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모두가 패닉에 빠졌을 때, 난 1조원을 벌었다

입력 2018.02.24 03:06

[Cover Story]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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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5일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직원들이 뉴욕 월스트리트 7번가의 본사 사무실에서 물품을 챙겨 나오고, 뉴욕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당시 금융위기를 예견해 1조원을 번 스티브 아이스먼 펀드 매니저. / 윤예나 기자·블룸버그

2008년 9월 15일 오전. 뉴욕 맨해튼 7번가 38층짜리 건물 입구에선 물품이 담긴 작은 박스를 팔로 안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4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였던 리먼브러더스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리먼브러더스가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월스트리트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리먼의 파산 신청 규모는 6130억달러(약 660조원). 미 역사상 가장 컸다. 전 세계 2만5000여 명 직원을 고용하고 있던 리먼은 공중분해 됐다.

리먼 몰락을 촉발한 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채권에서 파생한 복잡한 금융 상품이었다. 금융회사들은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집값의 100%까지 돈을 빌려주며 집을 사도록 부추겼다. 그리고 이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 금융회사에 팔았다. 그러나 마냥 오를 줄만 알았던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집을 처분해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부실 덩어리로 변했다. 이에 기반한 파생금융상품들도 휴지 조각으로 변했다. 채권·채무의 연결고리를 타고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미국 최대 증권사였던 메릴린치는 552억달러 손실을 보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세계 각국 증시도 폭락했다.

세계경제가 패닉에 빠졌던 그때,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금융인들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이 부동산 광기(狂氣)에 병들어 있고 결국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산하의 헤지펀드 '프런트포인트'를 이끌던 스티브 아이스먼(Eisman·55)도 그중 하나였다. 아이스먼은 주택시장이 붕괴할 경우 보상을 해주는 보험상품을 2006년부터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리고 이 투자로 10억달러(약 1조원)를 벌었다. 그의 이야기가 영화 '빅 쇼트(The Big Short)'로 재현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제2의 금융위기 발생할까?

리먼 사태 이후 10년, 이 펀드매니저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10년 전 뉴욕 맨해튼의 모건스탠리 빌딩에서 일했던 그는 인근에 있는 금융회사 '누버거버먼(Nueberger Berman)'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누버거버먼은 과거 리먼브러더스의 계열사였다가 리먼이 파산할 당시 임직원들이 주식을 사들여 극적으로 살려놓은 회사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약 2710억달러(약 291조원)의 투자금을 굴리고 있다.

누버거버먼 본사 회의실에서 만난 아이스먼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10년 전처럼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강화된 금융시장 규제를 이유로 꼽았다. 금융시장에 부실이나 거품이 없지는 않지만, 규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면서 빚내서 투자하는 은행들이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장 전체가 2008년처럼 흔들리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WEEKLY BIZ가 인터뷰한 10명의 세계 금융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슷했다. 2004년부터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을 경고했던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공동소장은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자들이 위기 이전에는 시장 규제 필요성에 무감각했으나 지금은 파생금융상품의 투명성을 엄격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 둠'으로 불렸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전 세계 금융회사들의 고위험 투자를 규제하는 여러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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