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 값, 결국 네덜란드 몰락 불렀다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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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24 03:06

      [서진영의 동서고금 경제학] <3> 관자의 '호리지성(好利之性)'

      '인간 본성은 이익추구'
      튤립 값 폭등하자 너도나도 뛰어들어
      결국엔 모두 파산… 영국에 경제권 내줘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장
      1637년 네덜란드에선 멋진 선이 꽃잎에 아로새겨진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튤립 품종 한 뿌리를 팔면 암스테르담에 대저택을 매입할 수 있었다. 귀족부터 시민, 농부, 기계공, 선원, 보병, 하녀, 벽돌공, 구두 수선공, 굴뚝 청소부 등 수천 명이 튤립 구매의 광풍 한가운데로 달려 나갔다. 튤립 뿌리 하나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관자(管子·관포지교 주인공 관중)는 이런 모습을 '호리지성(好利之性)'으로 요약한다. 인간은 이익 추구(好利)를 본성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자는 "백성의 인정은 이익을 좋아하고 해로움을 싫어한다(民之情 莫不欲利而惡害)"고 적었다. "백성들은 이로우면 모여들고 해로우면 떠난다. 백성이 이익을 좇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民利之則來, 害之則去. 民之從利也, 如水之走下)"고도 전한다. 관자는 모든 법과 정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제적 인식, 물질적 이익의 기초 위에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호리지성이 과욕·무지(無知)와 결합하면 파국을 낳는다. 해상왕국이던 네덜란드는 1602년 세계 최초 주식회사 동인도회사 설립, 1610년 최초 주식거래소 개장 등 경제적인 풍요를 누렸다. 그 축적된 부는 정원을 튤립으로 장식하는 유행으로 번지면서 튤립 광풍을 낳았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 법칙은 어디서나 적용되는 법. 1630년대 노동자 1년 임금은 200~400길더인 반면, 황제튤립 뿌리 가격은 1200~6000길더에 달했다. 30년 일해 번 돈으로 튤립 하나를 산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관자는 얘기한다. "물자가 남아돌고 모자람은 때에 따라 바뀌니, 기준을 고르게 하여 물가가 바뀌지 않게 한다. 기준을 잃어버리면 물가가 폭등한다. 군주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기준을 장악한다(萬物之滿虛隨時, 準平而不變, 衡絶則重見. 人君知其然, 故守之以準平)."

      튤립 파동은 기준을 잃고, 본질 가치를 잊어버린 현상이다. 상인들은 빈털터리가 되었고 튤립에 투자했던 귀족들은 영지를 담보로 잡혀야 했다. 튤립 가격 폭락으로 파산자가 속출하자 네덜란드 정부는 매매가격의 3.5%만 지불하면 채무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대중적 망상과 군중의 광기'라 부른 이 파동으로 인해 네덜란드가 영국에 경제대국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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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조나연
      튤립 광풍과 글로벌 금융 위기

      사학자 에드먼드 버크(Burke)는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을 반복할 운명에 처한다"고 했다. 500년 뒤인 2007년 2월 미국 최대 모기지(주택 담보대출) 전문 대출 회사 뉴센트리파이낸셜이 이익계산 오류를 공시하면서 주가가 폭락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업에 닥쳐올 본격적인 위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누구나 자기 집을 갖고 싶어 한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몇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정부도 자가(自家) 소유 확대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걸 목표로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라는 기치를 내걸고 저금리 주택 대출,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액 공제, 토지 이용 규제 완화 등 정책으로 주택 구입을 장려한다. 여기에 금융회사들의 호리지성과 정부의 무책임함이 더해져 글로벌 금융 위기가 파생됐다.

      모기지 대출을 담당한 금융 회사들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묻지 마 대출'을 해주었다. 신용심사 기관들은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대출 신청자들 신용도를 좋게 평가해 줬고,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이 회사 수익 증대를 위해 위험도가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2000∼2008년 1조9000억 달러나 사들였다. 모기지 대출 위험을 시장과 다른 투자자에게 전가하면서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심지어 '닌자 대출(no income no job)'이란 이름으로 수입이 없고 직업이 없어도 사회보장번호나 세금신고서와 같은 최소 서류만으로 주택자금을 대출하는 무서류 대출까지 등장했다. 집값의 100퍼센트를 빌려준 경우도 있었다.

      미국 전역을 휩쓴 부동산 과열은 결국 버블(거품) 붕괴를 가져왔다.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주식시장 대폭락, 아이슬란드 연립정부 붕괴, 글로벌 신용 경색 등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튤립 광풍의 20세기판이다

      관독상판과 필선부민

      지금 우리는 어떤가. 2008년 미국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온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운가. 관자는 '관독상판(官督商瓣)'을 이야기한다. 관독상판은 상인은 시장에서 자유경쟁을 벌이고, 관청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자들을 솎아내는 책임을 맡는 것을 말한다. 관자는 시장은 일정한 외부 규율이 필요하며 방치할 경우 부상대고(富商大賈)의 손에 놀아나게 된다고 봤다.

      관자에게 시장개입의 목적은 금융회사들의 호리지성을 적절히 관리하여 백성에게 고루 이익을 안기는 이민(利民)과 균민(均民)이다. "무릇 치국의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필선부민(必先富民)에서 출발해야 한다. 백성이 부유하면 치민치국(治民治國)이 쉽고, 가난하면 어렵게 된다(凡治國之道, 必先富民. 民富則易治也, 民貧則難治也)."

      관자는 이민(利民)을 통해 백성들의 생활이 풍요롭도록 함과 동시에, 균민(均民)을 통해 '앞선 사람들이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고, 뒤처지고 실패한 사람도 재기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견인하는' 스마트한 정부의 관독상판 역할을 강조한다.

      금융회사에 예의염치(禮義廉恥)의 4유(四維)를 가지라고 한다. "예의와 정의, 청렴함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國有四維 禮義廉恥, 四維不張 國乃滅亡)."

      뉴센트리파이낸셜을 비롯한 많은 금융회사 경영자가 공시 직전 자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부자 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은폐하고 그릇된 걸 좇은 염치없는 행동이었다.

      영화 '빅쇼트(big short)'에서 젊은 펀드 매니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공매도에 성공한 후 기뻐하자, 노장 펀드매니저가 소리친다. "그만두지 못해. 우린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까지 잃는다고. 제발 춤은 추지 마." 최소한의 염치(廉恥)다.

      금융회사는 투기가 아니라, 융통의 본뜻인 유무상통(有無相通)을 실현할 때에 비로소 경제에 피를 돌리는 심장과 같은 역할을 통해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경제기관이 된다. 금융인에게 더 높은 수준의 경영철학(經營哲學)이 요구되는 이유다.