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날아오르는 디지털 드래곤… 올라탈 것이냐 미끄러질 것이냐

    •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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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3.10 03:06 | 수정 2018.03.12 16:39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부소장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부소장

      태국 방콕에 출장 갔을 때 일이다. 밤늦게 도착해 간단한 간식을 사려고 편의점에 갔다. 현금이 없어 신용카드를 건네자 결제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난감하던 차에 눈앞에 보인 알리페이(支付寶) 안내문. 휴대폰으로 무사히 결제를 마쳤다. 호주 시드니에선 중국 업체 노란색 공유 자전거를 길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회의차 만난 미국인 노벨 경제학 수상자는 중국 메신저 위챗(微信)을 사용하고 있었다.

      디지털 전장(戰場)에서 중국 위세는 날이 갈수록 등등해지고 있다. 빅데이터, 가상현실, 자율 주행, 인공지능, 머신 러닝 등 첨단 기술 투자에서 중국은 세계 3강에 꼽힌다. 한국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업체 텐센트(騰訊)는 2016년 핀란드 게임 회사 수퍼셀을 인수, 전 세계 1위 게임사로 도약했다. 텐센트는 한국 유명 연예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주주이기도 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裏巴巴)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 동남아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자다를 인수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토코피디아에도 투자했다. 중국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은 남미에서 우버와 전면전을 준비하기 위해 브라질 차량 공유 업체인 99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곳도 많다. 중국 뮤지컬리(音樂地)라는 스타트업은 미국 10대를 대상으로 DIY(Do It Yourself) 뮤직비디오 앱을 개발, 성공을 거둔 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도 수출한다. 하루 1억여 건 거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얻은 알리페이의 노하우는 한국 인터넷 은행의 사기 탐지 모형에, 중국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의 알고리즘은 인도 최대 콘텐츠 플랫폼 데일리헌트에 사용됐다.

      디지털 마니아 2억8000만명

      중국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규모를 바탕으로 한 속도의 우위. 7억3000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사용 인구 중 95%는 모바일 사용자이며 이 중 2억8000만명은 '디지털광'이다. 인구 500만명을 넘는 도시만 해도 22곳. 방대한 시장이 있어 새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상업화할 수 있다.

      둘째, 방대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중국 내 벤처 투자의 42%를 차지하고 중국 상위 50개 스타트업 중 절반 가까이와 인재 공급, 투자 등 관계로 엮여 있다.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 덕택에 위챗이나 알리페이 등 각 회사 대표 서비스는 새로운 기능이 매년 5~10개 추가되며 교통·쇼핑·의료·오락·기부 등 전천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셋째, 정부의 역할이다. 대표적 규제 산업인 금융 부문만 해도 알리페이가 송금, QR 코드 등 서비스를 시작한 지 5~10년이 지난 후에야 정부 규제안이 나왔다. 그사이 중국 핀테크 업체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업 모델을 혁신했다.

      무인 편의점·車 자판기·인공지능 의사

      디지털 경제에선 세 가지 파괴적 원동력이 존재한다. 첫째,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다. 아마존처럼 복잡한 중개 과정을 뛰어넘어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이다. 둘째, 분산화(disaggregation).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가동률이 낮은 자산을 쪼갠 후 서비스로 재포장해 판매한다. 공유 서비스가 그 예다. 셋째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 제품·서비스를 디지털화, 시공간을 초월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다. 음악이나 영화 산업에서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파괴적 혁신이 현장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 빙고박스는 800개가량 핵심 상품만을 취급하는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다. 알리바바 온·오프라인 통합형 수퍼마켓 허마(盒馬)는 반경 3㎞ 내 고객에겐 온라인 주문 후 30분 이내에 물품을 배달해준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시승을 받고, 알리바바는 5분 안에 구매가 가능한 자동차 자판기를 실험 중이다. 중국은 의료 인프라가 주로 대도시 위주라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그래서 텐센트는 원격으로 혈당을 측정, 당뇨병 환자를 관리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탕다이푸(糖大夫)'를 출시했다.

      중국은 한국에 '회색 코뿔소'

      확률은 매우 낮지만 발생하면 매우 큰 파장을 일으키는 현상을 가리켜 '블랙 스완'이라고 한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이 '회색 코뿔소'다. 큰 덩치의 코뿔소가 달려오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그대로 들이받히는 것, 즉 알고 있지만 대비를 하지 못해 속수무책일 때를 뜻한다.

      중국 디지털 경제는 한국에 회색 코뿔소나 다름없다. 지난 2005년 전 세계의 1%에도 못 미치던 중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이미 40%를 넘어섰다. 알리바바와 징둥(京東)닷컴은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절(光棍節) 글로벌 쇼핑축제에서 단 하루 만에 한국 연간 유통업 매출액의 12% 수준에 달하는 50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아시아 최초 시가총액 5000억달러를 달성한 업적은 텐센트 몫이었다. 중국 자전거 공유 업체 모바이크(摩拜)와 오포(ofo)의 시장가치(30억달러)는 대한항공 시가총액(3조원)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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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한 시민이 버스 승차 요금을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 신화통신
      중국의 등에 올라타라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중국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 미 완구 업체 마텔은 알리바바 판매 데이터를 분석, 신제품 개발을 추진한다. BMW는 위챗을 통해 4600만명 목표 고객군에 광고를 내보냈다. 중국 광파은행(廣發銀行)은 바이두의 지도 데이터를 지점 확장 계획에 사용한다.

      둘째, 중국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다. 디지털 산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한국에도 O2O(Online to Offline) 배달이나 소셜 커머스 등이 등장했지만 내수 시장이 작아 경쟁만 치열하지 실속이 없다. 중국과 지리적·문화적 접근성을 충분히 활용, 세계 진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셋째, 중국 정부 정책 방향에 민감해야 한다. 중국 인공지능 분야 잠재력에 주목한 구글은 베이징에 인공지능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고,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는 광저우에 연구개발(R&D) 거점을 두고 스마트 시티 모델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