리더가 있으면 조직 전체로도 진정성을 갖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조언은 다섯 단어입니다. '전문지식을 갖추고 자기 소신을 밝혀라(Be yourself more with skill).' 더 자신답게 본래 모습을 보여주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틴 루서 킹이나 넬슨 만델라처럼 카리스마 있는 유형도 훌륭한 리더지만, 다른 사람의 카리스마를 따라 한다고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해진 틀에 본인을 맞추기보다 본인의 평범함과 인간적인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쪽이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지식을 강조하는 건 능력이 없으면 따르는 사람이 없고, 따르는 사람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은 관계에 기반하는 겁니다. 톱니바퀴끼리 잘 맞물려야 기관 전체가 추진력을 얻듯이, 리더가 다른 직원들과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조직은 그저 헛도는 바퀴에 불과합니다."

고피 교수는 "수많은 리더십 연구에서 제시하는 좋은 리더의 요건만 수십 개에 달하지만, 사실 만국 공통의 기준은 없다"며 "어떤 상황, 위치, 문화에 있느냐에 따라 이상적인 리더십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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