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지 않는 리더들의 '뻘짓'

    • 서재원 지식사회학자

입력 2018.04.07 03:00

[On the Leadership]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이 왕성하면 '내로남불'의 확신 갖게 돼
오너리스크 벗어나려면 '나는 권력에 도취한 게 아닐까' 항상 스스로 물어봐야

서재원 지식사회학자
서재원 지식사회학자
미국 차량호출업체 우버(Uber)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지난해 회사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본인을 포함한 사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이 도화선이 됐다. 국내에서도 유명 제약회사 2세의 폭언, 프랜차이즈업체 회장의 갑질 등 이른바 '오너리스크'가 몇 해 전부터 유행처럼 번졌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데포르마시옹 프로페셔날(dé formation professionale)'이라 부른다. '전문가들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저지르기 쉬운 병폐'라는 것을 뜻한다. 의사가 오히려 환자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변호사는 정의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회 분위기를 담고 있다.

권력욕과 호르몬 작용으로 실수

'승자의 뇌(Winner effect)'란 책을 쓴 신경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 교수는 그 원인을 권력욕과 호르몬의 관계에서 찾았다. 권력욕은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 간의 상호 작용과 관련이 있다. 테스토스테론과 도파민이 왕성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규칙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의 확신을 준다. 사고의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더 나아가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뿐 아니라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균형감마저 상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토드 벅홀츠 교수는 자기통제감·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세로토닌'에 주목했다.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지배와 복종의 정서를 조절하는데 테스토스테론과 함께 작용하면 자기능력에 대한 과신과 지나친 권력욕을 낳는다고 한다.

그럼 승자의 뇌가 리더로 하여금 어떻게 '뻘짓'을 하게 만드는가? 그건 이른바 '뻘짓 라이선스'라고 불리는 '도덕적 허가(moral licensing)'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The willpower instinct)'의 저자 켈리 맥고니걸은 착한 일을 하면 나쁜 일에 끌리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어떤 사람이 좋은 행동을 하고 나면,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이후 자신의 충동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지적한다. 즉 나는 좋은 행동과 좋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니까 나쁜 짓을 해도 괜찮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유부남 성직자가 자기 여비서랑 성관계를 가짐' '국회의원이 공금으로 자기 집 리모델링하기' '경찰관이 조금도 저항하지 않는 범죄자를 무차별 폭행하기' 등을 예로 든다. 높은 지지율을 가진 정치인이 저지르는 범죄에는 이 같은 '뻘짓 라이선스'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행동 하고나면 착각하기 쉬워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언 로버트슨은 "나는 지금 권력에 도취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질문으로 권력 감사(監査)를 제안했다. 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누가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실체를 드러내 보일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선지자 나단이 다윗왕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한 말을 들어보자. "당신이 그 사람이라(You Are the Man)."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다윗에게 따끔하게 지적했던 나단의 이 말이야말로 모든 이가 새겨들어야 하는 생명을 살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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