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톡톡 치니… 이 물건들이 모두 배달돼 왔다, 헐값에

입력 2018.04.07 03:00

일본 온라인 벼룩시장 '메루카리' 인기 폭발… 월간 거래 1000억원

중고상품 등록 하루 100만건 이상
출시 4년만에 앱 다운로드 1억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도중에 그만뒀지만 메루카리는 계속 이용하고 있습니다."

모바일에 특화한 중고 거래 플랫폼 메루카리(mercari)가 일본 열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비스 출시 4년 만에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수가 1억건을 돌파했고, 하루 등록되는 물건은 100만건 이상, 거래 금액은 월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이다. 2017년 월평균 출품자(이용자) 수가 71만명을 기록,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 부문에서 야후(60만명)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기업 가치도 1000억엔(약 9925억원)을 인정받아 일본에서 라인과 DMM에 이어 세 번째로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메루카리는 이미 보편화된 중고 거래 공식을 따른다. 중고 물품을 내놓은 판매자와 구입자 간에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이다. 평범해 보이는 메루카리 서비스가 일본과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뭘까.

1. 중고 거래 꺼리던 여성층 공략

일본리사이클 통신에 따르면 일본 중고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1조6000억엔. 하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과거엔 이용자가 한정돼 있었다. 2012년만 해도 일본에서 중고 거래를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60%에 달했다. 기존 중고 시장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중고 물품은 경매 시장밖에 없었고 오프라인 중고 거래는 직접 찾아가거나 업체가 집으로 방문해야 했다. 모바일과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오프라인 중고 거래는 판매 가격이 낮아 수익이 적었고, 옥션사이트는 경매 형식이라 거래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특히 여성 고객들은 중고 거래 서비스 이용을 꺼렸다. 메루카리는 바로 이 여성 고객층을 끌어들이며 성장했다. 최근에는 주요 고객인 여성층을 넘어 40~50대 남성 이용자들도 증가했다. 기존 옥션사이트에서 많이 거래됐던 자동차 부품과 낚시 도구, 자전거, 악기 등의 중고 거래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2. 매매 절차를 최대한 간편하게

메루카리가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간편한 매매 절차다. 스마트폰으로 팔고 싶은 물건을 촬영하여 상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나 원하는 가격 입력 후 올리면 상품 등록이 끝난다. 여기에 배송 방법 등 필요 사항을 기입하면 기본 절차는 완료된다. 이에 필요한 시간은 3분 정도. 구입을 희망하는 사용자는 메루카리의 스마트폰 앱에서 만족할 만한 상품을 검색해 찾고 지불하고 구입하면 된다.

메루카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렇게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는 개인 간 중고 거래 시장을 선점했다. 물론 메루카리 이전에도 개인 간 중고 거래 시장에는 야후 옥션사이트인 '야후오쿠!' 등의 서비스가 존재했다. 그러나 주로 PC 기반이거나 경매 방식이어서 스마트폰만큼 간편하지 않았고 거래 확정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메루카리는 2017년 7월부터는 스마트폰 라이브방송을 추가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얼굴을 보면서 상담을 할 수도 있다.

3. 체험기 등 입소문 활용

스마트폰 하나로 불필요한 물품을 처분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간단한 메루카리 서비스가 돌풍을 일으키자, 메루카리에 몰두하는 사용자층을 가리키는 '메루카리 중독'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두루마리 휴지의 골판지 심과 도토리 등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의외의 물건들도 메루카리 앱에 올리면 판매 성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경험한 사용자들의 입소문으로 메루카리 이용자가 급증했다. 3개월 동안 거래에 내놓은 약 150개 물건 중 60% 정도가 매매에 성공했다는 한 이용자 체험기가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해 메루카리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122억엔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11억 적자에서 32억엔 흑자로 돌아섰다.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거둔 놀라운 성적이다. 2014년 10월부터 거래가 성사되면 물건 가격의 10%를 수수료로 받았는데 이 수수료 수입이 경영 흑자의 주요 수익원이 됐다.

(사진 위)메루카리 앱 초기화면.
4. 배송·결제 방식 다양화

메루카리는 배송과 결제 분야에서도 대기업과 제휴해 경쟁 업체인 야후 옥션사이트와 차별화했다. 배송에서는 일본 대형 택배 업체 야먀토운수 및 일본우편과 제휴, 이용자가 배송전표를 기입하지 않고 익명으로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야마토 각 영업점과 우체국은 물론 지정된 편의점에 가져가도 발송할 수 있도록 했다. 결제 분야에서는 휴대전화 3사와 손을 잡고 통신 요금에 더해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개인 간 중고 거래 업체로는 최초로 신용카드 JCB와 제휴해 고객에게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메루카리는 여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추가했다. 즉시 매입 서비스인 '메루카리 Now' 앱을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필요없는 물건을 간편하게, 제값을 받고 파는 개인 간 중고 거래 서비스에 더해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물건을 팔 수 있는 강점을 더한 서비스다.

예를 들어 브랜드명과 중고품인지 아닌지를 등록하고 물건을 촬영하면, 메루카리가 과거 거래 이력을 바탕으로 금액을 산정한 다음 2주 이내에 물건을 매입하는 형식이다. 또 지난해 5월에는 서적과 CD, DVD 등에 특화된 '메루카리 카울'이라는 자매 서비스도 출시했다.

5. 대도시 외에 지방도 공략

메루카리가 급성장한 또 다른 요인은 대도시 이외의 지방 사용자층이다. 정보·가격 검색 및 분석 전문기관인 '오쿠팬'에 따르면 메루카리의 지방 거주 이용자 비율이 야후 옥션사이트보다 높다. 지금까지 지방의 거주자들이 일상용품을 팔기 원하는 경우 지방에 기반을 둔 중고 거래 점포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메루카리 앱 등장 이후 지방 사용자들이 메루카리에 유입되면서 지방에 기반을 둔 기존의 일본 중고 업체들은 물품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일본 시코쿠와 규슈 지역 중고품 거대 체인 북오프 등은 '메루카리 효과'로 뒷걸음치고 있다.

6. 초반부터 해외 진출 눈독

메루카리는 설립 초기부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일본의 앱 서비스 출시 후 1년 만에 미국판 앱을 출시했다. 공동 창업자인 야마다 신타로 CEO는 일본 사업 총괄 자리에서 내려와 회장으로서 해외 사업에 전념하며 현재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다. 야마다 CEO는 창업 초기부터 "미국은 인터넷 기업의 수준이 높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일구게 되면 세계적인 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일관된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미국 구글과 페이스북 간부 출신인 존 라거링을 미국 자회사 CEO에 앉히고 미국 시장에서 조직력을 강화하고 이용자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뉴욕대 경영대학원 아룬 순다라잔 교수는 "미국에는 메루카리와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불릴 만한 업체가 아직 없어 승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에선 일본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뚫은 사례가 거의 없어 메루카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메루카리 성장에 자극을 받은 다른 대기업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가전양판전문 대기업 노지마는 디지털과 가전제품 전문 중고 거래 사이트 '노지마앱' 서비스를 개시했다. 일본 2위 전자 상거래 업체인 라쿠텐도 수수료 무료라는 무기를 들고 'FRIL'과 '라쿠마' 2개 중고 시장 앱으로 메루카리 추격에 나섰다. 야후도 지난해 '야후오쿠!'에 중고 시장 기능을 추가했다. 그리고 오프라인 중고 회사들과 제휴, 출장 등을 통해 중고 회사들의 물품을 직접 사들여 올리는 '카우마 애니크' 서비스를 출시해 메루카리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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