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H.O.T.→빅뱅→방탄소년단… 세계로 뻗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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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24 03:07

      [Cover Story] 아이돌 산업 삼국지 韓·中·日 '3국 3색'

      빌보드 홈페이지에 힙합·댄스·팝과 함께 K팝도 당당히 한 장르
      2000년대 들어 한국식 연습생 제도 도입된 후 산업 정착

      한국
      페루 대학생 가브리엘은 유튜브에서 우연히 한국 걸그룹 원더걸스의 '노바디' 뮤직비디오를 보고 케이팝(K Pop)에 빠졌다. 그 뒤론 시간날 때마다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찾아 본다. 독일 대학생 리젤 역시 케이팝 마니아다. 그는 "동방신기 공연 영상을 보고 반했다"면서 "그 뒤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한국 TV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웅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 노래 '마지막처럼'이 흘러나온다. 배트맨·원더우먼 등 극중 초인 주인공 중 하나인 플래시가 케이팝 팬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변방(邊方) 소국 주변 문화로 취급받던 케이팝은 이제 한국이 자랑하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버티고 있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미 음악 전문지 빌보드 홈페이지엔 R&B, 힙합, 댄스, 팝, 라틴 음악과 더불어 케이팝이 당당히 한 장르로 나뉘어 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프랑스 노래가 '샹송'이라면 한국 노래는 '케이팝'"이라면서 "그 밑바탕에서는 아이돌이 개척한 고유한 개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 아이돌, 케이팝 인기를 아시아 일부 지역에만 한정된 '찻잔 속 태풍'으로 치부하던 외국 전문가들도 이젠 그 위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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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걸스
      한국 음악 시장에 처음 등장한 아이돌은 1992년에 데뷔한 3인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꼽힌다. 이어 H.O.T., 젝스키스, 핑클, S.E.S. 등 연예 기획사들이 육성한 남녀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층이 형성됐다. 이때를 '1세대 아이돌' 시대로 잡는다.

      한국 10대 전유물에서 전 세계로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아이돌은 상대적으로 주먹구구에 가까웠다. 기획사에서 길거리 캐스팅이나 오디션을 통해 가수 지망생을 모아 몇 달 동안 춤·노래를 가르친 뒤 시장에 내보냈다. 1세대를 전후해 한국 3대 아이돌 기획사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1989년), JYP엔터테인먼트(1996년), YG엔터테인먼트(1996년)가 차례로 설립됐다.

      아이돌 산업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 핵심으로 꼽히는 '연습생 제도'가 체계를 잡아가면서 이를 통해 배출한 아이돌 그룹들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2세대 아이돌'로 분류하는 보아와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 등이다. 짧게는 1년에서 길면 7~8년 동안 춤, 노래, 외국어, 연기 등을 집중 연마한 다음 대중 앞에 섰다. 이때부터 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세계시장을 겨냥해 해외 오디션을 통해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지망생도 영입했다.

      '3세대 아이돌'은 2010년 전후 외국인 멤버 영입, 연습생 경쟁 장면 노출, 소셜미디어·인터넷 방송 등 소통망 광대화 등이 특징이다.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중남미·유럽 등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아이돌 그룹이 본격적 세계화를 구현한 것도 이때부터다.

      외국인 멤버·인터넷으로 '세계화'

      젝스키스
      젝스키스
      2012년 데뷔 당시 12인조였던 엑소는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중국인 4명을 끌어들였고, 트와이스엔 일본인과 대만인 멤버가 각각 3명, 1명 활동 중이다. 세븐틴, 블랙핑크, 워너원 등에도 중국, 태국, 대만 등 외국인이 함께한다.

      인스타그램·트위터·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쌍방향 인터넷 방송인 V라이브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통 플랫폼 발달은 한국 아이돌의 세계화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이런 플랫폼은 일방적 아이돌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아이돌과 팬이 만나는 '온라인 면회소'처럼 작동하면서 효과를 증폭했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 같은 3세대 아이돌은 이런 식으로 팬들과 함께 발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서 "이미 완성된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팬들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동료 의식이 더 깊은 몰입을 가져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