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스마트폰을 끄세요… 15분간 두 그림을 잘 보세요… 무엇을 발견했나요?

    • 0

    입력 2018.03.24 03:07

      FBI보다 뛰어난 관찰력 기르는 법… 美 전문가의 조언

      관찰력 전문가 에이미 허먼
      관찰력 전문가 에이미 허먼
      우간다 사업가 데렉 카용고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 로비에서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렀다가 세면대에 올려진 비누를 보고 의문을 품었다. "호텔에서는 매일 아침 새로운 비누로 바꾸는데 전날 미처 다 쓰지 못한 비누는 어디에 사용될까?" 쓰다 만 비누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충격받았다. 그의 고향인 우간다에서는 비누를 살 돈이 없어 제대로 씻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비위생적 환경 때문에 질병에 걸려 매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사망한다. 그는 미국 전역 호텔에서 버려지는 비누를 살균 처리해 비누가 부족한 국가에 보급하는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비누 프로젝트'를 2009년 시작했다. 오늘날 이 단체는 90국에 재활용 비누를 공급, 개발도상국의 위생을 개선하고 있다.

      창의적 경영의 관건은 관찰력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발견이라도 경영자에게는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데렉은 남들이 무심코 지나친 호텔 비누를 보고 기회를 찾았다. 스위스 공학자 조지 드 메스트랄은 등산하고 집에 돌아와 양말에 붙어 있던 우엉 씨를 눈여겨보다가 그 모양을 본떠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개발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창업자는 "창의적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보는 능력(the ability to see)'"이라고 했다. 그는 애플의 제품 개발 과정에서 세세한 면까지 살펴보고 수정과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누구나 평범한 장면 뒤에 숨겨진 정보를 발견하는 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두 눈 뜨고도 중요한 정보를 놓친다. 여기에 스마트 기기가 생활 일부가 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보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 연방수사국(FBI)과 경찰, 군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법'을 15년간 가르친 에이미 허먼(Herman)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을 기르고 싶다면 미술관에 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하나를 골라 최대한 오래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한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은 평균 17초. 허먼은 감상 시간을 적게는 1분에서 길게는 2~3시간까지 늘려보라고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몇 명인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입은 옷 색상과 재질은 무엇인지, 빛이 어느 각도에서 들어오고 있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의식적으로 보고 또 봐야 한다. 그는 "머릿속에 저장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관찰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작품 속 객관적 정보와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서 "지각(知覺) 능력을 기르는 좋은 연습"이라고 했다.

      미술 작품을 보고 또 보라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첫 단계는 무엇인가.

      "첫 단계는 내 시각이 편견이나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지하는 것이다. 무의식 중에 자리 잡은 편견은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능력을 흐린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결정을 내렸는가?' 자문해보라. 내 시각이 편향됐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잘 관찰하는 것보다 어렵다. 앞으로 결론에 다다르기 전에 한발 뒤로 물러서서 결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요소를 고려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FBI나 경찰이 미술 작품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배우는가.

      "경찰이 전화로 범죄 현장에 대한 세부 묘사를 전해 듣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들은 머릿속으로 현장 모습을 시각화한다. 경험이 많은 경찰이라면, 현장에 도착하기 전 현장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형성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험으로 얻은 고정관념과 편견이 작용한다. 경험만 믿다가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연습을 하면 똑같은 사건이나 현장도 다르게 보는 데 도움이 된다. FBI 요원들은 이미 철저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다. 이들은 업무를 수행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정보를 중심으로 배우는데, 미술 작품을 보는 연습을 통해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정보를 챙기다가 놓쳤을 만한 정보'를 보는 능력을 기른다."

      이미지 크게보기
      미술작품을 유심히 감상하는 것은 관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왼쪽 사진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오른쪽은 고흐의 자화상을 관람객들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 / 조선일보 DB
      ―현대인은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바쁘다. 산만한 환경에서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디지털 세상에서 보는 눈을 기르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매일 15분씩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를 덮어놓고 연습을 하는 것을 권한다. 산책을 하거나 친구와 대화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그 순간에 보이는 것에 집중해보자. 디지털 기술로 가려졌던 시야가 뚜렷해지면서 보이지 않았던 정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매일 짧게라도 연습하면 내가 무엇을 눈여겨보고, 무엇을 놓쳤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가족·동료와 대화해도 관찰력 높아져

      ―기술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데, 기술을 활용해서 '보는 눈'을 기르는 방법은 없는가.

      "한계가 있다.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그 어떤 기술도 두뇌에 연결된 두 눈과 대면 만남을 대체할 수 없다. 기술은 신속한 답변이나 검색이 필요하거나, 기술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 때만 사용해야 한다."

      허먼은 관찰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미술관과 미술 작품을 제시했다. "미술 작품 하나는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데다, 일상에서 벗어난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뇌가 신선한 자극을 얻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쁜 직장인이 미술관을 자주 가기는 쉽지 않다.

      ―집이나 직장에서 연습하려면 어떤 방법을 쓰는 게 좋을까.

      "가족이나 동료들과 '그날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해 서로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한 방법이다. 우리는 일상의 쳇바퀴에 익숙해져 우리가 평소에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이 특별히 기억에 남았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의사 소통 능력은 물론 지각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창의력과 혁신의 원천은 늘 눈앞에 있다. 그러나 제대로 보려면 시간을 들여 관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