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가정이 태양전지 발전소… 에너지 사고파는 시대 온다

입력 2018.03.10 03:06

[Foreign Book Review] 에너지 산업의 2050년

에너지 산업의 2050년
"1인 가구 회사원 아베씨 집에 매달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엔 냉장고용 전기 사용료만 나온다. 냉장고는 한 달 내내 켜놓아야 하는 제품 특성상 ㎾당 가격이 싼 요금제로 정액제 계약을 했지만 다른 전자제품은 쓸 때마다 쓴 만큼만 전력을 살 수 있어 굳이 한 달 단위로 계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헤어드라이어는 공유업체에서 빌려 쓰는데, 대여료에 전기료가 포함되어 있다. 계약한 전력량을 다 쓰지 못하면 남는 전력은 가정의 축전지(蓄電池·ESS)에 저장해 두고 나중에 일정 규모에 이르면 P2P(개인 간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한다."

일본 최대 전력 회사 도쿄전력 출신 다케우치 수미코 교수가 도쿄전력 현직 간부 2명,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 에너지그룹장과 함께 쓴 이 책은 30년 뒤인 2050년 에너지 산업을 전망한다. 이 책이 그리는 미래는 일상과 산업의 생명선인 에너지를 세밀하게 관리하는 인프라가 구축된 세상이다. 부제목인 '유틸리티3.0'은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 '유틸리티1.0'은 강한 규제와 수직 통합적 거대 에너지 기업의 지역 독점 체제를 기본으로 한다. '유틸리티 2.0'은 일본이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에너지 산업의 전면 자유화를 뜻한다. 그리고 '유틸리티3.0'은 기존의 대규모 발전소 등의 전원(電源·전기에너지를 얻는 원천)과 함께 태양광·풍력·지열 등 분산형 에너지, 분산형 ESS, 전기차(EV) 등이 융합하면서 분산형 전원이 급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저자들은 오랜 기간 일본 내 전력 판매 독점 기업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집단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산업 흐름을 경고했다는 의미가 남다르다.

대형 발전소 줄고 전력 생산 가정 증가

이들은 에너지 산업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일본의 앞날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하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 앞서 묘사한 대로 각 가정을 태양전지를 가진 발전소이자 축전소로 만드는 작업에 성공하는 미래다. 이렇게 되면 기존 대형 발전소에 의존했던 전력 판매 비즈니스는 사라진다. 대신 'UX코디네이터(User Experience Coordinator)'가 전력과 제품 사용 경험을 함께 소비자와 기업에 제공하게 된다. 일종의 '전력 컨설턴트'다. 이와 동시에 가정·기업에서 전력을 자체 생산·보관·판매하는 프로슈머(생산활동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곳곳에서 나오는 소규모 분산 전원을 모아 대량 공급하는 '자원 통합 전문가'도 등장할 수 있다. 이들이 한데 모은 분산 전원의 전력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 전통적인 화력·원자력 등 대형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을 통합하는 파워 마케터가 UX코디네이터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전원이 다양해지는 만큼 송배전 설비 운영자들도 다양해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갑자기 늘어도 전력 계통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과거 일방통행으로 움직이던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거미줄 같은 구조로 재편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시나리오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지지부진하고 석유 등 화석연료 의존이 이어지는 지금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경우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따라 에너지 공급 안정성은 떨어지고 전기료가 불시에 급등하면서 전력 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급증한다. 전력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주요 도시는 교통·전력 인프라 유지가 어려워지고 인구가 줄면서 자동차 등 일본 제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에서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과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 등에 힘입어 태양광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사진은 일본 효고현 아와지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에서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과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 등에 힘입어 태양광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사진은 일본 효고현 아와지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 / 블룸버그

인구 줄면서 에너지 미세 관리가 중요

결국 관건은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다시 구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구가 줄면 기존의 대규모 발전 시스템은 필요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면서 비효율적이 되고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전원 분산이 필수 과제다. 화력·원자력 등 특정 전원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다양한 발전원을 개발하면서 하중을 줄이는 것이다.

미래의 에너지 구조는 분산형 전원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점도 그 부분이다. 분산 전원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존 대규모 전원, ESS, EV가 융합적으로 연계되고 각종 하드웨어와 산업 혁신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기기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연계되면서 각종 에너지 자원의 지능화와 함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산업의 혁신 흐름에 뒤처질 경우 일본 제조업 경쟁력도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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