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세계 최대 석유회사 CEO가 일본에 간 까닭… 수소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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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10 03:06

      사우디 '아람코' 나세르 사장, 탈원유 신재생에너지 협력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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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아람코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는 아민 나세르 사장.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사우디 투자 포럼에 참석했을 때 모습이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국영 석유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 아민 나세르 사장(CEO)이 일본을 찾았다. 원유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에 대해 협력 방안을 구하기 위해서다.

      아람코는 기존 원유 중심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석유화학·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른바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이다. 현 국왕 아들이자 사우디 최고 실세로 통하는 알사우드 왕세자가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내놓은 청사진인데, 나세르 사장은 왕세자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아 '비전 2030'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 나세르 사장은 "아람코가 '비전 2030'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아람코는 매출 대부분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으며, 세계 원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웃돈다.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아람코 35년 근무한 원유 전문가

      나세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1982년 아람코에 들어와 33년간 원유 개발 분야에서 일했다. 수석 부사장을 지내다 2015년 아람코 사장에 올랐다. 2016년 사우디에서 에너지 분야 상호 협력 협약 체결차 나세르 사장을 만났던 임청원 한국전력 인천지역본부장(당시 해외사업개발처장)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고, 엔지니어 출신답게 기술적 지식이 풍부했다"고 기억했다.

      아람코는 일본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석유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자동차 연료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 수소 공급 인프라와 수소발전소 건설 등 다양한 수소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나세르 사장은 "수소는 청정 에너지원이자 차세대 연료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소를 활용하는 산업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연료 전지와 자동차 차량 연료, 반도체·케이블용 광섬유, 화장품 성분 강화제나 화학제품 제조 과정 등에 쓰인다. 발전, 항공우주, 석유화학 산업도 포함된다.

      아람코는 수소 분리 공정을 통해 원유를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리하고, 이 분리한 수소를 일본으로 해상 운송하면, 일본이 이를 자동차 연료나 발전 연료 등으로 다시 활용하게 된다. 아람코와 일본은 이미 실무자급 협의를 여러 차례 갖고 올해 안에 사우디에 수소 분리 시험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일본과 손잡고 석유에서 수소 추출

      나세르 사장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원유 사업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변환하기 위해 일본과 수소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미 이와타니산업이 1941년 수소 사업을 시작했고, 이와타니산업의 이와타니 나오지 창업자가 "앞으로 수소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 게 1965년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와타니 외에도 도요타 자동차, 가와사키중공업, 지요다화공건설 등이 실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수소 제조 부문 일본 최대 기업인 이와타니는 주로 로켓 연료로 사용하던 액화수소를 범용 에너지로 탈바꿈시켰다. 액화수소는 부피가 작아 기체 상태 수소를 고압 압축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저장·운송 능력이 최고 12배 뛰어나다.

      지요다화공은 수소를 화학물질로 바꿔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이 독보적이다. 지난해 아람코 최고기술책임자가 요코하마시 지요다 수소 제조 실증 공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지요다는 2020년을 목표로 수소를 상온에서 대량 운반, 연료전지차에 쉽게 공급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지요다와 미쓰비시상사 등 4사는 2020년까지 국제 수소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뛰고 있다. 브루나이에서 제조한 수소를 액체 제품으로 전환, 선박으로 일본에 운반한 뒤 활용하는 내용이다. 브루나이 수소화 공장은 올 8월 착공 예정이다.

      선진국도 관심이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 수소연료전지차(FSV) 1만여 대 보급을 목표로, 70여 곳의 수소 충전소를 설립했다. 2017년에는 100여 곳을 추가했다. 독일도 2015년에 수소 충전소 설치를 시작, 1000여 곳을 지속적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한국은 액화수소 분야 연구는 더디지만, 지난해 8월 부산 해운대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면서 연료 전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중국·인도 등 대규모 투자

      나세르 사장이 수소 사업 외에도 강조하는 분야는 석유화학이다. '원유에서 화학으로(Crude to Chemical)'는 그가 여러 차례 언급한 화두다. 아람코는 세계 3대 석유화학 회사로 꼽히는 사빅(SABIC·사우디기초산업공사)과 함께 원유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양사가 양해각서를 맺고 200억달러 규모 석유화학 합작사를 세워 원유에서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2025년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아시아 소비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플라스틱 수요가 크게 늘자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것. 나프타·에틸렌 등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연 900만t 생산할 수 있다. 나세르 사장은 "원유의 45%를 석유화학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세계 최고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 에너지 기술 회사 CB&I, 석유 메이저 셰브론과 손을 잡았다. 사빅은 2015년 SK종합화학과 합작 법인 넥슬렌(Nexlene)을 세운 곳이기도 하다.

      아람코는 최대 시장인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쇼와셸석유)·한국(에쓰오일)에 대규모 출자·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공장·정유소에 투자하고, 한국 현대중공업과는 합작 조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나세르 사장은 "중국·인도가 향후 최대 관심 지역"이라면서 "해당 국가 회사 여러 곳과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이미 중국 푸젠(福建)성 지역에 중국 최대 석유회사 시노펙, 미국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과 공동으로 정유·석유화학 합작 공장을 건립한 상태다. 최근 석유 수요가 급증하는 인도에도 대규모 정유 시설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