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50년 원조 '아이도루', 지하로 지방으로 세분화

    • 0

    입력 2018.03.24 03:07

      [Cover Story] 아이돌 산업 삼국지 韓·中·日 '3국 3색'

      연예기획사 인재 발굴 시스템 70년대 첫 등장
      2010년 4세대 아이돌 포화상태 다다르자 후쿠오카·니가타 등 지역 아이돌 등장

      일본
      일본은 아이돌 산업의 원조로 불린다. 프랑스 가수 겸 배우 실비 바르탕이 출연한 영화 '아이돌을 찾아라(원제 'Cherchez l'idole')'가 1960년대 후반 인기를 끌면서, 젊고 예쁜 여자 가수들을 지칭할 때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1970년대 프로듀서들이 기획해 내놓은 가수(그룹)들이 본격 선을 보이면서 캔디즈, 핑크레이디, 오냥코클럽 등 걸그룹을 중심으로 '1세대 아이돌'이 태동했다. 일본 말로 '아이도루(アイドル)' 시대가 열린 것이다. TV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 시기 아이돌 그룹은 CD가 등장한 1980년대 들어선 음반 판매를 중심축으로 움직였다. 음반 판매량이 크게 늘고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이돌 황금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연예기획사가 외모와 끼를 겸비한 인재를 발굴해 '아이돌 그룹'으로 만들어 이미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체계화한 것도 일본이다. 1990년대 들어 일본 기획사들은 '만능 엔터테이너형' 아이돌 그룹을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지난 2016년 말 해체 선언을 하기까지 25년 동안 일본 대표 아이돌 자리를 지킨 4인조 남자 가수 그룹 SMAP를 포함, 킨키키즈, 모닝구무스메, 아라시 등이 '2세대 아이돌' 대표 주자들이다.

      시장 포화…지역·지하 아이돌 등장

      일본의 아이돌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성숙기를 맞았다. TV 음악 방송뿐 아니라 예능과 드라마, 음반 판매와 콘서트, 잡지 화보 촬영, 광고 등 아이돌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아이돌이 그룹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는 방식이 보편화됐고, 아이돌 팬 문화도 대중화됐다. 칸자니에이트, 헤이세이점프, 모모이로클로버 등이 일본에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를 연 '3세대 아이돌'에 해당한다.

      2010년 전후로 데뷔한 '4세대 아이돌'들은 이렇게 포화 상태에 다다른 일본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궁리를 할 수밖에 없다.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나 이미지를 가진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지 않는 이상 신인 아이돌 그룹이 대중의 이목을 끌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중 성공적인 전략이 바로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 잠재적인 아이돌 팬의 취향과 수요를 아주 세분화해 그에 맞춘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는 것이다.

      일본 도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지역 아이돌'인 AKB48이 이 같은 세분화 전략의 성공 사례다. 2005년 데뷔한 AKB48은 도쿄 아키하바라의 전용 극장에서 매일 공연하는 식으로 팬들과 친밀하게 교류하고 인기 등에 따라 멤버를 교체하는 '졸업제'를 활용해 인지도를 쌓은 다음, 활동 범위를 전국으로 확장했다. AKB48이 2010년대 전성기를 맞은 덕에 규슈의 후쿠오카를 기반으로 한 HKT48 (2011년), 니가타에서 활동하는 NGT48(2015년) 등 자매그룹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지하 아이돌(地下アイドル)'은 일본 아이돌 산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나타난 아이돌 그룹의 한 형태로, 아이돌계의 인디밴드에 해당한다. TV나 잡지 같은 주요 매체를 통하지 않고 소규모 공연장에서 자체 제작한 음반을 판매하면서 충성도 높은 소수 팬층을 공략해 수입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