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처럼… 차이나머니, 한국 공습 준비

입력 2018.03.24 03:07

[Cover Story] 아이돌 산업 삼국지 韓·中·日 '3국 3색'

한국 모방하면서 출발
'나는 가수다' 등 중국판 쏟아진 후'프로듀스 101' 본뜬 '우상연습생' 제작비 한국의 10배

중국 아이돌 산업은 영화·드라마 등 다른 문화 산업과 마찬가지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 했듯 중국도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일단 모방하면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 추격전은 한·중 제조업 분야에서 벌어진 것처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중국엔 자체 제작 음악프로그램이 희귀하다보니 한국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출연진만 중국인으로 바꿔 쓰고 있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我是歌手)'나 중국판 슈퍼스타K '슈퍼스타 차이나(我的中國星)'가 대표적. 한국 힙합 경쟁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베낀 '랩 오브 차이나(中國有嘻哈)'나 '프로듀스 101'을 표절한 '우상연습생(偶像練習生)' 등도 있다.

후발 주자 중국이 가진 무기는 자본력. 올 1월 처음 전파를 탄 '우상연습생' 제작비는 3억위안(약 510억원). 원조인 한국 '프로듀스 101'의 10배가 넘는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임연구원은 "한·일에선 팬덤(fandom)을 토대로 아이돌 산업이 성장했다면 중국은 무차별 자본 투하를 통해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아이돌
1 TF보이즈. 2 3 한국 '프로듀서 101' 모방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성연습생' 방영
아직은 성공한 아이돌로 내세울 만한 그룹은 드물다. 걸그룹 SNH 48은 일본 아이돌 AKB 48의 중국 현지판으로 2012년 데뷔했다. 이듬해 중국 대표 아이돌 그룹 3인조 TF보이즈가 등장했다. TF보이즈를 데뷔시킨 TF엔터테인먼트를 비롯, 위에화엔터테인먼트·STAR48 등 주요 연예기획사도 설립 10년이 채 안 된 상태다. 왕충(王叢) 마이루이(麥銳)엔터테인먼트 창업자는 "아이돌 문화가 성숙한 한·일과 비교하면 중국은 아직 배워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알리바바·텐센트·웨잉, 잇달아 투자

그렇지만 14억 인구가 창출하는 구매력과 거대 중국 기업이 쏟아내는 자본력은 미래 아이돌 시장 전망을 예측 불가능 상태로 만든다. 컨설팅업체 PwC는 오는 2020년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2644억달러(약 283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6년엔 알리바바가 SM엔터에 355억원, 텐센트와 웨잉이 YG엔터에 1000억원 등 한국 콘텐츠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을 이었다. 중국 업체들이 한발 앞선 한국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배우고 활용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할리우드에 투자한 규모를 고려해보면 한국 공습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차이나 머니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면 한국 콘텐츠 산업이 통째로 중국에 먹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자오밍양(趙明揚) 톈싱자본(天星資本) 문화산업 투자 총괄은 "한·일 아이돌 산업 역사는 이미 30~40년에 이르고 한국은 연습생 문화가 특별하다"면서 "(아이돌 산업은)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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