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갈수록 막강해지는 군사용 드론

입력 2018.04.21 03:00

유용원의 Defenomics <2>
2016년부터 10년간 무인기 시장 규모 650억 달러 달할 듯
민간 드론은 中이 1위 군사용은 美가 압도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는 케냐에 은신 중인 테러 조직 간부를 생포하기 위해 영국·미국·케냐 3국이 다양한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연합 작전을 펼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선 미사일을 장착한 공격용 드론에서 새와 곤충을 모방한 초소형 감시 정찰 드론까지 별별 드론이 다 등장한다. 하지만 아직 새·곤충을 모방한 드론은 실용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공격용 드론으로 나오는 제품은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등에 투입됐던 미 제너럴 애터믹스(General Atomics)사의 MQ-9 '리퍼'다.

드론은 조종사가 타지 않고 무선 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조종이 가능한 비행기·헬기 형태 무인기를 통칭하는 용어. 정식 명칭은 UAV(Unmanned Aerial Vehicle) 또는 UAS(Unmanned Aircraft System)이다. 주로 감시·정찰용으로 사용하던 군용 드론은 2000년대 들어 테러와 전쟁 등을 치르면서 공격용 등 다채로운 용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수요도 늘고 있다.

군사용 드론
민간 압도하는 군용 드론 시장

군용 드론 시장의 규모는 분석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2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거의 없다. 방산 전문 컨설팅 업체인 틸 그룹이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드론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 항공 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할 분야이다. 10년간 시장 전체 규모는 총 650억달러(약 69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무인기 시장에서 민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군용 시장에 비해 높지만 군용 시장이 세계 무인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민간 시장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도 상업용 드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 드론 개발은 국방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2017 세계 방산 시장 연감'에 따르면 세계 군용 드론 시장 생산 금액은 2017년 30억3700만달러에서 2026년엔 40억7500만달러, 드론 생산 수량은 951세트에서 1512세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군사용 드론
운용 비용이 유인기의 20~50%

군용 드론 시장 전망이 밝긴 하지만 국제 안보 환경 변화 등에 따른 신중론도 없지 않다.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를 기준으로 전문가들이 내린 분석에 따르면, 우선 강점은 세계 각국이 유인기 운용에 따른 부담을 무인기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데 있다. 유인기를 무인기로 대체하면 운용 총비용을 50~8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이라크·아프간전 종결 이후 대규모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약점으로 꼽힌다. 기술 미성숙에 따른 연구 개발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주파수 대역 부족, 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 장기 체공 시 에너지 공급 등도 기술적 숙제다.

기회는 세계 제1의 드론 대국인 미국을 비롯, 세계 주요국의 군용 드론 소요 예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40여 나라에서 군용 드론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기회 요소다. 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합작이 늘고 있다는 점도 시장 촉진 요인이다. 유럽 에어버스와 미 노스럽 그루먼은 합작 벤처 회사를 만들어 '글로벌 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 정찰기의 유럽 버전인 '유로 호크'를 개발 중이다. 드론은 무엇보다도 기존 유인기에 비해 4D(Dull, Dirty, Dangerous, Deep)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인명 피해 부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하지만 경제 위기에 따른 국방비 삭감 가능성은 위협 요소로 평가된다.

군용 드론 시장은 보통 여섯 분야로 나뉜다. 고고도 장기 체공(HALE), 중고도 장기 체공(MALE), 무인 전투기(UCAV), 전술 무인기(TUAV), 수직 이착륙 무인기(VTOL-UAV), 초소형 무인기(MUAV) 등이다. 이 중 무인 전투기, 고고도 장기 체공, 중고도 장기 체공 무인기 순으로 드론 시장을 점유하며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유 없이 4일간 날아다니는 드론 나와

세계 군용 무인기 시장 규모
민간용(상용) 드론 시장은 DJI사를 앞세운 중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군용 드론은 미국이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어 이스라엘,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군용 드론 개발·수출에서도 중국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군용 드론 제조업체로는 미국에서 실전에 가장 많이 투입된 프레데터와 리퍼 무인 정찰 겸 공격기를 생산하는 제너럴 애터믹을 비롯, 노스럽 그루먼, 보잉, 록히드 마틴 등이 꼽힌다. 급유 없이 4일을 날아다닐 수 있는 드론까지 개발한 상태다.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군용 드론으로는 미국의 글로벌 호크·프레데터·리퍼, 이스라엘의 헤론·헤르메스, 중국의 윙룽2호·차이훙-4(CH-4) 등이 있다. 프레데터는 원래 정찰용으로 개발됐지만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공격용으로 발전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에서 알 카에다, 탈레반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데 널리 활용됐다. 지난 2013년 UAE는 1억9700만달러 규모 프레데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리퍼는 프레데터보다 엔진 출력과 무장 탑재량을 늘린 개량형이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리퍼를 도입해 운용 중이며, 일본 등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군용 드론들은 미국 드론의 15~20%에 불과한 싼 가격을 무기로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미국제 무기를 많이 도입해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와 윙룽2호 무인 공격기 3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윙룽2호는 미국의 리퍼와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지만 가격은 훨씬 싸다. AVIC와 중국 무인 공격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중국항천과학집단공사(CASC)는 아예 사우디아라비아에 무인 공격기 공장을 짓고 있다. 전체 무기의 절반을 미국제로 채운 이라크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미 프레데터 대신 중국산 CH-4 무인 공격기를 도입해 IS 공격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드론 분야에서 미국보다 앞섰다. 지금은 IAI사 헤론과 엘빗사 헤르메스가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백령도 등 서북 도서 감시용으로 헤론과 헤르메스를 놓고 저울질하다 헤론을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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