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4.07 03:00
'4차 산업혁명' 이상철-비벡 와드와 특별대담
싱귤래리티(singularity)가 다가오고 있다. 보통 특이점(特異點)으로 번역하는 이 단어는 원래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어떤 기준을 상정했을 때,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싱귤래리티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기술 변화 속도가 극대화하면서 그 영향력이 커져 사회가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 전도사'로 불리는 이상철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를 "혁신의 블랙홀"로 표현한다. 컴퓨터는 30년 만에 8비트에서 32비트로 발전했다. 8비트와 32비트는 성능이 얼마나 차이 날까. 4배가 아니다. 수천배가 넘는다. 구글이 설계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이세돌 9단)을 제압하면서 충격을 준 게 2년 전이다. 이제 최신 AI '알파 제로(Alpha Zero)'는 장기를 2시간, 체스는 4시간, 바둑은 하루 만에 통달한다. 비벡 와드와(Wadhwa) 카네기멜런대(실리콘밸리 분교) 석좌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발전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독해해야 할까. 이 회장은 최근 화상 대담을 통해 와드와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짚었다.
Q1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은 어디쯤 와있나.
"호주에서 말레이시아, 멕시코, 남아공까지 전 세계 수많은 경영자에게 강의를 했지만 한국만큼 관심이 풍부하고 이해도가 높은 나라는 없었다. 미국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한국만큼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흔하게 쓰는 나라가 있나. 그런데 문제는 실행 계획이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무지하게 떠들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미국에선 AI,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공학, 센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연구·개발이 한창인데 한국에선 말만 많고 과감한 투자와 실행이 부족하다."
Q2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택시 업계를 뒤흔들고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호텔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혁신 기류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은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
"이제 위협은 그 산업 내부 경쟁자에게서만 오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종 간 경계를 허물고 외부에서 충격이 다가온다. 위협과 기회가 뒤섞여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70%는 앞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월마트, GE, 포드 모두 안심할 수 없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조차 매일 미래를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한국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이웃 나라 일본보다 좀 나아 보인다. 하지만 언제 누가 '제2의 토이저러스' '제2의 코닥' '제2의 블록버스터'가 될지 알 수 없다."
Q3 4차 산업혁명은 네트워크와 AI가 결합하는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GM은 사내 개발 인력 1만명을 동원, 연 10조원 비용을 들여 신차를 완성한다. 반면 벤처기업 로컬모터스는 전 직원이 수백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프리랜서 연구자 6만5000명을 네트워크로 연결, 100분의 1 비용으로 신차 1대를 완성한다. 중국 전자 회사 하이얼엔 팀이 2000개 있다. 이들은 각각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과제를 찾아 해결한다. 앞으로 기업들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벤처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사내에 모험을 감수하는 팀을 많이 만들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직원들은 자신이 창업한다는 기분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대기업은 외부 벤처기업과 다양하게 협업해야 한다. 벤처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미처 못 보는 경쟁력을 수혈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빨리 깨닫지 않으면 곤란하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벤처기업을 많이 육성할 수 있는지 지원책 마련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가능하다면 세계 각국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묘안을 짜내보길 권한다. 그러면 극보수(ultra-conservative)에 가까운 한국 기업 경영진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 국가 전체 기업 생태계도 생동감이 넘칠 것이다. 정부는 또 기술의 발전에서 오는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고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에도 신경 써야 한다."
Q4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국 교육은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데 취약하다. 진정한 네트워크 설계자(network architect)나 통합설계자(integrator)를 길러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핵심 기술에 대해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 당장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부터 하라. 3D프린터를 보여주고 로봇을 만들어 보게 하라. AI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도 괜찮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 뭔지 일찍 배우게 해야 한다. 취업 과정에서 학점을 중시하는 풍토부터 타파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유명 창업자들의 학점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에 깔린 수많은 인재가 밤낮으로 외우는 공부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안타깝다. 의대만 가고 공대를 안 간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 전공은 이제 상관없다. 누군가는 의사가 되고 누군가는 디지털 의사가 될 수 있다. 관건은 과감한 사고, 창의성, 지능을 얼마나 겸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Q5 급속한 기술 발전이 앞으로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자율주행차와 태양광 발전만 일단 생각해보자. 자율주행차는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국·싱가포르에선 본격 실용화를 위한 주행 실험이 한창이다. 한국에선 낯설겠지만 테슬라 자율주행 모드를 써보면 아마 자율주행차가 눈앞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5년 내에 자율주행차가 급속도로 확산할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완벽하게 구현되는 세상에선 출퇴근 때문에 도심이나 그 인근에 빽빽하게 대거 모여 살 필요가 없다. 자연히 부동산 가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지난 40년간 태양광 발전 단가는 99% 싸졌고 지금도 매년 10~20%가량 낮아지고 있다. 12년 내에 거의 공짜나 다름없게 떨어지면서 모든 나라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Q1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은 어디쯤 와있나.
"호주에서 말레이시아, 멕시코, 남아공까지 전 세계 수많은 경영자에게 강의를 했지만 한국만큼 관심이 풍부하고 이해도가 높은 나라는 없었다. 미국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한국만큼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흔하게 쓰는 나라가 있나. 그런데 문제는 실행 계획이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무지하게 떠들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미국에선 AI,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공학, 센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 연구·개발이 한창인데 한국에선 말만 많고 과감한 투자와 실행이 부족하다."
Q2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택시 업계를 뒤흔들고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호텔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혁신 기류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은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
"이제 위협은 그 산업 내부 경쟁자에게서만 오지 않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종 간 경계를 허물고 외부에서 충격이 다가온다. 위협과 기회가 뒤섞여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70%는 앞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월마트, GE, 포드 모두 안심할 수 없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조차 매일 미래를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한국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이웃 나라 일본보다 좀 나아 보인다. 하지만 언제 누가 '제2의 토이저러스' '제2의 코닥' '제2의 블록버스터'가 될지 알 수 없다."
Q3 4차 산업혁명은 네트워크와 AI가 결합하는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GM은 사내 개발 인력 1만명을 동원, 연 10조원 비용을 들여 신차를 완성한다. 반면 벤처기업 로컬모터스는 전 직원이 수백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프리랜서 연구자 6만5000명을 네트워크로 연결, 100분의 1 비용으로 신차 1대를 완성한다. 중국 전자 회사 하이얼엔 팀이 2000개 있다. 이들은 각각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과제를 찾아 해결한다. 앞으로 기업들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나.
"벤처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사내에 모험을 감수하는 팀을 많이 만들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직원들은 자신이 창업한다는 기분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 대기업은 외부 벤처기업과 다양하게 협업해야 한다. 벤처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미처 못 보는 경쟁력을 수혈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빨리 깨닫지 않으면 곤란하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벤처기업을 많이 육성할 수 있는지 지원책 마련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가능하다면 세계 각국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묘안을 짜내보길 권한다. 그러면 극보수(ultra-conservative)에 가까운 한국 기업 경영진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 국가 전체 기업 생태계도 생동감이 넘칠 것이다. 정부는 또 기술의 발전에서 오는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고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에도 신경 써야 한다."
Q4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국 교육은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데 취약하다. 진정한 네트워크 설계자(network architect)나 통합설계자(integrator)를 길러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핵심 기술에 대해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 당장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부터 하라. 3D프린터를 보여주고 로봇을 만들어 보게 하라. AI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도 괜찮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 뭔지 일찍 배우게 해야 한다. 취업 과정에서 학점을 중시하는 풍토부터 타파해야 한다. 실리콘밸리 유명 창업자들의 학점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에 깔린 수많은 인재가 밤낮으로 외우는 공부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안타깝다. 의대만 가고 공대를 안 간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 전공은 이제 상관없다. 누군가는 의사가 되고 누군가는 디지털 의사가 될 수 있다. 관건은 과감한 사고, 창의성, 지능을 얼마나 겸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Q5 급속한 기술 발전이 앞으로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자율주행차와 태양광 발전만 일단 생각해보자. 자율주행차는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국·싱가포르에선 본격 실용화를 위한 주행 실험이 한창이다. 한국에선 낯설겠지만 테슬라 자율주행 모드를 써보면 아마 자율주행차가 눈앞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5년 내에 자율주행차가 급속도로 확산할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완벽하게 구현되는 세상에선 출퇴근 때문에 도심이나 그 인근에 빽빽하게 대거 모여 살 필요가 없다. 자연히 부동산 가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지난 40년간 태양광 발전 단가는 99% 싸졌고 지금도 매년 10~20%가량 낮아지고 있다. 12년 내에 거의 공짜나 다름없게 떨어지면서 모든 나라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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