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무섭게 크는 中 전기차 배터리… CATL, 곧 파나소닉 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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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24 03:07

      최유식의 長江激流 (2)

       2016년 9월 삼성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이 터졌을 당시, 중국 언론은 반색을 했다. 삼성전자가 자국 기업과 경쟁 관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 배터리업체 신에너지과학기술(ATL·Amprex Technology Limited)이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진 게 주된 이유였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전기차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자국 배터리업체 때문에 골치를 썩었다. 2008년 비야디(BYD)가 워런 버핏의 투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기술력과 품질에서 한국·일본 기업의 상대가 못 됐다. 보조금을 쏟아부어도 그 과실이 고스란히 한·일 기업에 돌아갈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ATL이 중국 정부의 고민 하나를 덜어준 것이다.

      ATL은 2005년부터 애플의 1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중국 남방의 기술 기업이다. 정부 보조금과 국내 시장 보호 정책에 기대 겨우 버티는 기존 중국 배터리업체와 수준이 다르다. ATL 창업자인 쩡위췬(曾毓群·51)은 2011년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닝더신에너지과학기술(CATL)을 따로 창업, 이 분야에서도 한·일 기업과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업체와 CATL 기술 차이는 1~2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우리 업계는 보고 있다.

      日 기업 근무하던 3명이 창업

      ATL은 1999년 홍콩에서 창업됐다. 일본 전자부품 기업 TDK 산하 홍콩 기업 SAE에서 일하던 량사오캉(梁少康) 사장, 천탕화(陳棠華) 기술 담당 임원, 쩡위췬 수석 엔지니어 등이 공동으로 창업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광둥성 둥관(東莞)에 공장을 차렸다. 사명은 암페어(Ampere)와 엑설런트(excellent)를 합친 말이다.

      같은 중국인이지만 배경은 달랐다. 량사오캉은 중국 대륙 출신으로 홍콩 기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홍콩대에서 공학석사, 홍콩시티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천탕화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화학 박사로 IBM에서 일한 적이 있는 화교 출신. 반면, 쩡위췬은 중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젊은 수재였다. 1968년 푸젠성 닝더(寧德) 인근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89년 상하이 명문 자오퉁대 조선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푸젠성의 한 국유기업에 취직을 했지만 3개월 만에 그만두고 광둥성의 민간 전자회사에 취업했다. 이후 SAE로 옮겨 31세 나이에 최연소 수석 엔지니어가 됐다. 홍콩과 대륙, 미국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중국인 엔지니어 3인방이 ATL을 창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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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쩡위췬 CATL 창업자
      애플 배터리 공급업체로 급성장

      ATL은 모방에 익숙한 다른 중국 업체와 달리 처음부터 핵심 기술을 사왔다. 미국 벨 연구소에서 리튬폴리머 배터리 특허를 사들여 상용화했다. 젤 형태의 전해액을 사용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알루미늄 막으로 된 주머니로 외부를 포장해 파우치형이라고도 부른다. 딱딱한 각형 배터리에 비해 안정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때마침 2000년은 중국 시장에 휴대전화 보급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ATL은 한·일 기업 제품에 비해 싼 값과 높은 용량을 무기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미국과 영국, 타이완 투자자들로부터 2500만달러의 자본을 유치해 생산 시설도 늘렸다. 2004년에는 애플 MP3 아이팟에 들어가는 배터리 1800만여 개를 공급하면서 세계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ATL은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었지만 한·일 기업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기술력 부족과 규모의 한계를 절감했다. 2005년 ATL 지분 100%를 1억달러에 일본 TDK에 넘긴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다만, TDK는 매각 후에도 ATL의 경영은 량사오캉, 쩡위췬 등이 그대로 맡았다.

      ATL은 2008년 15억달러를 투자해 닝더시에 대규모 리튬폴리머 전지 제조 공장을 차리면서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2015년에는 소니를 넘어 세계 4위, 중국 1위 소형 배터리 업체로 부상했다.

      전기차 배터리 6년 만에 세계 2위

      쩡위췬은 2011년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CATL을 따로 창업했다. ATL의 기술 인력을 대거 데려가 사실상 ATL의 자매회사다. 하지만 2015년까지 양사 간 지분 관계를 완전히 정리, 지금은 100% 중국 회사가 됐다. 중국 정부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받기 위해 일본 기업 색깔을 뺀 것이다.

      CATL은 최근 수년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 8억9000만위안이던 연 매출은 2015년 50억위안, 2016년 15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시장 점유율은 16.5%로 파나소닉에 이어 2위였다. BMW와 시트로엥, 현대차 등이 CATL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올 상반기 예정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난 14일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섰다"고 공시, 올해 판도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IPO를 통해 20억달러 자금을 조달, 24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신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세계 1위 업체 자리를 굳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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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푸젠성 닝더에 있는 CATL 본사 건물./블룸버그
      기율 강한 군대식 문화

      ATL과 CATL은 연구·개발(R&D)비 비중이 높고, 종업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등 일반 중국 기업과 DNA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화웨이(華爲)와 닮은 측면이 많다.

      CATL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11% 수준에 육박한다. 많아도 6% 선인 중국 내 다른 배터리 기업의 2배에 가깝다. 연구·개발 인력은 3600여 명으로 전체 직원 1만8000여 명의 20% 수준. 이 중 1100명가량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다.

      쩡위췬 CATL 사장은 작년 4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고 하는데, 지금 돼지(CATL)가 날고 있는 거냐? 태풍이 가고 나면 돼지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지금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2020년 전기차 보조금을 전면 폐지한 이후에도 한·일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잔업은 늘 밤 9시 30분까지, 휴일 없이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연구 토론을 좋아하고 실험과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 취업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ATL과 CATL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CATL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면서, 엔지니어들을 강도 높게 단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터리업계의 황포군관학교'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