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1달러만 내면 40초 만에 한 곡 '뚝딱'… 오늘부터 당신도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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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24 03:07

      'AI가 만드는 음악 세상'
      '주크데크' 리처드 스톱스 창업자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음악회 무대 위에 선 가수 손아름·정동수씨가 'Our Voice'란 제목의 노래를 열창했다. 케이팝(K-pop) 느낌이 나는 3분 길이 발라드풍 노래. 수백 명 청중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인간이 작곡한 게 아니었다. 음악 제작 기업 주크데크(JUKEDECK)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돌려 나온 작품이다. 이 곡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0초. 이를 바탕으로 국내 음반 제작사 '엔터아츠'가 멜로디와 음색만 약간 보완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걸그룹 '스피카' 출신 가수 김보형씨 등도 인공지능이 만든 곡을 차례로 불렀다. 이들은 "기계가 만든 곡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엔터아츠 박찬재 대표는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작사·작곡을 맡아 전 세계에서 하루에 수십억 곡이 쏟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했다.

      리듬·박자에 수학(數學) 활용

      2012년 미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 수업을 청강하던 영국인 에드 뉴턴렉스(Newton-Rex·31)는 문득 "음악이 가진 수학적 요소를 이용한다면 컴퓨터가 곡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부 시절 음악을 전공했던 그는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여덟 살 무렵부터 동네 친구였던 패트릭 스톱스(Stobbes)를 끌어들였다. 스톱스도 대학 시절 아마추어 밴드 활동을 할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한 다음, 당시 구글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2년 12월 인공지능 음악 제작업체 주크데크는 이렇게 탄생했다.

      사업 초기 대부분 반응 냉담

      지난달 28일 만난 스톱스 주크데크 공동 창업자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곡에 담긴 멜로디나 박자, 화음, 리듬 같은 구성 요소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 결국 수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컴퓨터 시스템에 잘 접목하면 (인공지능 음악과 관련해) 무궁무진한 사업 세계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스톱스는 구글을 퇴사하고 뉴턴렉스와 함께 런던 시내 허름한 건물에 33㎡(약 10평) 사무실을 마련, 회사를 차렸다. 손바닥만 한 사무실을 다른 벤처기업과 함께 써야 했다. 직원은 스톱스와 뉴턴렉스 둘뿐이었다. 스톱스 COO는 "사업 초기 자금이 모자라, 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뉴턴렉스 모교인 케임브리지대 창업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2만5000파운드(약 1억8000만원)를 받아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후 시스템 개발에 추가 자금이 필요했지만 투자처를 찾아 다녀도 "그런 사업이 되겠느냐"는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그렇게 2년 동안 악전고투한 끝에 2014년 인공지능이 작곡한 첫 작품이 탄생했다. 당시엔 단순한 멜로디와 간단한 반주만 담은 조잡한 수준에 그쳤다. 1990년대 비디오 게임 배경음악과 흡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스톱스 COO는 "일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니 얼마든지 더 다양한 곡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주크데크가 도약하기 시작한 건 2014년에 영국에서 벌어진 세계 최대 벤처기업 경연대회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에서다. 여기서 주크데크는 1위를 차지하면서 상금과 함께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아 200만파운드(약 30억원)를 수혈했다. 이후 직원도 하나둘씩 늘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등 점점 다양한 악기가 만들어 내는 소리도 담아내기 시작하는 등 시스템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현재 전체 직원 수는 16명이다. 주크데크는 직원을 채용할 때 음악과 컴퓨터 모두에 소양이 있는 지원자만 뽑는다. 스톱스 COO는 "아무리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더라도 음악과 작곡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주크데크 시스템을 개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0.99달러 내면 40초 만에 납품

      인공지능 음악 작곡가 '주크데크'가 제작한 곡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주크데크 홈페이지(www.jukedeck.com)에 접속해야 한다. 우측 상단의 'Make' 항목에 들어가 이메일과 패스워드 등을 등록한 뒤 'Create a track'을 누르고 자신이 원하는 항목들을 입력하면 된다.

      주크데크 시스템이 1곡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시간은 40초. 곡 자체를 만드는 데는 2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인공지능 스스로 각종 음을 입혀서 연주하는 등 편곡하는 데 38초 정도가 더 걸린다. 주크데크는 현재 꾸준히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어 가격이나 고를 수 있는 장르·악기 등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현재 주크데크가 겨냥하는 주요 고객은 온라인 공간에 각종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개인이나 단체. 고객 중 70% 정도가 각종 동영상에 들어가는 배경음이 필요해 음악을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톱스 COO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각종 영상을 올리는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주크데크 고객도 덩달아 급증했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크데크 고객은 크게 세 부류다. 우선 개인이나 10인 미만 기업이다. 이들이 주크데크를 통해 곡을 사려면 단 0.99달러(약 1000원)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구입한 곡은 사적으로 듣는 건 물론이고, 각종 사업에 활용해도 상관없다. 동영상 화면상에 음악 출처가 주크데크라고 명시할 경우, 아예 공짜로 곡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고객은 법인이나 단체다. 만약 10인 이상 법인·단체가 곡을 사려면 21.9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개인 구매자와 마찬가지로 감상이나 상업 용도로 쓸 수 있다. 음악 저작권을 가지려는 개인·단체도 중요한 고객이다. 누구든 199달러를 내면 주크데크가 만들어 낸 곡의 저작권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 해당 곡이 상업적으로 히트한다면 모든 수익은 주크데크가 아니라 저작권을 산 개인·단체가 갖는다. 주크데크가 가격 정책을 수시로 바꾸고 있어 같은 곡이라도 구입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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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안무가 팝핀현준이 AI가 작곡한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 작곡가에게 최고 도우미"

      주크데크는 시스템을 2~3주에 한 차례씩 개선하면서 계속 곡 품질을 높이고 있다. 한국에선 엔터아츠와 손잡고, 케이팝 스타일 음악을 전문적으로 작곡해낼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톱스 COO는 "아직 주크데크는 냉정하게 보면 '사춘기' 수준으로 성숙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각종 효과음이나 선택할 수 있는 음악 장르와 무드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게 확장할 계획이다. 또 곡 중 일부 구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할 계획이다.

      스톱스 COO는 주크데크를 '포토샵(Photoshop)'에 비유했다. "포토샵은 사진에 음영(陰影)을 입히고, 필요한 부분을 잘라서 쓸 수 있도록 해서 사진사의 능력을 키웠습니다. 마찬가지로 주크데크로 자기한테 맞는 음을 작곡가들이 선택한다면 훨씬 더 편하게 좋은 곡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주크데크로 곡 구매하려면 (www.jukedeck.com)

      1. 원하는 13가지 음악 장르(피아노, 록, 팝, 영화음악, 드럼앤드베이스 등) 가운데 하나를 선택
      2. 음악의 분위기(무드)를 선택
      3. 원하는 길이를 입력(최대 5분)
      4. 곡의 중심 악기를 선택
      5. 클라이맥스가 어디쯤에서 연주될지 선택
      6. 곡의 빠르기를 입력
      7. 음악을 다운로드해 듣고 나서 곡을 구매할지 결정(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돈을 낼 필요가 없음)

      가격 : 개인이나 10인 미만 단체 구매 시 0.99달러(출처를 주크데크라고 밝힐 경우는 무료), 단체·법인 구매 시 21.99달러, 저작권까지 보유하려면 199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