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기획사 상품 아닌 방탄소년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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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24 03:07

      [Cover Story] 韓·中·日·美4개국 전문가"나는 이렇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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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2009년 프랑스 보르도대 교수 시절 지역 고교에 강연차 갔다가 그곳 학생들이 책상에 쓴 낙서를 보곤 깜짝 놀랐다. 씨앤블루, 인피니트, 샤이니, 2NE1, 케이팝♥ 등 한국 아이돌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문구가 가득했던 것. 이전에도 한류(韓流) 영향력이 심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회고한다. 홍 교수는 이후 이 경험을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시대의 한류'라는 책에 담았다.

      홍 교수는 요즘 방탄소년단을 주목한다. 그가 보기에 이들은 기획사가 빚어낸 상품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자율 학습형 아이돌'이다. "RM(랩몬스터)이나 슈가가 하는 랩 가사를 들어보세요. 강력한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요. 그게 기존 아이돌과 다른 점이죠."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국에서 K팝 인기는 어떻게 설명될까. 홍 교수는 "케이팝 아이돌은 '소독된' 느낌이 있다"면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케이팝은 현지 중산층 부모들이 보기엔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 접근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홍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외모와 춤만 있고 생각이 없다는 편견을 없애면서 나아가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스스로 창조하면서 새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은 필연적으로 성장통(痛)을 겪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지할 수 없는 젊음은 딜레마다. 홍 교수는 "그래서 예술가로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지드래곤(아이돌그룹 빅뱅 멤버)은 모든 고비를 극복하고 그만의 독특한 신명으로 계속 전진하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아이돌 현상을 시장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걸 지양한다. "아이돌 인기는 (무료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팬덤(fandom)에 기초하기 때문에 사실 경제적 지수로 환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아이돌이) 수출 전선에서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풍토는 근시안적 사고일 뿐 아니라 더 포괄적인 문화 영향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