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미래 'AI 실리콘밸리'는 중국에 있을 것이다

    • 마리온 라부르 전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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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4.07 03:00

      [WEEKLY BIZ Column]
      사생활 '기꺼이' 포기하는 中인민들 AI 개발자에겐 호재
      투자 여건은 안좋아 미국 견제도 부담

      마리온 라부르 전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
      마리온 라부르 전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
      미래에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실리콘 밸리가 중국에 위치해 있을 것 같다. 샤오미, 바이두 등 중국의 첨단 기술 업체들이 모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거인인 알리바바는 항저우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그리고 AI에 크게 투자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텐센트는 중국의 지방도시 선전에 있다. 텐센트는 미국의 GE보다, 바이두는 미국의 GM보다 시가총액이 더 많다.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매우 빠르게 채택해 왔기 때문에 AI에서 선두에 올라설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인도의 수백만 명 소비자들이 전화가 아예 없다가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중국 소비자들도 이제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또한 다양한 새로운 기술을 넘어서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쇼핑객들은 신용 카드를 건너뛰고 바로 전자 결제 플랫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애플 페이가 미국에서 힘겹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텐센트는 이미 매일 6억건 이상의 현금 없는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텐센트를 포함해 다른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중앙집중화된 플랫폼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해 AI 연구와 개발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 플랫폼들은 거의 독점적이어서 향후에 AI 앱을 수익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선두 국가로 약진하는 중국

      더구나 중국 기업들은 사생활에 관한 중국의 문화적 규범에서도 혜택을 얻고 있다. 서양에서는 개인 공간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료까지도 개인의 사생활이며 권리로 간주한다. 사생활에 대한 이 같은 개념은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AI 개발자들이 알고리즘을 훈련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료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에서 사생활은 의심스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정직한 사람은 공공 영역에서 숨을 만한 것이 없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중국 소비자들은 종종 그들 자신만의 데이터를 기꺼이 포기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도가 '정보에 대한 권리'를 채택하고, 유럽이 '잊힐 권리'를 명문화한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정보 분야에서 사생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

      이런 문화적 여건은 AI 개발에 나선 중국 기업에는 호재다. 중국의 법 체계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온라인상의 쇼핑과 기타 활동을 평가해 신용 평점을 매기는 알리바바의 신용 평가 시스템 '세사미 크레딧(sesame credit)'처럼 사용자에게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인플레로 은행에 여윳돈 안 맡겨

      하지만 중국이 AI 선두주자가 되기에는 추진력을 둔화시킬 수 있는 제약 요인도 많다. 우선 중국인은 자신들의 여윳돈을 은행에 저축할 동기가 거의 없다. 인플레이션율이 은행에 돈을 맡겨 거둬들이는 실질 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 가격이 자주 변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저축에 돈을 묶어두는 것을 꺼린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이 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익보다 높다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점도 문제다. 투자가들은 2015년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정부가 개입하고, 몇 차례 거래가 중단되는 등 난리를 겪으면서 주식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낮았던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 가격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중국은 최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가계 빚이 증가하자, 빚의 덫에 걸려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를 언급하며 경고하기도 했다. 민스키 모멘트는 부채 확대에 의존한 경기호황이 끝난 뒤 은행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나빠져 채무자가 결국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 팔면서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을 말한다.

      알리바바의 '美 송금업체 인수' 좌절

      이와 함께 중국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점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가한 각종 자본 통제와는 별도로, 미국 정부도 AI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 엄격한 제한을 두어왔다. 예컨대 최근 미국은 중국의 알리바바가 추진했던 미국의 국제 송금 업체 머니그램 인수를 안보 명목으로 불허했다.

      중국 주도의 AI 혁명은 기회와 동시에 도전을 가져다주고 있다. 서양의 관점에서는 더 많은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중국을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의 틀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끌어들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이 AI를 주도하면 중국 기업들과 외국 감독 기관들 사이에 더 많은 충돌이 일어날 우려도 나온다. 데이터 수집과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접근 방식을 다른 나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