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시장 중심축 大이동… 고전 보다 현대미술이 주도

    •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저자

입력 2018.03.24 03:07

[이규현의 Art Market] (7) 미술시장 좌우하는 현대미술

2017년 아트바젤 아트페어의 앤소니 마이어 파인아트 갤러리 부스에 미국 현대미술 작가 도널드 저드의 작품이 전시된 모습.
2017년 아트바젤 아트페어의 앤소니 마이어 파인아트 갤러리 부스에 미국 현대미술 작가 도널드 저드의 작품이 전시된 모습. / 아트바젤
세계 최고 아트페어인 아트바젤(Art Basel)이 지난 한 해 세계 미술 시장을 분석한 연간 보고서를 지난 14일 발간했다. 여기에서는 세계 미술 시장의 연간 거래 액수가 2년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왔다. 미술 시장 활황이 정점을 찍었던 2007년 거래액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2016년에 비하면 12% 늘어난 637억달러(약 69조원)였다. 특히 경매만 한정해서 거래 미술 작품을 제작 시기에 따라 분류해 보면, 1945년 이후 제작된 '현대 미술'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1945년 이후 작품인 '전후 및 현대 미술(Post War and Contemporary Art)' 경매는 작년 미술 작품 경매 총액의 46%를 차지했다. 피카소, 마티스, 세잔 등 '근대 미술'이 27%, 모네, 반 고흐, 고갱 등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가 17%로 그 뒤를 이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전체 미술 시장 거래액에서 17%에 불과했던 '현대 미술'은 2006년 이후 '근대 미술'과 대등한 비중을 차지하다가 2011년부터는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억1050만달러(약 1244억원)에 낙찰된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1960~1988)의 유화 '무제(Untitled·1982)'처럼, 한 작가의 작품 최고가가 경신됐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도 대부분 현대 미술 작품이다. 우리에게 '행복한 눈물'로 잘 알려진 팝아트의 대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한 점이 작년에 한 개인 거래에서 1억6500만달러에 팔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매 미술품의 제작 시기별 비중과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국가별 비중
'큰손' 미국이 현대 미술 가격 올려

현대 미술이 세계 미술 시장에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먼저, 현대 미술은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예술가들이 느낀 무질서, 공포, 참담함을 추상화나 기존 관습을 파괴하는 전위적 방법으로 표현한 예술이다. 추상 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대지 미술 등으로 대변되는 이런 자유분방한 미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활발하게 발달했다. 세계 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바뀐 뒤부터다. 그래서 현재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현대 미술 작가는 대부분 미국 작가다. 아트바젤 보고서를 작성한 클레어 맥 앤드루 박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아트페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작가는 앤디 워홀이었고, 그다음은 알렉스 카츠와 프랭크 스텔라"라고 발표했다. 세 사람 모두 미국 작가다.

또한 주요 미술 컬렉터는 20세기 후반 이후부터 최근까지 미국에 집중돼 있었다. 중국 미술 시장 급성장으로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많은 미술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린 나라였다. 경매와 화랑 거래를 합해 작년에 미국에서 팔린 미술 작품 총액은 세계 미술 시장의 거래 총액의 42%를 차지했다. 컬렉터는 대체로 자국 미술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 컬렉터가 주도적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세계 미술 시장의 취향이 바뀔 수 있다.

수급 원활해 시장 형성도 쉬워

현대 미술이 세계 미술 시장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작품 수급이 원활한 점이다. 지난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이 4억5030만달러(약 4971억원)에 낙찰된 데서 드러났듯,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반 고흐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아주 비싸게 팔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작가들의 대표작은 대부분 미술관에 있거나 세계 몇 안 되는 부자 컬렉터 손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미술관이 망하거나 그 컬렉터들이 세상을 뜨기 전엔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단 작품이 시중에 많이 풀려 있어야 시장이 형성되고 가격도 오르는데, 이런 점에서 가장 유리한 작품이 현대 미술이다.

이제는 미국 경매 시장에서도 아시아나 다른 지역의 컬렉터들이 작품을 많이 사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의 전통 컬렉터들 취향이 미술 시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 중국의 미술 시장 거래액 점유율이 2010년부터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중동 지역 컬렉터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세계 미술 시장에서 영국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서양 현대 미술에 치우쳤던 미술 시장 판도가 가까운 미래에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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