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인류 역사상 가장 과대 평가된 기술 '블록체인'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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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24 03:07

      [WEEKLY BIZ Column]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블록체인 예찬론자들은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은 물론 인류의 소통 시스템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블록체인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기술 중 하나라고 본다.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에 비해 효율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만 뜯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같은 거래에 대한 기록을 여러 장치에 복제해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하나의 중앙서버로 거래 기록을 모아서 보관하는 중앙집중형 시스템에 비해 큰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 기록을 암호화하는 기술까지 들어가면, 전체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는 더 커지고 거래 시간도 느려진다.

      둘째, 블록체인 예찬론자들은 이 기술이 인터넷의 HTML(웹문서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본 프로그래밍 언어), TCP-IP(서로 다른 운영체제를 쓰는 컴퓨터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통신규약)처럼 보편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자체가 TCP-IP 같은 프로토콜 기반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인데, 과연 스스로 프로토콜 역할을 할 날이 올까? 게다가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을 통한 연결뿐만 아니라 같은 망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컴퓨터 성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같은 거래망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거래 기록을 각각 복제해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자 카드의 글로벌 결제망에서 처리하는 거래 건수가 초당 2만5000건에 이르는 데 반해, 비트코인 거래망인 '비트코인코어'에서 체결되는 비트코인 거래가 초당 5~7건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셋째, 모든 사람이 거래 원장의 원본을 보관하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 화폐가 상용화되면 신용 확인이 필요 없는 유토피아가 온다는 얘기도 어불성설이다. 세상의 금융 거래 가운데 신용 없이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거래는 없다. 거래 참여자들의 이해관계와 요청에 따라 일부가 수정될 때도 있고, 합의에 의해 거래 기록을 파기할 때도 있다. 이런 모든 경우의 수를 무시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이 기존 금융산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런 세상에서는 모든 금융거래가 100% 현금을 담보로 설정되어야 하므로, 자본비용 관점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미 블록체인에 의존하지 않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페이팔, 스퀘어 등 다양한 전자결제망이 하루 수십억 건씩의 거래를 소화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속도보다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조해야 하는 복잡한 거래에만 쓰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