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펄펄 끓는다, 그들이 모두 모였다

    •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입력 2018.02.24 03:06

[나마스테 인도경제] <4> 인도에서 맞붙은 글로벌 e巨商들

아마존 베이조스 10억달러 투자 발표
소프트뱅크 손정의 25억달러 가세
알리바바 마윈도 3억달러 추가 밝혀

전자상거래 시장 6년 만에 6배 폭증
이베이·MS·샤오미도 인공지능·물류까지 눈독 들여 '각축장'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배재대 교수
글로벌 공룡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 현지법인 '아마존 인디아'에 2억6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마존은 지난 한 해에만 인도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이 겨냥하는 곳은 인도 내 1위 토종 업체 플립카트다. 2007년 설립된 플립카트는 동록회원이 2017년 11월 현재 1억명이 넘고, 기업가치는 116억달러(약 13조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존은 현재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2위다.

인도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전쟁에는 아마존·플립카트만 참전한 게 아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최대 정보통신기업 소프트뱅크도 가세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8월 플립카트에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도 IT(정보기술) 회사에 대한 민간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당시 인도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스냅딜에 6억27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3위였던 아마존이 막대한 자금 공세로 2위 업체로 올라서자 스냅딜에 투자했던 손 회장은 위협을 느꼈다. 그래서 아예 투자 대상을 1위인 플립카트로 바꾸면서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을 견제하고 나섰다.

전자상거래 시장, 연평균 30%이상 성장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맞대응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2월 3억달러를 투자, 인도 전자상거래 기업 빅바스켓 지분 3분의 1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마윈 회장은 이미 스냅딜에 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또 다른 유력 인도 전자상거래 기업 페이티엠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글로벌 거물들의 인도 대전(大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샤오미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9년 38억달러(약 4조3000억원)였던 인도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2015년 230억달러(약 26조2000억원)로 6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말에는 500억달러(약 5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0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2026년 2000억달러(약 2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조스·손정의·마윈 일진일퇴

베이조스 회장은 플립카트에 직접 선전포고했지만, 손정의 회장은 플립카트에 투자를 하는 대리전을 택했다. 마윈 회장은 베이조스 회장과 정면 승부는 피하면서 인도 내 전자상거래 관련 분야에 전방위로 투자하는 포위전을 기획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 처음으로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에 진출한 이후 해마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앞서가던 올스, 이베이, 스냅딜 등을 따돌리고 인도 시장 2위로 올라섰다. 2016년 인도 소비자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률 조사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2015년 14%에서 1년 만에 24%로 상승, 플립카트(3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소프트뱅크는 2014년 10월 스냅딜에 6억2700만달러의 투자를 시작으로 앱 기반 택시호출서비스 올라,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 하우징닷컴, 모바일 결제업체 인모비, 채소배달 앱 그로퍼스, 온라인 기반 중저가 호텔체인 오요 등에 줄기차게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플립카트에까지 손을 뻗쳤다. 손정의 회장은 "우리는 인도에서 확실한 승자가 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을 지원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인도 전자 상거래 시장 규모
플립카트는 아마존 공세에 맞서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중국 텐센트, 미국 이베이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이어 소프트뱅크 투자까지 유치, 40억달러에 달하는 '실탄'을 장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인도 물류 서비스 스타트업 리비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에 1억 달러(약 1100억원)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리비고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물류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운송서비스의 생산성을 높였다.

텐센트·샤오미 등 중국기업 약진

2015년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에 진출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온라인 상거래에 집중하는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과 달리, 전방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15년 스냅딜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해 9월 페이티엠에 6억8000만달러를 투자,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6월에는 인도의 2대 온라인 티켓 플랫폼 티켓뉴의 지분 대부분을 사들였다. 12월에는 3억달러를 투자, 인도 전자상거래기업 빅바스켓 지분을 매입했다. 2016년 초부터 인도 현지 물류 대기업인 델리버리(Delhivery)와 엑스프레스 비즈에 대한 투자계획을 세운 후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엑스프레스 비즈는 2015년에 설립된 전자상거래 물류회사로, 알리바바는 이 회사 주식을 1억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마화텅 중국 텐센트 회장도 마윈 회장의 뒤를 쫓는 모양새다. 손정의 회장이 투자한 플립카트에 투자했고, 역시 손 회장이 손을 댄 올라에도 투자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도 중국 기업들의 인도 투자 공세에 가세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면서 전자상거래 기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인도 온라인 음악·영상 업체 훙가마와 인도 대학생 플랫폼 크레이지비 등 6개 인터넷 기업에 투자했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도 대규모 인도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인도시장 공략에 동참했다. 글로벌 인터넷 강자들은 인도가 인구 13억명을 넘는 거대한 시장인 데다 아직 인터넷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한 탓에 초기 투자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면 이후 시장 장악이 용이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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