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커피콩 한 알 안 나는데… 이탈리아 커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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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24 03:06

      17세기 오스만 제국서 베네치아로 들여와
      곱게 간 원두에 뜨거운 물 고압으로 통과

      커피 열매의 주요 산지는 적도 부근의 북위 25도부터 남위 30도 사이에 있는 소위 '커피콩 벨트(The bean belt)'에 집중돼 있다. 커피의 원산지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케냐, 중남미의 브라질과 콜롬비아, 동남아에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이 주요 수출국이다. 커피콩은 커피 열매 속에 든 씨앗의 껍질을 벗기고 말린 것이다. 딱딱한 초록색 생두를 볶는 작업이 로스팅인데, 이 과정을 거치면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갈색 원두가 된다.

      그렇다면 커피콩 한 알 나지 않는 이탈리아가 스타벅스를 탄생시킨 '커피의 본산'으로 불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유럽에서 가장 긴 커피 역사와 수많은 지역 카페들 덕분이다. 당시 이탈리아 해상무역의 거점이던 베네치아를 통해 17세기 초 오스만제국에서 유럽으로 커피가 전파됐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카페가 유럽에서 처음 등장한 곳도 베네치아다. 다양한 커피 음료의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는 곱게 간 원두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빠르게 통과시켜 뽑아낸 일종의 농축액으로, '이탈리아식 커피'다. 18세기 이탈리아 기업인들이 직원의 휴식 시간을 줄일 목적으로 추출 시간이 짧은 에스프레소 제조법을 권장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진한 커피에 우유, 생크림 등 다양한 부재료를 더한 메뉴들이 고안됐고,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같은 커피 용어의 상당수가 이탈리아어다.

      커피 맛은 원두의 품종과 생육 환경뿐만 아니라 원두를 배합하는 블렌딩과 로스팅, 보관법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로스팅 시간이 길어질수록 쓴맛이 진해지고 신맛은 약해지는데, 색이 아주 짙고 겉면에 기름이 배어 나오도록 원두를 세게 볶는 '다크 로스트'는 '이탈리아식 로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선 직접 원두를 볶고 카페 이름을 붙인 원두 제품과 커피 메뉴를 판매하는 소규모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족 사업으로 시작한 로스팅 업체와 카페가 전 세계에 원두를 공급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도 많다. MZBG의 세가프레도자네티를 비롯, 원두 판매량 세계 5위 안에 드는 브랜드 중 네 개가 이탈리아산이다. 1985년 설립된 루이지라바차의 라바차(Lavazza), 1919년 창업한 프로카페의 브리스토트(Bristot), 1933년 문을 연 일리카페의 일리(illy) 등이다.

      이탈리아 카페들은 전 세계 원두 공급을 넘어 글로벌 매장을 직접 여는 형태로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커피의 무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