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한국은 뛰고, 일본은 뛰다 걷고, 중국은 돈 갖고 쫓고…

    • 0

    입력 2018.03.24 03:07

      [Cover Story] 한·중·일 아이돌 산업 성적표

      日, 1962년 창업한 아이돌 양성소 '자니스'가 기원
      韓, 일본 벤치마킹 세계로 뻗어나가 한류 콘텐츠 수출액 20년만에 16배로
      中, 내수시장 218조원 자금력을 무기로 맹렬한 추격 불 댕겨

      지난해 12월 말 일본 아사히 TV의 대표 가요 프로그램인 뮤직스테이션 라이브 무대에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모습을 드러냈다. 잘 짜인 안무와 함께 대표곡 'DNA'를 열창한 이들은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 속에 무대를 내려갔다. 이어 일본 아이돌 산업을 대표하는 연예기획사 자니스가 미는 9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헤이 세이 점프'가 후속 공연을 펼쳤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선 두 그룹 팬들이 격돌했다. 그러나 결과는 방탄소년단 압승이었다. 일본 팬들조차 "방탄소년단 대단하다" "여전히 케이팝 성능이 높구나" "수준 차를 느낀다"는 탄식을 쏟아냈다.

      달아오르는 한·중·일 아이돌 격전

      사실 아이돌 생태계를 먼저 일군 건 일본이다. 한국 SM엔터테인먼트의 모델로 알려진 '아이돌 양성소' 자니스는 1962년 창업했다. SMAP나 아라시, 킨키키즈 등 일본 아이돌계에서 신화로 꼽히는 남성 그룹을 여럿 배출했다. 고객층을 세분화해 그에 맞는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전략을 택했고 성공했다.

      한국은 이 일본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독자적인 아이돌 육성 체계를 창조한 뒤 세계로 뻗어나갔다. 한국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미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 음악 시상식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이전까지 6년 연속 수상한 미국의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를 제쳤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춤 실력, 안무, 무대 매너 등) 퍼포먼스와 (외모와 패션 스타일 등) 비주얼, 즉 잘생기고 멋진 춤을 추고 끼를 보여줬다"면서 "(이는) 만국 공통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전성기에 접어든 와중에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앞서 나간 한·일 아이돌 제국을 추격하고 있다. 14억명 인구가 갖는 내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40억달러(약 218조원). 포르투갈 GDP(국내총생산) 수준이다. 이러한 내수를 바탕으로 제작비 500억원 이상 초대형 아이돌 프로젝트를 만들고, 한국·일본의 연예기획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한·중·일 간에 아이돌 산업 삼국지(三國志)가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아이돌이란 원래 서양에서 주로 10대들에게 '우상화'에 가까운 인기를 끄는 가수·배우·운동선수 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다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연예기획사가 '10~20대를 주요 팬으로 겨냥해 육성한 가수(그룹)'를 가리키는 '아이도루(アイドル)'가 음악산업 은어처럼 굳어져 한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요즘 아이돌은 음반·콘서트 등 음악 활동과 관련된 사업 외에도 광고, 관련 상품 판매 등을 결합하면서 막강한 '인플루엔서(Influencer·영향력을 가진 사람)'로 비즈니스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충성도 높은 팬 확보가 관건

      컨설팅회사 PwC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은 향후 연평균 4.2%씩 성장해 오는 2021년에는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주요 35개국에서1조4350억달러(약 154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성공의 관건은 충성도 높은 팬들의 확보이다. PwC는 "엔터·미디어 시장 성패(成敗)는 이 팬들을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존 마틴 타임워너 회장도 "단지 고객(시청자) 수를 늘리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면서 "시간·돈을 투자할 준비가 된 팬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산업은 인터넷이란 유통망을 타고 국가별 각축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문화 콘텐츠 시장은 '신(新)수출 전쟁' 격전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아이돌을 포함, 영화·드라마·예능·게임 등을 총괄한 한류(韓流) 콘텐츠 수출액은 1998년 4억1200만달러에서 지난해 67억4000만달러로 16배 성장했다. 한·중·일 아이돌 산업과 한류의 과거·현재·미래를 WEEKLY BIZ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